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릉 올림픽 파크에서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를 만났다. 황대헌은 청소년올림픽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황대헌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GQ 올림픽 파크에는 얼마만에 왔나요?
DH 거의 2년만인 것 같아요. 비시즌에도 한번씩 쉴 겸 동생과 근처에 오거든요. 자주 가는 호텔에서 창밖으로 올림픽 파크가 보여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기하던 때가 떠올라요. 특히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경기가 많았어요. 그때 제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얼마나 의지를 가졌는지 되돌아 보게 되죠. 힘들었던 경기 이후에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도요.
GQ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건 아닌가요? 여행에서까지 경기를 생각하는 건 말이에요.
DH 힘들 때는 예전의 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 도움이 돼요.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을까?’ 생각해 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정비가 필요한 때면 강릉의 호텔에 방을 잡고 경기장을 바라 보면서 시간을 보내요.
GQ 강원도에 오면 또 하는 게 있나요?
DH 저는 강릉에 오면 꼭 꼬막 비빔밥과 장칼국수를 먹어요. 인터뷰 끝나고도 갈 거예요. 묵호항 바다 바로 앞에 조그만 장칼국수집이 있는데 주소만 알고 가게 이름은 몰라요. 되게 맛있어요.
GQ 오랜만에 이곳에 와서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겠어요.
DH 저는 지금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어요. 주로 재능 기부를 통해 청소년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그중 한명이 굉장히 잘해서 이번 청소년올림픽에 나가게 됐거든요. 1500미터 경기에서 조금 아쉬운 결과가 있었는데 너무 내색하는 대신 속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문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하고요. 후배들이 준비했던 걸 마음껏 보여 주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해요.
GQ 황대헌 선수는 2016 릴레함메르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죠. 그 당시를 떠올려 본다면요?
DH 청소년올림픽에 나가기 3, 4주 전에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어요. 그 부상을 안고 올림픽에 나가야 했던 게 불편했지만 나머지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즐기면서 할 수 있었어요. 이때의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 올림픽에 나갔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GQ 10대의 황대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DH 저는 그냥 학생이었어요. 공부를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여느 학생들처럼 학창 시절을 즐겼어요. 일반적으로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잖아요. 저는 야간 자율 학습까지 다 했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요. 운동할 땐 운동 선수답게, 학교에 있을 때는 학생답게 있고 싶었어요.
GQ 엘리트 운동 선수면 운동만 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진 않았네요.
DH 훈련을 할 때는 미친듯이 몰입하지만 훈련장에서 벗어나면 완전히 잊으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면서 생긴 저만의 루틴인 것 같아요. 항상 몰입해 있으면 지치게 마련이니까요. 학생 때는 공부도 하고 축구도 하고 야간 자율 학습 때 도망가기도 하고. 그런 거 있잖아요. 학창 시절에 할 수 있는 건 똑같이 다 해 본 것 같아요.
GQ 어릴 때 동경했던 올림피언이 있나요?
DH 지금은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 선수가 토리노 올림픽에서 경기한 걸 텔레비전으로 봤어요. 그때가 일곱 살 쯤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 꼭 올림픽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에 담긴 그의 모습 자체가 너무 멋있었어요. 텔레비전 속의 그가 되고 싶었던 거죠.
GQ 올림픽은 운동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DH 운동 선수들의 올림픽은 말 그대로 꿈의 무대예요. 제게는 운동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주는 이벤트인 것 같아요. ‘내가 이것 때문에 달려 왔지, 내가 이것 때문에 버텨 왔지’하고 생각해요.
GQ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엔 마이클 조던의 말을 SNS에 인용한 것이 화제가 되었어요.
DH “장애물을 만났다고 반드시 멈춰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 지 또는 돌아갈 방법이 없는 지 생각하라” 마이클 조던이 한 말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멋있다고 생각했고 공감이 됐어요. 마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좋지 않은 경기 결과가 있었어요. 그때 이 문구가 다시 떠올랐어요. 때때로 벽을 만난 것처럼 느껴지는 시합도 있어요. 그때 이 말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GQ 스케이트 말고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나 봐요.
DH 몇 년 전에는 e스포츠를 되게 좋아했어요. 요즘은 F1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넷플릭스로 <F1, 본능의 질주> 시리즈를 보고 루이스 해밀턴과 막스 베르스타펜의 팬이 되었어요.
GQ 카 레이싱과 쇼트트랙의 공통점이 있었나요?
DH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카레이싱도 코너에서의 원심력을 부드럽게 이겨내야 하는데 쇼트트랙도 마찬가지예요. 또 피트 스톱을 할 때 장비를 빠르게 교체하잖아요. 쇼트트랙도 똑같거든요. 시합을 하다가 날끼리 부딪히면 빠르게 장비를 바꾸고 경기를 계속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도 비슷해요.
GQ 오늘 다른 올림픽 선수들과 ‘팀 삼성 갤럭시와의 대화(Chat with Team Samsung Galaxy)’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나요?
DH 브레이킹 김예리 선수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춰야 하는 사람에게 청각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텐데 깜짝 놀랐어요.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스포츠를 한다는 것에 존경심이 들었죠.
GQ 황대헌 선수도 그러한 좌절에 부딪혔던 경험이 있나요?
DH 중학생 때 허리와 발 부상이 겹쳐서 왔어요. 어딘가 아프면 잘 하던 동작도 무섭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두려워하기만 한다면 원래의 움직임을 찾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용기를 내 다시 도전했어요. 부상이 길어지면서 잠시 목표를 잃었을 때도 있었는데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다짐했던 일곱 살의 제 자신을 떠올리면서 용기를 냈어요. 저는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나거든요.
GQ 어릴 때의 황대헌에게 지금의 황대헌이 배울 점도 있군요.
DH 어릴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속상해 하거나 의기소침 하지 않았어요. 서너 살 많은 형들과 경쟁하는 것도 두렵지 않았죠. 순수하게 경쟁 그 자체를 즐겼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래도 조금 더 진지해졌죠. 그래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너무 심각하기보단 즐기려고 노력해요.
GQ 이야기의 주제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열다’였어요. 황대헌에게 한계는 무엇이었나요?
DH 저의 한계를 마음대로 규정하는 외부의 시선과 판단이었어요. 사람들이 정해 놓은 저의 한계를 깨기 위해서 달려 왔어요. 지금은 제 자신을 넘어서고 이겨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GQ 아까 보니 삼성 갤럭시 올림픽 체험관에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어요.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DH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자동으로 번역, 통역을 도와 주는 AI 기능이 신기했어요. 운동 선수들은 경기를 위해 외국으로 자주 나가야 하는데 외국어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보강 운동을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 짐을 예약하거나 식당을 예약할 때 유용할 것 같아요.
GQ 훈련할 때도 갤럭시 폰을 활용한다고요?
DH 쇼트트랙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훈련을 하잖아요. 스케이트 날의 각도와 방향 등을 체크해야 하는데 이때 갤럭시 폰을 활용해요. 슬로우 모션 기능으로 자세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어요. 제가 훈련에 스마트 폰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따라 하는 선수들도 생겼어요. 갤럭시 S24는 AI 슬로우 모션 기능이 추가되어서 더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아요.
GQ 오늘 경기를 치르는 청소년 선수들에게는 많은 미래가 남아 있어요.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DH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잖아요. 아쉽다는 감정 속에서도 성공만큼이나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전 아쉬움도 좋다고 생각해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GQ 마지막으로 황대헌은 어떤 선수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나요?
DH 일곱 살 때 제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올림피언을 보면서 꿈을 키운 것처럼, 저 또한 누군가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저 선수처럼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있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