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유행이 뭐예요? – 3

2015.09.03GQ

모델, 플로리스트, 패션 에디터가 말하는 유행의 황당함과 합당함.

차석배 45세 | &비욘드 인베스트먼트 프로패셔널

01 도대체 유행이란 무엇일까요? 유행이란 변화하는 것이며, 변화하는 것은 세상의 진리이므로, 곧 유행은 세상의 진리다. 02 어떤 사물이나 사람, 경향과 풍조가 그 시대의 유행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남들보다 앞서거나 남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누구나 따를 수 있어야 한다. 03 지금 현재 가장 유행하는 것, 딱 하나만 고른다면? 크고 인공적인 것에서 벗어나 작지만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것에 열광한다. 04 누가 또는 무엇이 그 유행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인공적인 것에 대한 대중의 식상함. 예를 들면 대기업 광고처럼 기존의 자본 의존적이고 인위적인 마케팅에 식상한 사람들이 안티 마케팅 브랜드를 만든 것처럼. 05 무엇을 보고 그것이 유행임을 단번에 깨달았나요? 이태원, 가로수길, 서촌 등 주요 핵심 상권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06 유행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게 있나요? 세련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유행을 가늠한다. 07 당신이 생각하는 그 유행이 당신의 취향과도 잘 맞나요? 더 이상 돈 냄새만 나는, 영혼 없는 인공적인 브랜드에는 끌리지 않는다. 08 만약 그렇다면 당신도 그 유행에 동참하고 있나요? 어떤 식으로 시도해봤나요? 안티 마케팅 브랜드를 좋아하고, 구매하고, 추천한다. 09 만약 아니라면 정확한 이유가 뭐죠? 없다. 10 과거의 어떤 유행을 분명한 호감 없이, 단지 유행이라는 이유로 당신도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유행이라는 꼬리표를 단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고 착용해본 적이 있다. 11 그 결과는 어땠나요? 유행은 취사 선택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12 우리가 알 만한 근래의 유행 중 과대평가된 게 있나요? 미디어에 등장하는 너무 많은 식당과 요리사들. 13 반대로 과소평가된 유행도 있었겠죠? 유행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심각한 문제지만, 충분히 논의되어야 하는 많은 일이 그냥 지나간다. 그럴 이유가 있는 일은 지속적으로 얘기되어야 한다. 15 반대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유행은요? 디자이너 프리미엄 진. 진은 영원한 패션 아이템이니까.16 당신은 유행에 민감한 남자인가요? 5점이 최고로 민감한 점수라면 당신은 몇 점? 4점. 17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미 유행인 것은 일부러라도 피하는 편인가요? 관심은 많지만 취사 선택하는 편이고, 어떤 유행은 일부러 피하기도 한다. 18 이제야 유행이 됐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그걸 취하고 있었다 하는 게 있나요? 컨버스를 포함한 다양한 스니커즈를 좋아했다. 다양한 옷에 신어보며 스타일을 바꿔보기도 했다. 19 돌고 도는 유행. 과거에 유행이었고 지금은 잊혀졌으나 다시 돌아와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미니스커트. 20 바로 얼마 전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쳤으나 이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유행은요? 아웃도어 패션. 21 당신이 유행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물이 있나요? 크래프트 비어. 가격이 저렴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아 부담이 적은 술이다. 브랜드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어 기호품으로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이호재 29세 | 영화감독 

01 도대체 유행이란 무엇일까요? 보편보다 더 널리 공유되지만 지속성이 짧은 것. 02 어떤 사물이나 사람, 경향과 풍조가 그 시대의 유행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확연하게 새롭고,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03 지금 현재 가장 유행하는 것, 딱 하나만 고른다면? 혁오. 04 누가 또는 무엇이 그 유행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유행은 특정 시대에 갈구하는 뭔가를 강렬히 충족시키는 힘이다. 그 힘을 가진 사람 혹은 사물이 유행을 만든다. 05 무엇을 보고 그것이 유행임을 단번에 깨달았나요? 부모님께서도 알고 계실 때. 06 유행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게 있나요? 특별히 유행을 가늠하려 애쓰진 않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SNS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07 당신이 생각하는 그 유행이 당신의 취향과도 잘 맞나요? 패션 경향은 대체로 조금 부담스럽지만, 전반적인 문화 예술은 취향이 잘 맞는다. 08 만약 그렇다면 당신도 그 유행에 동참하고 있나요? 어떤 식으로 시도해봤나요? 누군가 와이드 팬츠를 권해서 입어봤지만 역시나 부담스러웠다. 09 만약 아니라면 정확한 이유가 뭐죠? 도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려는 것 보다는 굳이 이끌려가고 싶지 않다. 10 과거의 어떤 유행을 분명한 호감 없이, 단지 유행이라는 이유로 당신도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서태지 모자를 쓰고 다닌 적이 있다. 11 그 결과는 어땠나요? 안 쓰면 큰일 날 줄 알고 그랬다. 과거에는 유행이 필수처럼 여겨졌다. 요즘은 개개인의 성향도 강하고, 다양한 정보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시대라 지금의 유행은 예전보다 파급력이 떨어진다. 12 우리가 알 만한 근래의 유행 중 과대평가된 게 있나요? 인터넷 신조어를 너도나도 따라 하는 것. 13 반대로 과소평가된 유행도 있었겠죠? 나의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14 당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유행 중 가장 짧았던 유행은 어떤 건가요? 전자 담배. 15 반대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유행은요? 투 블록 컷. 16 당신은 유행에 민감한 남자인가요? 5점이 최고로 민감한 점수라면 당신은 몇 점? 2점. 17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미 유행인 것은 일부러라도 피하는 편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뭐가 유행이고, 그게 왜 유행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늘 한다. 18 이제야 유행이 됐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그걸 취하고 있었다 하는 게 있나요? 힙스터 문화. 지금은 유행으로 그 문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반갑지만은 않다. 19 돌고 도는 유행. 과거에 유행이었고 지금은 잊혀졌으나 다시 돌아와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손 편지. 20 바로 얼마 전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쳤으나 이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유행은요? 스무 번째 문항까지 답변하고 나니, 내 생활을 둘러싼 모든 게 유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유행이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21 당신이 유행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물이 있나요? 지도 애플리케이션이나 내비게이션처럼 길을 찾아주는 기기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공손하게 길을 묻고, 지도를 머뭇머뭇 꺼내 들거나 표지판을 볼 일이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 길을 잃는다 해도 괜찮을 만큼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의미로 서울의 남자들에게 나침반을 권한다. 내가 원하는 큰 방향만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도록. 

 

손민호 27세 | 모델

01 도대체 유행이란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 02 어떤 사물이나 사람, 경향과 풍조가 그 시대의 유행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재미. 대중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03 지금 현재 가장 유행하는 것, 딱 하나만 고른다면? 인스타그램. 04 누가 또는 무엇이 그 유행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젊은 사람들. 05 무엇을 보고 그것이 유행임을 단번에 깨달았나요? 나조차 관심을 갖게 되고, 약간의 집착까지 생겼다. 06 유행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게 있나요? 인터넷과 각종 SNS로 접하는 모든 뉴스와 유명인들의 인스타그램. 07 당신이 생각하는 그 유행이 당신의 취향과도 잘 맞나요? 잘 맞는다. 08 만약 그렇다면 당신도 그 유행에 동참하고 있나요? 어떤 식으로 시도해봤나요? 인스타그램은 지금처럼 유행하기훨씬 전부터 시작했다. SNS는 빨리 시작하는 사람이 유리한 편이다. 팔로어 수가 날짜에 비례하며 누적된 달까. 그렇지만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중요하다. 09 만약 아니라면 정확한 이유가 뭐죠?사진 찍는 것 또는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거나, 생각을 굳이 표출하는 걸 꺼리는 사람들은 SNS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매일 투정만 일삼거나 푸념만 하려는 태도도 역시. 10 과거의 어떤 유행을 분명한 호감 없이, 단지 유행이라는 이유로 당신도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문신. 11 그 결과는 어땠나요? 문신을 처음 시작했을 땐, 나름 의미와 뜻이 있었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또래 애들끼리 일본식 문신 스타일 이레즈미를 추종하며 무작정 따라만 했던 건 후회한다. 오히려 개성이 없어 보인다. 12 우리가 알 만한 근래의 유행 중 과대평가된 게 있나요? 네오프렌 소재의 옷. 아무리 봐도 우주복 같다. 13 반대로 과소평가된 유행도 있었겠죠? 점프 수트. 꽤 근사한 옷이라고 생각하는데, 옷을 고를 때 자주 찾게 되진 않는다. 아무래도 불편해서 그런 것 같다. 14 당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유행 중 가장 짧았던 유행은 어떤 건가요? 부츠 컷. 예전엔 심지어 교복까지 부츠 컷으로 수선해서 입을 정도였지만 금방 시들해졌다. 15 반대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유행은요? 디스트로이드 진. 내가 어렸을 때도 어른들이 이런 식 진을 입은 걸 많이 봤다. 16 당신은 유행에 민감한 남자인가요? 5점이 최고로 민감한 점수라면 당신은 몇 점? 4점. 17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미 유행인 것은 일부러라도 피하는 편인가요? 매달 촬영을 하다 보니 어떤 옷이 유행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쉽게 접하고 보는 게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따르는 편이지만, 너무 튀거나 눈에 거슬리는 건 피한다. 18 이제야 유행이 됐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그걸 취하고 있었다 하는 게 있나요? 와이드 데님 팬츠. 워크웨어 룩을 즐기는 편이라 예전부터 와이드 팬츠를 좋아했다. 19 돌고 도는 유행. 과거에 유행이었고 지금은 잊혀졌으나 다시 돌아와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굳이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유행은 없다. 단,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가까운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이 과연 다시 돌아올까,라는 의문은 있다. 20 바로 얼마 전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쳤으나 이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유행은요? 스냅백. 21 당신이 유행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물이 있나요? 체인 팔찌. 개인적으로 남자가 액세서리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팔찌는 처음 봤을 때부터 남자 냄새가 났다. 

 

김웅 32세 | 플로리스트

01 도대체 유행이란 무엇일까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02 어떤 사물이나 사람, 경향과 풍조가 그 시대의 유행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타이밍. 03 지금 현재 가장 유행하는 것, 딱 하나만 고른다면? 사람. 특정 문화 아이콘이 아닌 개인. 04 누가 또는 무엇이 그 유행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은 여자. 05 무엇을 보고 그것이 유행임을 단번에 깨달았나요? 사랑하는 여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난 후 유행이란 개념에 친숙해졌다. 06 유행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게 있나요? 잡지를 많이 본다. 그리고 유행하는 장소에 모이는 사람의 면면을 관찰한다. 07 당신이 생각하는 그 유행이 당신의 취향과도 잘 맞나요? 적당히, 때론 적절히. 08 만약 그렇다면 당신도 그 유행에 동참하고 있나요? 어떤 식으로 시도해봤나요? 연애 그리고 친구들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며. 09 만약 아니라면 정확한 이유가 뭐죠? 패스. 10 과거의 어떤 유행을 분명한 호감 없이, 단지 유행이라는 이유로 당신도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지금도 그렇다. 아이폰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단지 유행이라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아이폰을 권해서 사용했다. 11 그 결과는 어땠나요? 괜찮다. 예쁘기도 하고.  12 우리가 알 만한 근래의 유행 중 과대평가된 게 있나요? 유명 디저트 카페 음식.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언제나 본질적이어야 마땅하다. 밥집은 밥이고, 옷 가게는 옷, 잡지는 콘텐츠다. 본연의 의무에 소홀한 곳의 유명세나 유행은 봐줄 수 없다. 13 반대로 과소평가된 유행도 있었겠죠? 얼마 전 소리 없이 사라진 크라운베이커리. 어린 시절부터 크라운베이커리의 케이크만 줄곧 먹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에 밀려 문을 닫았지만. 14 당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유행 중 가장 짧았던 유행은 어떤 건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하의 실종 패션. 15 반대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유행은요? 아디다스의 스탠 스미스 운동화. 처음엔 단순하게 이 운동화의 담백함을 좋아했지만 이젠 어떤 문화를 지칭하는 상징이 된 것 같다. 16 당신은 유행에 민감한 남자인가요? 5점이 최고로 민감한 점수라면 당신은 몇 점? 3점. 17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미 유행인 것은 일부러라도 피하는 편인가요? 타인과 정확히 구별되는 스타일을 찾으려 노력한다. 18 이제야 유행이 됐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그걸 취하고 있었다 하는 게 있나요? 라이언 맥긴리. 19 돌고 도는 유행. 과거에 유행이었고 지금은 잊혀졌으나 다시 돌아와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열기. 20 바로 얼마 전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쳤으나 이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유행은요? 바이러스에 관한 예민한 경각심. 21 당신이 유행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물이 있나요? 아름다운 꽃과 묵묵한 남자 플로리스트. 

 

이영표 33세 | <레옹 코리아> 패션 에디터

01 도대체 유행이란 무엇일까요? 멋져 보이고 따라 하고 싶어지는 것.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 나도 해야겠다고 느끼는 것. 02 어떤 사물이나 사람, 경향과 풍조가 그 시대의 유행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 물론 평범한 것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모방하고 싶은 매력이 생길 수 있다. 03 지금 현재 가장 유행하는 것, 딱 하나만 고른다면? 서핑. 전혀 관심 없던 나조차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04 누가 또는 무엇이 그 유행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요즘은 SNS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05 무엇을 보고 그것이 유행임을 단번에 깨달았나요? 서핑 숍이 흔해지고 서퍼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을 때. 그리고 그들 중 진짜 서핑을 즐겨서라기보다 흐름에 동참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이들을 발견했을 때. 06 유행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게 있나요? 굳이 참고하지 않아도 미디어나 SNS 등을 통해 유행을 체감한다. 07 당신이 생각하는 그 유행이 당신의 취향과도 잘 맞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행에 거부감이 있었다. 적어도 나는 유행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유행이라고 하면 평소에 하던 것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그런 행동과 생각이 오히려 더 어색하다고 느낀다. 유행이 나와 어울린다면 자연스럽게 따르는 편. 08 만약 그렇다면 당신도 그 유행에 동참하고 있나요? 어떤 식으로 시도해봤나요? 지인들이 뒤늦게 서핑 모임을 만들고 주말에 모여 바다에 간다. 아직 참여하진 않았지만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긴 했다. 언젠가 가지 않을까? 09 만약 아니라면 정확한 이유가 뭐죠? 어느 정도는 따른다. 10 과거의 어떤 유행을 분명한 호감 없이, 단지 유행이라는 이유로 당신도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허니버터칩. 하지만 도저히 허니버터칩 SNS 인증은 못하겠어서 그건 안 했다. 11 그 결과는 어땠나요?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역시 유행을 따르는 데도 취향은 반영된다. 12 우리가 알 만한 근래의 유행 중 과대평가된 게 있나요? 요리 예능 프로그램. 13 반대로 과소평가된 유행도 있었겠죠? 저게 왜 유행일까,라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이건 왜 유행이 안 되는지 궁금했던 건 없다. 14 당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유행 중 가장 짧았던 유행은 어떤 건가요? 밀리터리 룩. 카무플라주나 올리브 컬러는 유행과 관계없이 늘 나오지만 밀리터리 룩이 유행의 큰 흐름을 지배한 시기는 너무 짧았다. 15 반대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유행은요? 스키니 데님 팬츠. 슬림핏과 스키니핏은 분명히 다르다. 슬림한 팬츠는 좋지만 실루엣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스키니 팬츠는 싫다. 남자들이 따라 하지 않았으면 했던 유행.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6 당신은 유행에 민감한 남자인가요? 5점이 최고로 민감한 점수라면 당신은 몇 점? 1점. 유행에 민감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의외로 둔감하다. 사실 어느 면에서나 부지런한 편이 아니다. 유행도 마찬가지. 이미 한 차례 유행이 지나간 뒤에야 한번 해볼까 하는 것도 꽤 있다. 17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미 유행인 것은 일부러라도 피하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피했다. 왠지 남을 따라 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유행에 합류하고 있는 스스로를 창피해하면서도 합리화하는 편. 18 이제야 유행이 됐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그걸 취하고 있었다 하는 게 있나요? 나이키 에어 조던은 중학생 때부터 모았다. 최근에 다시 유행이어서 기분 좋기도 하지만 남들 다 가진 신발이 되고 나니 전만큼 소중하진 않다. 19 돌고 도는 유행. 과거에 유행이었고 지금은 잊혀졌으나 다시 돌아와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프레피룩. 20 바로 얼마 전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쳤으나 이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유행은요? 스냅백. 얼마 전까진 모든 남자가 야구 모자를 썼다. 물론 여자도. 요즘은 스냅백을 쓰고 있으면 촌스러워 보인다. 21 당신이 유행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물이 있나요? 옆구리에 책 한 권 정도는 끼고 다니는 게 유행이 되면 좋겠다. 아무리 책을 안 좋아해도 유행이 되어 너도나도 들고 다니면, 모두 전보다는 책을 많이 읽을 것 같다. 이왕이면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는 매뉴얼이 좋겠고. 

 

서율 33세 | 서율의서울집 셰프. 

 01 도대체 유행이란 무엇일까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모두가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이내 식상함으로 바뀌는 것. 그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등장해 돌고 도는 것. 02 어떤 사물이나 사람, 경향과 풍조가 그 시대의 유행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자칭 타칭 트렌드 리더들이 과감하게 시도한다. 03 지금 현재 가장 유행하는 것, 딱 하나만 고른다면? 집밥. 04 누가 또는 무엇이 그 유행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미디어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극도로 지친 현대인의 일상이 반영되어 있다. 최소한 밥을 먹을 때만큼이라도 여유롭고 행복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05 무엇을 보고 그것이 유행임을 단번에 깨달았나요? 요즘 인기 있는 프로그램 상당수가 먹거리 콘텐츠를 다루고 있기 때문. 게다가 SNS에도 홈 쿠킹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넘쳐난다. 06 유행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하는 게 있나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SNS에 올라오는 포스팅의 수. 07 당신이 생각하는 그 유행이 당신의 취향과도 잘 맞나요? 그런 편이다. 예전부터 건강한 먹거리와 정성이 담긴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08 만약 그렇다면 당신도 그 유행에 동참하고 있나요? 어떤 식으로 시도해봤나요? 잡지 에디터를 그만두고 가게를 차렸다. 그것도 가정식을 전문으로 만드는 건강한 밥집을 콘셉트로. 09 만약 아니라면 정확한 이유가 뭐죠?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 과거의 어떤 유행을 분명한 호감 없이, 단지 유행이라는 이유로 당신도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SNS에 열심히 음식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사실 그때는 나도 꽤나 열심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보여주기’식 유행에는 회의적이다. 11 그 결과는 어땠나요? 맛집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걸 깨달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의 맛을 느끼기보다 유명세나 일종의 권위에 현혹되고 있다. 12 우리가 알 만한 근래의 유행 중 과대평가된 게 있나요? 타투. 폄하하는 건 아니고, 그것이 마치 힙스터의 증표인 양 여기는 인식이 좀 불편하다. 13 반대로 과소평가된 유행도 있었겠죠? 놈코어 룩. 특히 그중에서도 슬리퍼 패션. 사람들은 아직도 중고등학생 때 신던 ‘삼선 쓰레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14 당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유행 중 가장 짧았던 유행은 어떤 건가요? HOT의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는 많은 사람이 머리에 반다나를 두르고 다녔다. 15 반대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유행은요? 맛집 탐방. 지금 이 순간에도 맛집과 관련된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을 거다. 16 당신은 유행에 민감한 남자인가요? 5점이 최고로 민감한 점수라면 당신은 몇 점? 4점? 17 유행을 따라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이미 유행인 것은 일부러라도 피하는 편인가요? 어느 정도는 유행을 따르되 그 안에서 나만의 개성을 찾으려고 한다. 18 이제야 유행이 됐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그걸 취하고 있었다 하는 게 있나요? 리빙 트렌드. 19 돌고 도는 유행. 과거에 유행이었고 지금은 잊혀졌으나 다시 돌아와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손 편지. 20 바로 얼마 전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쳤으나 이제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유행은요? 육아 버라이어티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21 당신이 유행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사물이 있나요? 고체 향수.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도 편하고 향도 오래 지속된다. 

유행이 뭐예요 – 4

    에디터
    강지영, 오충환, 박나나, 김경민, 윤웅희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