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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하는 피티 워모가 105회를 맞이했다

2024.03.05김성지

새로운 시간을 향하여.

태양이 내려앉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중심 도시 피렌체는 1월과 6월이 되면 복작복작한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바로 1972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가 개최되기 때문. 전 세계 브랜드의 바이어와 프레스들이 14세기에 지은 요새, 포르테차 다 바소 안에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저마다 자신의 브랜드를 교류하고 패션에 대한 열정을 나누고자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 이번 시즌 피티 워모의 주제는 ‘피티 타임 Pitti Time’으로 ‘시간은 닿을 수 없고, 각자 그리고 때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라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에 대한 관점에 주목했다. 언뜻 추상적인 시간의 개념을 패션에 대입해 우리가 입고 소비하는 패션의 시간 역시 제각기 다양한 변주를 가진다는 걸 의미한다. 정통 테일러링을 선보이는 판타스틱 클래식을 비롯해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섹션, 반려동물을 위한 섹션 등 다채로운 볼거리 속에 피티 워모 105는 새로운 시간을 향해 나아갔다.

피티 워모는 매 시즌 게스트 디자이너를 초청해 패션쇼를 주최한다. 이번 시즌은 각각 런던과 밀라노의 총아 스티븐 스토키 달리와 마리아노였다. 달리는 영국 작가 데이비드 존스의 낭만주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토끼와 양, 꽃과 과일을 컬렉션 곳곳에 수놓았다. 체크와 개버딘 코트, 오리 등 가장 영국적인 디테일도 빼놓지 않으면서. 마리아노의 쇼는 한 편의 연극 같았다. 긴 계단을 오르내리고 빼곡히 쌓인 의자 사이를 지나는 모델들은 해체주의라는 단어를 걸친 옷들을 입고 무대를 배회했다. 디자이너 쇼케이스 부문은 토드 스나이더가 장식했다. 울리치와 협업한 두꺼운 아우터와 윈저 공의 즐기던 의상에서 영감 받은 영국식 드레이핑을 과감 없이 선보였다.

이번 피티 워모에서 토즈는 람보르기니와 협업한 슈즈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만남은 두 이탈리아 브랜드가 지닌 혁신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비롯되었다. 토즈의 대표 슈즈 고미노에 오렌지, 옐로 등 람보르기니를 상징하는 컬러를 입혔고, 튜브형 밴드 장식을 더해 날렵함을 연출했다.

MAGLIANO

S.S.DALEY

TODD SNY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