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곧 나의 친구니까.
“Reality to idea”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닌, 현실을 다시 아이디어로 돌리는 컨셉의 작품은 조슈아 비데스의 유명한 작품 테마. 2017년, 조슈아는 자신의 하얀색 에어 포스 1에 두꺼운 아웃라인을 그려 넣어 마치 2D 그림처럼, 혹은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커스텀을 만든 것으로 유명해졌다. 아마도 그의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도 그의 작품을 모방한 커스텀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이후 컨버스, 뉴발란스, 푸마 등의 메이저 스포츠 브랜드와도 협업을 진행하였으며 2019년에는 한국을 방문, 커먼 그라운드에 거대한 작품을 직접 스프레이 페인팅하기도 했다.
한편 2023년에 나이키의 한 캠페인에 쓰인 이미지 중 하나가 조슈아 비데스의 에어 포스 1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이에 조슈아는 분개했다. 당시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는 자사의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이유로 여러 브랜드와의 소송을 진행 중이었는데. 조슈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작 나이키가 아티스트들과 커스터마이저들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있으면서 다른 모두를 소송 걸고 있다. 게을러 빠진 디자이너들과 마케터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며 일침을 가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해당 디자인은 조슈아 비데스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후 그의 작품을 따라 하고자 흰색 에어 포스 1을 구입하거나 자신의 에어 포스 1을 직접 커스텀 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나이키가 마치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캠페인에 사용하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당시 나이키의 편을 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이 어찌 되었든 그가 캔버스로 사용한 것은 나이키의 제품이었고, 과연 그가 나이키 에어 포스 1을 베이스로 작업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의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내용이었다.
베이프 vs. 나이키
비슷한 시기에 나이키와 다투고 있던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베이프 스타를 만든 베이프다. 에어 포스 1의 발매 20주년이었던 2002년, 베이프의 니고는 일본 법률상 발매 후 20년이 지난 디자인 활용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없는 것을 이용하여 나이키 에어 포스 1을 쏙 닮은 베이프 스타를 세상에 내놓았다. 화려한 컬러와 소재를 사용한 베이프 스타는 즉각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으며 당시 칸예 웨스트,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한 스타들이 베이프 제품과 베이프 스타를 착용하면서 본토 미국 시장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심지어 베이프 스타의 페이턴트 소재가 인기를 끌자 이를 의식한 나이키가 역으로 비슷한 모델들을 내놓는 재밌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20년 동안 베이프와 나이키 사이에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는 동안 별 탈은 없었지만 2023년에 나이키가 대대적으로 디자인 권리를 주장하면서 베이프도 소송을 피해 갈 수 없었고, 결국 미국 내에서 베이프 스타를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조슈아 비데스 x 베이프 로드 스타
적의 적은 내 친구라고 했던가? 그렇기 때문에 조슈아 비데스와 베이프의 만남이 더욱 재밌게 보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조슈아 비데스의 작품이 쉽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냥 어디에나 있던 제품에 매직으로 쓱쓱 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라는 것은 결국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을 먼저 실행에 옮긴 사람의 것이다. 그의 작업 테마 “Reality to idea”는 하나의 제목에 불과하다. 그의 작업물이 쉽게 보이든 말던, 실제로 조슈아의 스타일을 따라 한 사람들 덕분에 에어 포스 1의 매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조슈아 비데스가 베이프와의 협업으로 활짝 웃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