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에서 위스키는 원래 음식과 페어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컬럼을 읽는 우리 모두는 한국인이니까 먹고 마시는 풍류를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❶ 곶감 X 카발란 – 콘서트마스터
사실 곶감은 모든 위스키 또는 꼬냑과 잘 어울린다. 명확히 말해 꼬냑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편이다. 위스키라면 묵직한데다 셰리나 포트 캐릭터가 진득할수록 더 좋다. 카발란은 대만 특유의 무더운 기후 때문에 위스키를 짧게 숙성해도 고숙성 위스키 같은 복합미를 지닌다. 특히 포트 캐스크로 피니시한 콘서트마스터는 알코올 40%라는 카발란치고 낮은 도수와 진득한 과일 캐릭터까지 지녔기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위스키 중에서는 특별히 곶감과 잘 어울리는 라벨이다.
❷ 약과 X 믹터스 – US*1 스몰배치버번위스키
얼마 전 선물 받은 약과를 먹기 위해 술을 고르다가 믹터스 US*1 스몰배치 버번 위스키를 집어들었다. 이 술이 지닌 캬라멜 캐릭터가 약과와 근사하게 어우러질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매치했을 때 아주 좋은 밸런스를 보여줬고, 약과의 진득한 단맛과 기름진 탄수화물까지 믹터스 버번 특유의 조심스러운 아세톤향으로 잘 정돈되더라. 약과는 굉장히 맛이 강렬하기 때문에 얼음이나 물을 타는 방식을 추천하지 않는다. 니트로 마셔도 알코올이 부담스럽지 않다.
❸ 연어장덮밥 X 라프로익 10년
냉장고에 연어장이 있다면 라프로익의 안주로 삼자. 연어는 위스키에 안주를 좀처럼 곁들이지 않는 스코틀랜드에서도 페어링을 할 만큼 독보적인 위치의 식재료다. 그중에서도 연어장이라면 피트가 진동하는 위스키와의 조합을 추천한다. 훈연처리를 하지 않아도 꼭 훈제연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간장의 짠맛이 위스키가 지닌 바닷내음과 섞일 때는 아일라 섬 부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마주친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둘을 먹다보면 어느새 참 구수한 맛으로 바뀌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걸 반복하는 거다. 김치는 곁들이지 말고 연어장 국물에 생양파를 적셔 먹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