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경기, 이 칵테일.
PIT LANE LEMONADE THE INDIANAPOLIS 500
매년 인디애나폴리스 자동차 경주로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경주 ‘더 인디애나폴리스 500’의 공식에 가까운 비공식 칵테일은 ‘Pit Lane Lemonade’. 경기가 처음 시작된 1911년 5월 30일,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9만 명의 관중은 레이스를 기다리며 햄 샌드위치와 레모네이드를 즐겼는데,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칵테일이다. 리몬첼로 1온스, 보드카 1온스, 레모네이드 3온스를 가볍게 섞고 얼음을 넣어 레몬으로 장식하면 완성. 아주 쉽고 실패하기는 어려운 레시피다. 보드카 브랜드마다 공개하는 레시피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2013년 행사의 주요 스폰서가 된 ‘퍼지 Fuzzy’ 보드카는 2016년 경기 역사와 우승자들을 기념하는 한정판 보드카를 출시하기도 했다.
HONEY DEUCE U.S. OPEN
‘U.S 오픈’의 공식 파트너인 그레이구스가 한 바텐더에게 그랜드 슬램 토너먼트를 위한 보드카 칵테일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한 게 허니 듀스의 시작이다. 테니스 용어인 ‘듀스’에서 따온 이름도 귀여운데, 테니스공처럼 동그랗게 깎은 멜론 세 알이 칵테일의 ‘킥’이다. 매년 경기에서 40만 잔 이상 팔려나가고, 2023년에는 티모시 샬라메와 카일리 제너가 허니 듀스를 나누어 마시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레이구스가 공개한 허니 듀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하이볼 잔에 사각 얼음을 채우고 그레이구스 보드카 40밀리리터를 붓는다. 스퀴즈한 생레모네이드 90밀리리터와 라즈베리 술 10밀리리터를 채우고, 미리 얼려둔 허니듀 멜론 세 알을 꼬치에 꽂아 잔 위에 장식한다.
TOUCHDOWN PUNCH SUPER BOWL
미식축구 리그 NFL의 결승전, 슈퍼볼은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으로 식량 소비가 높은 날이다. 사실 슈퍼볼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는 맥주지만, 맥주가 무겁게 느껴질 때 인기 높은 칵테일이 바로 터치다운 펀치다. 태생이 ‘축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어디에서든 존재만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와인으로 치면 상그리아, 한국식으론 화채처럼 무엇이든 넣을 수 있고 자기 멋대로 만들 수 있으니 신속 간단한 파티 드링크로 좋다. 스프라이트 한 통, 탄산수 4컵, 프로세코 1병, 보드카 1컵, 블루 큐라소 1/4컵, 레몬 1개 슬라이스, 얼음 3컵을 커다란 펀치 볼에 쏟아 넣고 휘휘 섞어 나눠 마신다. 터치다운이 되면, 터치다운 펀치를 번쩍 들어 올려 건배를 외치면 된다.
MINT JULEP THE KENTUCKY DERBY
매년 5월 첫 번째 토요일, 세 살 된 서더브레드 경주마 레이스는 전력을 다해 달린다. 더 켄터키 더비는 1875년부터 켄터키, 루이빌, 처칠 다운스에서 매년 개최해왔는데, 더비의 원조 처칠 다운스에서는 공식 파트너인 우드포드 리저브 버번을 사용해 민트 줄렙을 만든다. 한 통계에 따르면 더비가 진행되는 ‘더비 위켄드’ 동안 12만 잔의 민트 줄렙이 소비된다고. 우드포드 리저브는 매년 켄터키 더비 스페셜 릴리즈를 출시하는데, 2024년 버전은 켄터키 출신 아티스트 ‘와일리 코딜 Wylie Caudill’의 작품이 장식했다. 잔에 민트 1장을 넣어 으깨고, 버번 2+1/2온스, 심플 시럽 3/4온스를 섞어 잔에 부은 뒤 크러시드 아이스로 채운다. 민트로 잔을 장식하면 끝.
PIMM’S CUP WIMBLEDON
실제 집계는 불분명하나, <포브스>는 2023년 윔블던에서 27만 잔이 넘는 핌스컵이 팔릴 것이라 예측했다. 1971년 ‘All England Lawn Tennis and Croquet Club’에 최초로 ‘Pimm’s’ 바가 문 연 이후 탄생한 핌스컵은 윔블던의 시그니처 음료지만, 여름철에는 영국 전역에서 마신다. 진 베이스를 비롯해 위스키, 브랜디, 럼, 보드카, 데킬라 버전도 탄생했다. 오리지널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과일, 허브와 No.1 진을 이용해 미리 인퓨징해둔 핌스 술 1컵에 레몬 라임 소다 혹은 시트러스류 소다 1+1/2컵, 크러시드 아이스와 슬라이스한 딸기 3-4알을 넣고, 과일이나 허브로 장식한다. 윔블던까지는 못 가도, 서촌의 바 ‘뽐’에 가면 아주 훌륭한 핌스컵을 마실 수 있다.
AZALEA COCKTAIL THE MASTERS
유서 깊은 골프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릴 때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13번 홀은 색색의 진달래 Azalea로 만발한다. 진달래는 조지아주, 더 마스터스의 공식 꽃이기도 하다. 마치 그 풍경을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의 칵테일 ‘Azalea Cocktail’은 꼭 색감이 진달래와 닮았다. 한데 컬러의 비결은 의외로 석류 베이스 그레나딘 시럽.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골프 팬들을 위해 2020년 공식 스폰서 메르세데스-벤츠가 공개한 레시피에 따르면, 레몬주스와 파인애플주스 각 2온스, 보드카 4온스, 그레나딘 시럽 1/4온스를 셰이커에 넣고 잘 섞어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붓는다. 레몬 슬라이스나 웨지로 장식해 완성하면 형용할 수 없는 상큼함에 입 안에 봄이 핀다.
CAIPIRINHA WORLD CUP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인 2018년의 어느 날, 브라질의 티테 감독은 세르비아전 승리 후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에는 카이피리냐 한 잔만 마시겠습니다.” 전 세계의 축제 월드컵에서는 각국에서 가지각색의 술로 축배를 들겠지만, 월드컵 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거머쥔 브라질에선 국민 칵테일 카이피리냐를 마신다. 보드카와 럼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브라질 전통주 카샤사에 라임과 설탕만 넣어 만드니 소맥만큼 간단한데, 여기에 라임, 마늘, 꿀을 넣으면 가정 상비약으로도 활용된다. 구글에 월드컵과 카이피리냐를 함께 검색하면 월드컵을 즐기기 좋은 카이피리냐를 파는 세계 여러 도시의 바, 월드컵을 위한 카이피리냐 레시피 등 흥미로운 콘텐츠가 쏟아진다.
GLENFIDDICH MULE MIAMI GRAND PRIX
2022년 시즌부터 F1 그랑프리가 열린 마이애미에서는 첫 번째 행사를 기념해 7가지 음료를 준비해 관객을 맞았다. 선착장 바로 옆 전망대에 들어선 글렌피딕 VIP 바에서는 무려 그랑 크루 23년과 그랑 코룬 26년을 모두 선보였는데, 글렌피딕 뮬은 글렌피딕 12년으로 만들었다. 온더록 잔에 크러시드 아이스를 채우고 글렌피딕 12년 2온스, 라임주스 0.25온스를 넣어 저은 뒤 진저 비어로 탑 라인을 채운다. 그리고 민트 잎으로 장식하면 완성. 2024년에도 글렌피딕 바는 마이애미 마리나를 찾아온다. 그 밖에도 잭 다니엘 바, 하이네켄 그리너 바, 헨드릭스 3-스토리 바 등이 들어선다. 이것 참, 경기보다 잿밥에 관심이 가면 곤란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