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 스펙터의 근사한 주행.
“롤스로이스의 가치는 타협 대상이 아닙니다. 우선순위를 두자면 롤스로이스가 첫 번째, 전동화는 두 번째로 모든 변화는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 가치 안에서 이루어질 겁니다.” 작년, 롤스로이스의 CEO였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와의 인터뷰 당시 직접 들은 말이다. 롤스로이스가 그리는 전동화의 모습이 궁금하단 질문에, 그는 롤스로이스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임을 단언하며 스펙터Spectre를 슬쩍 언급했다. 그리고 1년 뒤, 스펙터가 서울을 달렸다.
스펙터는 근사했다. 이는 현대미술, 오트쿠튀르 패션, 선박 디자인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디자인에도, ‘매직 카펫 라이드’로 설명되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주행감각에도 모두 적용되는 표현이다.
스펙터의 전면부에는 역대 가장 넓은 그릴이 적용됐다. 전면부 중앙에 이렇듯 거대하여 안정적인 디자인이 중심을 잡고 있으니, 무려 2미터에 달하는 전폭도 투박해 보이지 않고 되레 매끄러운 조형미가 돋보였다. 이는 ‘패스트백 fastback’으로 불리는 지붕부터 후면부까지 흐르듯 떨어지는 실루엣으로 다시 설명되는데, 스펙터의 근사한 자태를 감상하기 좋은 측면의 대표적인 캐릭터 라인이다.
이 뿐인가. 스펙터의 근사한 주행감도 여전하다. 롤스로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매끄럽고 안정적인 주행감은 운전자의 상황과 도로 환경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플레이너 서스펜션planar suspension’ 덕분인데, 여기에 스펙터에 탑재된 전기 드라이브까지 더해지며 전에 없던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스펙터의 배터리 성능은 1회 충전 시 최대 3백83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출력은 4백30킬로와트, 최대토크는 91.8킬로그램미터다. 시속 1백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4.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스펙터는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혹독한 테스트 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혹서와 혹한의 환경은 물론, 북극의 빙설과 고산, 사막, 도시 환경을 통과하며 진행된 테스트 거리만 총 2백50만킬로미터에 달하고, 시뮬레이션한 테이터의 양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4백년 이상의 분량이다. 2년 전, 전 CEO였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의 확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지켜야 할 것은 분명하죠. 완벽을 추구하는 롤스로이스의 정신, 타협하지 않는 롤스로이스의 가치입니다.” 스펙터는 롤스로이스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임과 동시에 브랜드의 우뚝한 가치를 증명한 또 하나의 존재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