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디자인, 완전한 슈즈.
HOW TO FEEL
샘이 날 정도로 예쁜 남자 옷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 한번 입어봐?’ 이에 따른 결과는 반반. 상의는 얼추 맞지만, 하의는 대개 뜻하지 않게 로라이즈가 된다. 그럼에도 에디터는 남성복 입는 걸 즐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외유내강형이라고나 할까. 성별을 나누는 게 무의미한 시대지만, ‘남성복’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설레는 이유다. 이런 에디터에게 남성복의 로망을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제냐라고 답하겠다. 로망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실현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 이상이라니, 어딘가 울적한 마음이 들지만 달리 로망을 대체할 단어가 없는 게 사실이다. 제냐에 대한 이미지를 묘사하자면 오랜 기간 성실히 관리한 탄탄한 몸, 풍부한 식견을 가졌지만 겸손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성공한 남성이 떠오르니까. 다음 생이 있다면 드레스룸을 제냐로 채우는 성공한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인생은 오직 한 번이지 않은가? 일생을 이상만 목도하기엔 아까운 시간이다. 그렇게 여름을 목전에 둔 5월 어느 날, 평소 궁금했던 제냐의 트리플 스티치 에스파드류를 경험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윽고 손에 넣은 슈 박스. 매트한 블랙 박스에 프린팅된 코팅 로고가 상자를 열기 전부터 ‘제냐스러움’을 풍겼다. 사이즈는 6, 우리나라식으로는 250밀리미터다. 한국 성인 평균 발 사이즈의 경우 남성은 9, 여성은 5인 점을 고려하면 성별에 따른 장벽이 거의 없는 셈. 상자를 열어보니 부드러운 스웨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곧장 트리플 크로스 디테일에 시선을 빼앗겼다. 크로스 디테일의 진가는 직접 신었을 때 발휘됐다. 신축성 있는 밴딩이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미끄러지듯 편했기 때문. 뿐만 아니라 발을 안정감 있게 잡아주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마치 내 피부인 듯 가볍고 부드럽게 밀착되는 갑피는 종일 서 있어도 든든하게 하루를 지켜줬다. 안창은 여타 에스파드류와는 달리 가죽으로 한번 덧대었는데,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모여 멋진 착화감을 만든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출근 전 신발장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줬다. 특히 점잖은 룩과의 궁합은 10점 만점에 11점.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은 룩을 완성해주는 마법의 마침표와도 같았다. 에스파드류를 상징하는 로프 솔과 갑피를 연결하는 스티치가 포인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어울리는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이지만 스티치 디테일이 가장 돋보였던 건 특히 데님과의 조합. 체험 기간 며칠을 데님 진, 데님 쇼츠, 데님 스커트를 줄곧 입은 이유다. 특히 긴 바지와 신었을 때 발끝에 살짝 보이는 스티치가 고급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한 위트를 선사했다. 모든 게 안전하고 완전했다. 여름, 아니 남은 모든 계절을 함께 나고 싶은 신발이었다.
HOW TO MAKE
궁극의 럭셔리 레저웨어 슈즈, 트리플 스티치는 한 켤레도 허투루 만들지 않겠다는 제냐의 곧은 정신을 고스란히 담는다. 모든 피스는 장인의 숙련된 손길로 완성한다는 것부터 그렇다. 소재는 스웨이드, 세컨드 스킨, 리넨 등으로 출시하며 컬러 또한 다채롭다. 하나의 패턴으로 수십 개의 모델을 제작한다는 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 트리플 스티치는 제냐의 자부심이자 거듭하는 혁신을 상징한다.
HOW TO LOOK
제냐는 2024년 SS 시즌 컬렉션의 키워드로 가벼움의 미학을 꼽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알레산드로 사르토는 소재, 특히 리넨과 니트에 집중했다. 가볍고 유연한 소재지만, 형태에 긴장감을 더하는 식으로 익숙한 소재의 낯선 매력을 드러낸 것. 새롭게 진화한 트리플 스티치의 에스파드류 버전 역시 같은 맥을 따른다. 기억할 점은 전체 톤을 비슷하게 조합하면 소재가 주는 힘이 더 깊고 풍부해진다. 트리플 스티치를 스타일링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재와 컬러, 딱 이 두 가지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