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파이그의 달콤한 상상은 현실이 된다.
INTERVIEW with RONNIE
뉴욕 퀸즈의 소년은 열세 살 생일 소원으로 삼촌의 신발점 David Z에 취직한다. 스물다섯 살에 체인 전체의 헤드 바이어가 된 이 스니커즈 광은 구두 가게에서 아식스를 파는 별난 시도를 강행한다. 이를 발견한 아식스 담당자는 협업을 제안하고,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그중 한 족을 사 간다. 언론에 실린 이 제품은 출시 이틀 만에 품절이 되고 그렇게 로니 파이그는 스니커즈계 스타가 된다. 인터뷰 첫 질문은 당연히 스니커즈로 시작됐다. “제가 직접 디자인한 아식스 젤라이트 3리마스터드를 신었습니다. 1년 넘게 옷장에 있던 걸 오늘 오프닝을 위해 꾹 참았습니다. 한국은 첫 방문이에요.” 이어 2024년 여름, 스니커즈 신의 메가 트렌드를 점쳐달라고 요청했다. “편안함, 기능성, 다재다능함. 지금 시장의 히어로 아식스 GT-2160 처럼요. 뉴발란스 1906엔 계속 눈이 가요. 신스틸러죠. 나이키의 에어 풋스케이프 우븐 모델은 치고 올라오는 언더독 같습니다.”
KITH의 모든 행보는 로니의 어린 시절과 연결된다. 시리얼을 사랑했던 아이는 훗날 키스 트리츠라는 아이스크림 바를 연다. 협업 초기 단계엔 유년기 기억에서 영감을 얻는다. 소년 로니가 꿈꾸던 많은 것이 현실 세상에 펼쳐졌고 마침내 그의 상상력은 서울에 닿았다. 내로라하는 패션꾸러기들이 전부 모인 오프닝. 말을 거는 모두에게 상냥하고 나이스하게 답하는 로니가 인상적이었다. KITH가 성수동에 닻을 내린 이유를 물었다. “사실은 줄곧 서울을 눈여겨봤어요. 제 비전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캔버스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매장은 커뮤니티가 기대하는 특별한 경험을 최상위 버전으로 제공합니다.” 이어 스토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레이아웃입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인 만큼 KITH의 경험을 웅장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입구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메인 쇼핑 존으로, 다른 하나는 트리츠로 연결됩니다. 어디로 들어오는지에 따라 원하는 경험을 선택할 수 있어요. 야외 공간을 도입한 건 서울이 최초예요. 4층 테라스에선 식사하면서 날씨를 만끽할 수 있어요.” 디스플레이에도 공을 들였다. “깔끔하고 미니멀한 감성을 선호하지만 KITH 비주얼의 핵심 미학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livedin)’ 입니다. 제품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것. 집에 걸어놓은 듯한 연출을 추구합니다.”
주목받는 여느 CEO처럼 로니 역시 브랜드가 전달하는 ‘경험’에 주목한다. “품질이 좋은 상품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어요. 쇼핑이든, 다이닝이든, 생각의 공통 분모를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장소요. 독특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서울 스토어가 KITH의 세계 속 가장 강력하고 혁신적인 순간이길 바랍니다.”
KITH가 입맞춘 순간들
오픈을 기념해 라운지 공간은 전시장으로 꾸려졌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13년 협업 아카이브 역사를 볼 수 있다. 코너 한 편에는 협업 신발이 전시된 방이 있는데 스니커즈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를 보고 분명 ‘할렐루야’를 외칠 것이다.(이 방에서 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와 빈지노는 긴 대화를 나눴다.) 공동 작업은 KITH의 정체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다. 럭셔리 패션은 물론 각종 스포츠 장르와 테크 기기, 주얼리와 자동차, 마블과 디즈니 같은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KITH가 협업할 때 내뿜는 창의력에는 어떠한 허들도 없어 보인다. 파트너십은 로니 파이그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과거부터 좋아해온 브랜드를 선택한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세 가지를 꼽았다. “태그호이어는 우리와 손을 잡고 역사상 처음 35밀리미터 포뮬러 1 시계를 재출시했습니다. 제 인생 첫 시계가 바로 포뮬러 1 모델인데, KITH의 시선으로 세상에 나온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어요. BMW와의 파트너십도 제게 강렬했습니다. 저의 할아버지는 1980년대 당시 E30 M3 세단을 운전 하셨어요. 그 차에 반해 방에 포스터까지 붙여 놓았었죠. KITH가 출시한 1대 한정 커스텀 1989 BMW E30 M3과 150대 한정 생산한 새로운 M4 Competition은 10분이 채 안 되어 매진됐습니다. 저는 평생 뉴욕 닉스의 팬으로 컸습니다. 아버지와 매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경기를 보러 다녔어요. 그런 제가 2년 전, 구단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거예요. 홈 구장의 농구 코트, 팀의 시티 에디션 유니폼과 굿즈를 디자인하게 되었고요. 제 오랜 취향을 바탕으로 협업을 진행합니다. 제품과 마케팅을 통해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나아가 지속적인 영향을 남기고 싶습니다.”
1F
디테일이 넘쳐흐르는 라이프스타일 조닝은 핑크 대리석과 월넛 원목, 화이트 스톤 인테리어가 특징. 라운지, DJ 부스, 플라워 숍은 1층의 활기를 채운다. 한편 키스 트리츠에선 실제로 르브론 제임스, 버질 아블로가 조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로니의 최애 맛은 더 파이그스터 The Fiegster.
2F
올라가는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KITH & KIN’ 문구로 제작한 타일 장식이 눈에 띈다. 이 포탈을 건너 키스 모노그램이 새겨진 스웨이드 벽지를 따라 2층에 도착하면 패션 조닝이 등장한다. 남성, 여성, 키즈 컬렉션이 긴 타원형 동선으로 이어진다.
3F/4F
뉴욕 다운타운의 명물 사델스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시그니처 메뉴 프렌치토스트와 베이글, 버거, 콥 샐러드 등 맨해튼 감성을 머금은 메뉴들로 가득하다. 4층은 키스 매장 최초의 테라스로 성수의 다채로운 녹지와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
남산타워와 태극 마크를 그래픽으로 활용한 코리아 에디션을 출시한다. 라인업은 후드 티, 티셔츠, 모자, 키링 등. 협업 스니커즈는 아식스 ‘젤라이트 3 리마스터드 서울’과 클락스의 ‘왈라비’로 탄생했다. 태극의 파랑, 빨강, 하양, 검정을 차용한 컬러 블록이 매력적이다. 모두 헤어리한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럽고 포근하다. 스토어 오픈과 동시에 공개된 제품은 키스 전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만남은 키스 × 진로 스페셜 에디션. 대한민국 대표 소주 라벨과 함께한 이 펑키한 시도도 눈여겨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