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를 멈추지 않는 메이커스 마크의 선봉에, 롭 새뮤얼즈 대표.
GQ 서울엔 첫 방문이라면서요? 평생 각인될 서울의 첫날밤이 궁금하군요.
RS 서울의 톱 클래스 바를 두 곳 방문했어요. 서울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을 지닌 바죠. 그들의 크래프트맨십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고, 멋진 환대를 경험했어요. 덕분에 환상적인 첫밤을 보낼 수 있었죠.
GQ 그리고 오늘은 또 다른 원더풀 나이트가 되겠죠. 몇년간 서울의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독주 Dok-Ju’ 이벤트를 드디어 오늘 목격할 테니까요.
RS 무척 기대돼요. 흥미로워요. 메이커스 마크가 탄생한 때가 1954년이니 브랜드 역사가 벌써 70년이나 된 셈인데(증류소 역사는 200년), 다양한 문화와 접점을 만들고 각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하면서 여전히 새롭게 발견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요.
GQ 마치 브랜드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요.
RS 정확해요. 창업주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이 확립한 비전과 정신, 미래를 향한 혁신과 지향점은 여전히 살아 있거든요. ‘독주’ 이벤트가 그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예요. 창업주의 비전, 브랜드의 DNA와 굉장히 부합하는 이벤트죠.
GQ 해마다 ‘독주’ 이벤트를 보면서 무척 궁금했습니다. 전통적인 버번 브랜드로 서울에서 이런 발칙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CEO는 알까?
RS 물론이죠! 당연히 사사건건 모두 제 컨펌을 거치는 건 아니지만, 결정권을 지닌 팀원들이 브랜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문제없어요. 덕분에 독주가 이토록 성공적인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요.
GQ 일찌감치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160년 동안 내려온 레시피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벅벅 찢어 불태워버렸던 조부모님의 ‘깡’, 도전 정신은 대표의 DNA에도 각인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RS 그럼요. 조부모님, 아버지, 저는 공통적으로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해왔어요. 그런 도전이 무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간의 검증을 통해 증명되었고요. 메이커스 마크는 최초의 핸드메이드 버번 브랜드이고, 위스키 업계 최초로 커스텀 배럴 프로그램을 통한 프라이빗 셀렉션을 선보였어요. <Food & Wine> 매거진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버번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죠.
GQ 까다롭기로 유명한 ‘B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은 최초의 증류소이기도 하죠. 이런 노력이 결국 위스키 맛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흥미롭더라고요.
RS 저의 비전은 단지 위스키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아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 공헌’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죠. 탄소 배출 절감,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직원들의 복지 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저희는 위스키 메이킹에 투입되는 곡물 대다수를 ‘재생 농법’을 통해 확보하고, 매립지로 가는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제로 랜드필 zero landfill’을 실시하고 있어요. 전력은 태양광 시설을 이용해 조달하고요. 이런 노력들이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위스키 맛도 더 좋게 만들어요.
GQ 로컬 문화에 관심을 두고 협업을 통해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활동들도 꽤나 진정성 있게 느껴져요. 로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시작이 궁금해요.
RS 메이커스 마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약 30년간은 켄터키 지역 사람들이 주요 소비자였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조부모님은 지역사회에의 공헌을 중요하게 여기셨던 것 같아요. 문화, 교육,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하셨어요. 그후에 켄터키 밖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는 다양한 개인과의 연결을 넓히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를 택한 거고요.
GQ 한국의 버번 애호가들은 요즘 고도수, 프리미엄 버번에 관심이 높아요. 이 트렌드에서 메이커스 마크가 지닌 독보적인 강점은 무엇일까요? 증류소에 어떤 비밀이라도?
RS 안타깝지만 비밀은 없어요.(웃음) 저희는 모든 것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다 공개하니까요. 그럼에도 공정의 모든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점은 짚고 싶어요. 위스키 제조에 투입되는 물은 모두 저희 증류소 안의 수자원을 활용하고 있고, 호밀이 아닌 붉은 겨울밀을 사용해요. 수작업으로 롤러를 돌려서 느리게 곡물을 파쇄하고, 증류소 지역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효모종을 사용하고요.
GQ 2023년에는 ‘전 세계 100개 바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국 위스키’로 뽑히기도 했어요. 그만큼 바텐더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술이라는 뜻이겠죠?
RS 바텐더들이 메이커스 마크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에요. 균일한 맛은 곧 안정적인 칵테일 맛을 보장할테니까요. 캐릭터가 뚜렷해서 어떤 칵테일을 만들던 술의 특성이 고스란히 남는다는 점, 위스키 애호가뿐 아니라 입문자들도 즐기기 좋은 위스키라는 점도 빠트릴 수 없겠죠.
GQ 바텐더들이 입을 모아 인정할 만큼의 균일한 맛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요?
RS 베리 굿 퀘스천! 맛의 일관성을 지키려면 과정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해요. 저희는 공정 하나도 외주에 맡기지 않고 전부 증류소 안에서 제작해요. 증류소를 확장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어요. 2차, 3차에 걸쳐 증류소를 확장했는데, 처음과 동일한 설비, 동일한 프로세스로 확장했죠. 곡물도 초창기부터 거래한 농장과 농부에게서 소싱을 받고 있고요. 배럴에 담기 전 5번 테이스팅을 하는 작업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게 270킬로그램에 달하는 배럴을 수작업으로 배럴 로테이션하는 수고도 그 까닭이죠.
GQ 오늘 마침내 공개될 프라이빗 셀렉션 역시 업계 최초죠?
RS 프라이빗 셀렉션도 최초이지만, 커스텀 배럴 프로그램 역시 위스키 업계에서는 유일해요. 바 노츠, 더부즈 한남, 바밤바, 바 잇트, 베스퍼 등 5개 바가 5가지 패널을 이용해 만든 프라이빗 셀렉션은 조합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를 지니고 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거, 메이커스 마크네!”라고 느껴지는 시그니처 맛이 존재하죠. 전부 ‘Uncut & Unfiltered’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예요. 배럴에서 온 원액 그 자체죠.
GQ 이쯤 되니 궁금하네요. 메이커스 마크의 CEO 롭 새뮤얼즈에게 메이커스 마크란?
RS 가족의 유산이자, 지역 사회이자, 개인의 고유성이자···.
GQ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겠군요. 켄터키 토박이들이 향유하는 메이커스 마크의 독특한 음용법이 있나요? 가령 우리는 감기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먹는 민간 요법(?)이 있습니다.
RS 글쎄요. 버번을 즐기는 방법은 켄터키나 서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저는 힘든 하루의 끝에 집에 돌아와 이렇게 즐기곤 합니다. 메이커스 마크 한 잔에 커다란 얼음 한덩이를 넣고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한 모금 홀짝!
GQ 죽기 전에 마실 한 잔의 술을 메이커스 마크 프라이빗 셀렉션의 조합으로 말한다면?
RS 좋은 질문, 아니, 가혹한 질문입니다! 사실 몇 달 전에 제 프라이빗 셀렉션을 만들었어요. 4개는 Cuvee, 4개는 Mendiant, 2개는 French Spice를 넣어 다크하면서도 리치한 바디감이 있는 맛이 나요.
GQ ‘막잔’하는 기분으로 묻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메이커스 마크 칵테일은요?
RS 바로 지난주 금요일에 마신 칵테일이에요. 저희 증류소에서 칵테일 큐레이터가 만들어준 ‘블랙베리 올드패션드’. 저희 증류소로 놀러 오실래요?
경고: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