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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크 전문가들이 고른, 편의점 술과 안주 꿀조합 4

2024.08.06김은희

여름밤을 어슬렁어슬렁.

김대영 | <일본 위스키, 100년의 여행> 저자

위스키 아포가토
평소 제가 즐기는 조합은 스페인의 셰리, 포르투갈의 포트·마데이라, 이탈리아의 마르살라와 같은 주정 강화 와인과 바닐라아이스크림입니다. 산미와 넛티가 두드러지는 와인과 달콤한 바닐라아이스크림의 조합은 에스프레소와 먹는 아포가토 못지않죠.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술로 이 매력을 끌어내보자면 블렌디드 위스키인 조니워커 블랙을 추천합니다. 접근성이 좋은 위스키 중에서도 피트 향이 가장 밸런스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위스키 아포가토의 핵심은 피트 향입니다. 짚이나 나무를 태울 때 나는 향, 훈제 향, 크레졸 향, 정로환 향···, 위스키에서는 이런 향을 통틀어 피트 향이라고 칭하는데, 실제로 제게는 시골 할머니 댁에서 아궁이에 나뭇가지로 불을 피워 놀던 어린 때를 떠올리게 하는 마음 따뜻한 향입니다. 이 피트 향은 차가운 하이볼이나 온더록스로 마실 때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피트 위스키를 떨어뜨리면 향미가 더욱 돋보여요. 바닐라아이스크림은 위스키 숙성에 사용하는 버진 오크가 품은 가장 큰 풍미인 바닐라 맛과도 닮아 있고요. 그래서 피트 위스키와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만나면 달콤하고 차가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는 것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피트 향 나는 한 스푼 꼭 해야겠어요. 비 오는 날과 참 잘 어울리거든요.

밤의 배경 음악
이탈리아 가수 로렐라 쿠카리니 Lorella Cuccarini의 노래 ‘La Notte Vola’를 추천합니다. 디스코풍의 신나는 1980년대 말 노래입니다. 여름밤에 위스키 아포가토와 함께 더위를 싹 날려줄 겁니다. 최근 이 곡의 35주년 기념 뮤직비디오도 나왔는데 옛날 뮤직비디오와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어요. 독특한 손동작 안무도 따라 해보면 생각보다 신납니다.

즐기는 법
1. 움푹한 잔인 고블렛이나 쿠프에 바닐라아이스크림을 적당량 담는다.
2. 아이스크림 위에 조니워커 블랙을 취향에 따라 적당량 골고루 따른다.
3. 맛밤을 곁들여도 좋다. 맛밤의 구수한 맛과 씹는 맛이 위스키와 아이스크림 합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이면 무엇이든 괜찮지만 이왕이면 하겐다즈를 추천한다. 바닐라 맛이 진해서 위스키의 강렬한 킥에도 밀리지 않는다.

영수증
조니워커 블랙 200ml, 1만9천9백원
하겐다즈 바닐라 파인트, 1만5천5백원
맛밤, 2천4백원

장새별 | F&B콘텐츠 스타앤비트 대표

술고드름
야구장에 소주가 반입되던 시절인 십수 년 전에 즐겨 먹던 거예요. 고드름 아이스크림에 팩소주를 따라놓고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깜빡했다가 5회가 지나서야 발견했을 때 슬러시처럼 된 술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꿀떡꿀떡 한 두 모금 안에 마시니 승패와 상관없이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갈 정도로 취기가 돌아서 당시 애용했습니다. 현재는 고드름 얼음 제형이 바뀌어서 슬러시화되지 않고, 소주보다 조금 더 비싼 술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어른이 됐다는 게 차이점이랄까요. 덥고 지칠 때는 맛과 향이 복잡한 술을 피하는 편이에요. 패배의 화도 누그러뜨려주던 필승 레시피였던 만큼 이 여름밤 무더위 열기도 충분히 식혀줄 거예요. 요리는 원래 집에서 술안주로, 배고플 때, 친구들 올 때 자주 해 먹는 메뉴인데, 평소에는 닭가슴살을 반으로 가른 후 바질 페스토와 초리조, 옥수수 콘, 모차렐라, 통후추 등 그때그때 원하는 재료를 넣고 오븐에 구워 먹습니다. 이번 기회에 편의점 재료로는 어떻게 만들어볼까 고민했을 때, 향신료와 소스에서 오는 감칠맛이 요리의 핵심이다 보니 이를 대체할 나초와 프로슈토를 골랐어요. 짠맛, 고소함, 스파이스. 이 술이 갖고 있지 않은 맛만 쏙쏙 골라 모은 고자극 맛입니다.

밤의 초청장
지금도 어딘가에서 마감으로 고통받고 있을 ‘야근러’들에게 추천합니다. 적당한 한 잔은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즐기는 법
1. 색고드름 안에 보드카를 넣고 고드름 속 액상 과즙이 얼음 밖으로 살짝 색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거나 저어서 마신다.
2. 나초는 잘게 부수고 후추가 많이 묻은 닭 가슴살 부분을 결대로 찢거나 자른 후, 이들을 모차렐라 치즈와 프로슈토로 감싼 뒤 전자레인지에 5~7초(치즈가 살짝 녹을 정도) 돌린다.
* 보드카는 브랜드와 상관없이 어떤 제품이든 괜찮다. 곁들여 먹을거리의 간이 세게 느껴진다면 일반 닭 가슴살이나 닭 가슴살 캔 제품을 활용해도 좋다.

영수증
스미노프 보드카 200ml, 1만2천원
색고드름, 3천원
도도한 나쵸 치즈, 1천5백원
하림 닭가슴살 블랙페퍼, 4천5백원
존쿡 프로슈토&모짜렐라, 5천5백원

로크만 막심 | 레스케이프 마크 다모르 헤드 바텐더

오리엔탈 터치
평소에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맛을 구현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한식을 꼽으라면 단연 미역국입니다.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편한 것을 선호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미역을 즐겨 구매합니다. 어느 여름날 저녁에 집으로 초대한 친구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고, 당시 편의점에서 사둔 재료들로 만들었어요. 미역의 짭짤한 맛이 전통적인 칵테일을 색다르게 표현해줄 것 같았어요. 칵테일과 언제나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는 귤과 꿀로 상큼 달콤한 맛을 더했습니다. 김 한 장을 고명으로 사용하니 해초가 들어간 알코올과 어우러져 이 칵테일이 가진 동양적인 매력이 극대화되고 감칠맛이 한층 더 풍부해져 매력적인 풍미가 완성됐어요. 여러 재료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맛과 멋을 냈고, 오리엔탈 터치라 이름 붙인이 칵테일은 곧 우리 모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료가 됐습니다. 때로는 문화와 즉흥적인 창의성에서 최고의 레시피가 나오죠.

밤의 테이블
가볍고 바삭한 쌀 과자와 약간 달콤하기도 한 참깨 스낵은 부드럽고 상쾌한 오리엔탈 터치와 만족스러운 대조를 이룹니다. 홀짝이며 에린 모겐스턴의 를 읽으면 좋겠어요. 신비로운 이야기가 유쾌한 풍미들과 어울려요.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Summertime’은 완벽한 음악적 배경이 될 겁니다.

즐기는 법
1. 화요 41 350밀리리터에 미역 20그램을 넣고 24시간 우린다.
2. 이를 두 번 거른 다음 55밀리리터를 준비한다.
3. 껍질 벗긴 신선한 귤 반 개를 셰이커에 넣어 잘 으깬다.
4. 꿀 15~20밀리리터(당도는 취향대로 조절), 신선한 레몬주스 25밀리리터(물과 레몬즙을 1:1로 섞어 만들어도 된다)를 준비한다.
5. 모든 재료를 얼음과 함께 셰이커에 넣고 흔든 다음 두번 걸러서 쿠프에 담는다.
6. 김 한 장을 가니시로 곁들인다.
* 화요 41 대신 화이트 럼을 활용해도 된다.

영수증
화요 41 375ml, 2만7천원
청정자른미역 20g, 9백90원
명가 참기름 김 20g, 2천8백원
잡화꿀 500g, 1만3천50원
레몬 3입, 4천2백90원
하우스 감귤 500g, 7천4백90원
참깨 스틱, 2천원
참쌀 선과, 4천8백90원

박준하 | <취할 준비> 저자, 전통주 소믈리에

독도태극주
파워에이드와 홍초 조합인 ‘태극주’를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을 거예요. 이를 ‘초록병 소주’라 불리는 희석식 소주로만 응용하는 게 아쉬웠어요. 희석식 소주는 원재료가 대부분 외국산인데 우리술은 모두 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제가 이름 붙인 ‘독도태극주’는 우리나라 증류식 소주인 동해 22를 활용해보았습니다. 동해 22는 CU와 강원 평창 케이알컴퍼니 농업회사법인이 지난해 독도의 날(10월 25일)을 맞아 출시했고, 우리쌀 증류 원액이 1백 퍼센트 들어간 22도 프리미엄 증류주입니다. 증류식 소주 가운데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고, 목 넘김이 깔끔하고 경쾌해요. 여기에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이니 싱그러운 산미가 필요한 것 같아서 파워에이드 대신 블루레몬에이드를 더했어요. 만약 술을 잘 못 드신다면 동해 22와 홍초 비율을 1:1로 조정하거나 블루레몬에이드 양을 늘리면 돼요. 반대로 잘 드신다면 동해 22를 많이 넣어도 무방한 유연한 레시피입니다. 달지도 독하지도 않아서 그야말로 술술 넘어가는 술이에요. 주류 전문가로 활동하지만 실은 저도 주량이 소주 석 잔밖에 안 되거든요. 안주로는 술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지방과 단백질의 향연, 부드러운 포션 치즈와 감자칩을 추천합니다.

밤의 동반자
동해 22는 니트로 즐기셔도 좋습니다. 이때는 생새우회처럼 깔끔한 해산물을 곁들여보세요. 요새 편의점에 우리술이 참 많거든요. 가볍게 다가가보세요. 2017년부터 전통주는 온라인 구매도 가능합니다.

즐기는 법
1. 얼음컵에 블루레몬에이드 100밀리리터를 넣는다.
2. 동해 22 7, 홍초 3의 비율로 100밀리리터에 맞춰서 섞는다.
3. 얼음컵 벽면에 섞인 술을 서서히 붓는다.(숟가락 등을 컵 벽에 댄 채 부으면 더 좋다.)
4. 자연스럽게 층이 만들어지며 태극무늬가 된다.
* 동해 22와 홍초를 섞은 다음 얼음컵에 붓는 것이 핵심. 알코올이 물보다 가벼운 성질을 이용한 플로팅 기법으로, 그렇지
않으면 술이 막무가내로 섞여서 보라색이 된다.

영수증
동해 22 375ml, 9천원
바이탈 홍초 석류 50ml, 1천3백원
블루레몬에이드, 1천2백원
체다 치즈 3매입, 2천원
래핑카우 8포션 치즈, 7천9백원
레이즈 트러플 감자, 2천원

    포토그래퍼
    김래영
    푸드스타일리스트
    문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