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좀 한다’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목! 대세는 트레일 러닝이다.
확실히 대세는 대세다!
‘러너의 시대’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트레일 러닝 대회를 찾았다. 장차 트레일 러너가 될 포부로 미리 사전답사를 다녀온 것. 지난 6월,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2024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이 대회의 사전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10분 만에 매진되었다는 뉴스 한 줄 때문이었다(아이돌 혹은 임영웅 콘서트 티켓만 순식간에 매진되는 줄 알았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는 국제트레일러닝협회(ITRA)의 공식 인증을 받은 국제대회다. 국내는 물론 해외 트레일 러닝 크루들도 대거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작년까지는 이틀에 걸쳐 진행했는데, 올해는 5년째 이 대회의 공식 파트너사로 참가해 온 호카의 브랜드 데이가 마련되어 3일간 진행되었다. 대회의 첫날을 장식한 호카 브랜드 데이는 호카 부스 운영과 각종 이벤트로 구성되었다. 그중 팀 호카의 고민철, 김진희, 박소영 선수가 함께하는 트레일 러닝 세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세션을 통해 선수들은 20여 명의 참가자와 함께 대회 사전 트레일 러닝을 진행했고, 별도의 Q&A 시간을 가졌다.
참가인원은 모두 2천2백여 명, 응원차 참석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3천여 명이 트레일 러닝 대회의 축제 같은 열기를 공유하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트레일 러너들의 열정은 어마어마했다. 20km, 42km를 뛰어야 한다. 그것도 포장된 도로가 아닌 가파른 숲길이다. 얼핏 생각하면 두렵지 않을까 싶은데, 표정들이 지나치게 밝다. 참가선수들은 대회장에 왔다는 게 꿈만 같다고도 했고, 뛸 생각을 하니 너무 좋아 죽겠다는 말도 했다. 도심에 국한된 종목과 달리 트레일 러닝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고스란히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러닝이나 라이딩, 기타의 종목으로 단련한 이들이 트레일 러닝에 매료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거다. 누군가에는 새로운 경험을, 누군가에게는 혹독한 도전인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연령층도 다양했다. 주축을 이루는 세대는 2535, 그 외에도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세대의 경계 없이 자연과 하나 되어 순수하게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번 대회는 전국 최대 야생화 군락지인 꽃길과 백운산(1,426m) 정상으로 이어지는 해발 1,100m 능선의 운탄고도를 끼고 펼쳐졌다. 백두대간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천상의 트레일 러닝 코스는 스카이 마라톤 42K, 스카이 하프 20K, 입문자들을 위한 스카이 런 12K의 3개 종목과 가족 단위 참가자를 위한 키즈 레이스 종목으로 운영되었다. 각각의 코스마다 트레일 러닝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이내믹한 난이도를 선보였다.
트레일 러닝 코스의 도전적인 지형과 장거리에 대응하려면 지구력과 체력 못지않게 중요한 필수 장비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입을 모아 가장 먼저 꼽은 장비는 트레일 러닝화다. 가파른 경사와 고르지 못한 지표면, 거기에 날씨 변수로 인한 환경 변화에 대비하려면 트레일 러닝화의 탁월한 접지력과 반발력이 요구된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의 슈즈를 눈여겨 살펴봤는데, 60~70%가 호카의 트레일 러닝화였다(호카의 자회사인 데커스 아웃도어는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 40%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로 성공하려면 일상에서 다수가 선택하는 제품부터 체크하라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참가자들 얘기로는, 검증된 쿠셔닝과 견고한 접지력이 우수하단다. 거기에 초경량 소재로 무게를 최소화해 러너들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제일 많이 눈에 띈 슈즈는 붉은 오렌지색의 호카 스피드고트 6였다. 스피드고트 3를 만난 후부터 줄곧 이 시리즈만 신고 뛴다는 한 참가자가 이 슈즈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며 세심한 안내를 이어갔다. 스피드고트 시리즈의 최강점은 다운힐에서 허벅지로 쌓이는 충격을 쿠션이 막아준다는 점이다. 다운힐에서 받는 충격은 레이스 후반에 근육을 굳게 만드는데, 스피드고트 덕분에 끝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번 6 시리즈는 미드솔의 앞과 뒷부분의 높이 차이를 5mm로 개선해 미드풋 착지에 유리하도록 설계했다. 이전 모델의 부드러운 쿠셔닝보다는 단단한 쿠셔닝을 제안해 반발력을 높였다는 점도 칭찬했다. 때마침 경기를 마친 팀 호카 소속 고민철 선수와 박소영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고민철 선수는 얼마 전 GQ가 진행한 트레일 러닝 관련 인터뷰에도 등장했던지라 조금 더 친숙한 기분이었다.
“일반 러닝화와 트레일 러닝화는 차이가 있어요. 장시간, 장거리를 달려야 한다는 점에서 가벼울수록 부담이 적겠죠. 그래서 무거운 트레킹화와는 달리 발목 부분이 없어요. 이 부분은 테이핑을 통해 커버가 가능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민철 선수에 이어 박소영 선수가 설명을 이어갔다. ”트레일 러닝 코스는 아무래도 까다로운 지형을 견뎌내야 하잖아요.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접지력이에요. 잘 만들어진 트레일 러닝화를 신었다면, 어떠한 코스도 두렵지 않죠.”
두 선수는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고 싶은 GQ 독자들을 위해 격려의 말도 전했다. “트레일 러닝은 변수가 많아요. 날씨, 환경, 컨디션이 상황마다 바뀌죠. 이러한 변수마저도 자연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요? 도심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참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게 트레일 러닝의 매력이니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세요.”
일단 트레일 러너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가 부러웠다. 2천2백여 명의 러너들 틈에 섞여 당장에라도 달려 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초보 트레일 러너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별 동호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니 내년에는 꿈을 이뤄보는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