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오스스 소름이 돋는 호러 영화가 제 맛이라지만, 무서운 걸 전혀 못 보는 사람이라면? 여기 무늬만 호러인 영화들이 있다.
❶ 내 친구 파이도
2006년에 개봉한 영화인 <내 친구 파이도>. 좀비들과 인간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세계관이 펼쳐진다. 행동이 느리고 어눌한 좀비들은 인간들의 집에서 집사나 가정부로 일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챙긴다. 영화의 주인공은 티미라는 소년. 티미는 바쁜 부모님 대신 좀비인 파이도와 모든 것을 나눈다. 그런 파이도가 사고를 쳐서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티미는 파이도를 지키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각각의 개인으로 존재하며 느끼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좀비 영화의 형식으로 풀어 낸 작품으로 파이도와 티미의 엄마가 춤을 추는 장면이 일품!
❷ 새벽의 황당한 저주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데뷔작.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설정은 여타 영화나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좀비와의 결투를 매순간 코믹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특히 주인공이 좀비를 대할 때 수집해둔 레코드판을 던지거나 엄청난 운전 실력으로 좀비떼를 빠져나가거나 하는 부분은 <베이비 드라이버> 탄생의 단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엔딩까지 보고 나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이야 말로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좀비의 삶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❸ 웜바디스
영화 <어바웃 어 보이> 속 꼬맹이, 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로맨스 눈빛 발사하는 좀비가 되어 나타났다. 주인공 R은 폐허가 된 공항을 하릴없이 걸어다니며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좀비다. 좀비이기에 R의 심장은 멈춘지 오래. 그러나 비행기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 줄리를 만나면서 R의 심장이 다시 뛰게 된다. 니콜라스 홀트의 얼굴 구경도 재미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의에 대해, 우리의 멈춘 심장이 다시 뛸 수 있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며 감상하면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❹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가면무도회에 참가할 뱀파이어들의 일상을 취재진들이 가서 촬영한다는 설정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오래도록 이어져온 뱀파이어의 설화를 활용하여 유머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화의 흐름에 따라 내가 알고 있던 속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있다. 영화 속에는 인터넷을 처음 설치한 뱀파이어가 모여 다같이 유튜브를 보는 장면도 나온다. 그들이 무엇을 검색했는지를 깨닫는 순간 마음 한쪽이 찡해진다. 시트콤으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영화를 보고 재밌었다면 시트콤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