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츠와 슈즈 사이에서 색다른 스타일링을 만들어 내는 양말의 힘.
디올 맨 DIOR MEN
무용수에서 사진작가로 전향한 삼촌 콜린 존스가 남긴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사진에서 영감받은 킴 존스. 그는 누레예프의 무대 위와 밖의 모습을 조명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포착한 쇼츠 룩에 매듭지은 터번과 헤드밴드를 더한 룩이 시선을 끌었는데 여기에 다채로운 색깔의 양말과 발레리나 플랫을 매치한 스타일링으로 자칫 고루할 수 있는 룩을 동시대적으로 만들었다.
로에베 LOEWE
조나단 앤더슨은 아티스트 리처드 호킨스와 협업하며 ‘콜라주 된 현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줬다. 그의 그림을 직접 프린팅할 뿐만 아니라 스타일링에도 마구 헝클어지고 다시 조합한 룩을 선보인 것. 조나단은 신발이 양말에, 양말이 바지에, 바지가 재킷에 뒤엉킨 네오 그런지 룩을 떠올렸고 런웨이엔 단정한 슈트부터 가죽 팬츠, 트랙 팬츠를 양말에 찔러 넣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장난기 많은 소년들의 모습이 줄줄이 이어졌다.
JW 앤더슨
로에베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르게 조나단 앤더슨은 자신의 브랜드에선 좀 더 과감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과 그의 아내이자 화가인 크리스틴 큐브릭의 그림에서 영감받은 컬렉션은 두 사람의 관계처럼 때론 그녀의 그림이 프린팅된 드레스가 돋보이게, 때론 그의 영화처럼 에로티시즘이 반영된 모습으로 드러났다. 특히 젠더 플루이드 룩으로 꼽을 수 있는 복서와 양말 위에 시스루 스타킹을 더한 스타일링은 영화 속 니콜 키드먼의 관능적인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듀란 랜팅크 DURAN LANTINK
LVMH 프라이즈 파이널 리스트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는 듀란 랜팅크는 무릎을 훌쩍 넘는 니삭스 부츠로 극단적인 비율을 제안했다. 스키 스웨터, 보디슈트, 업사이클링한 나일론 재킷에 볼륨감을 주고 하체는 니삭스 부츠로 빈틈없이 조여 그가 의도한 실루엣을 완성한 것. 몸에 대한 욕망을 비틀고 해체하며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그의 시도가 니삭스 부츠로 완성도를 높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