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넬로 쿠치넬리 웹사이트의 디자인과 개발 방식에 인공지능을 사용한 솔로메이 AI 프로젝트. 주요 개념과 기술 구성 요소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의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생성형 AI가 여러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요즘, 패션계 역시 다르지 않다. 이탤리언 럭셔리를 대표하는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브랜드의 또 다른 얼굴인 웹사이트를 새로이 구축했다. 최상의 클래식을 만드는 패션 하우스가 첨단 기술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유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인간과 기술이 머리를 맞댄 곳에서 피어나는 혁신은 고대 문명에서도 그랬듯 강력한 서사를 지닌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밀라노의 테아트로 피콜로. 웹사이트를 처음으로 소개할 장소이자 웹의 미래를 내다보는 자리다. 창립자 브루넬로는 레드 와인 컬러의 스트라이프 수트를 입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건축가 마시모 데 비코 팔라니, 브랜드의 인문 기술 책임자 프란체스코 보틸리에로와 무대에 섰다. 오늘의 주인공 솔로메이 AI를 이 자리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솔로메이 AI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올 하반기에 공개될 솔로메오 도서관에서 시작된다. 솔로메오는 이탈리아 중부의 소도시로 브랜드가 탄생한 지역이자 창립자의 고향. 2021년 6월 마시모와 건물 디자인을 완성할 무렵, 브루넬로는 이 도서관에 고대 이집트의 제노도토(도서관의 책임자였으며 역사상 최초로 저자 이름의 알파벳 순서에 따른 도서 분류 방식을 생각해낸 언어학자)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질문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현자처럼 답변해주는 플랫폼. 브루넬로는 곧바로 수학, 공학, 철학, 예술 분야의 연구원들을 모아 팀을 꾸렸다.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AI 해결사를 만들려는 계획은 이렇게 시작됐다.
솔로메이 AI라는 이름 아래 시작된 첫 번째 프로젝트가 웹사이트 개발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힘을 합쳐 만든 사이트에 대해 브루넬로가 말한다. “나는 항상 신기술에 관심이 많지만 그 기술이 우리의 영혼까지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AI를 도입할 때 가장 중요시했던 점은 인본주의에 기반을 두는 것이었다. 유저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심했다.
웹사이트는 페이지와 메뉴의 개념을 없애고, 방문자 앞에 콘텐츠가 자유롭게 흐르고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솔로메이 AI 플랫폼은 사용자가 찾는 것을 시각적으로 즉시 나타내주는 데 방점을 둔다.”
그의 설명대로 새로운 홈페이지는 스크롤과 검색 엔진을 활용해 방문자가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뒤로 가기, 앞으로 가기 두 개의 선택지만 있는 똑똑 끊기는 페이지 전환 대신 물이 흐르듯 유연하게 화면이 바뀌며 정보를 안내한다. AI의 역할은 실시간으로 방문자의 의도를 파악, 콘텐츠를 제안 및 구성하는 것이다. 브랜드 자체에 관한 콘텐츠만이 아니라 브루넬로 개인, 기업가로서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었던 책, 장소, 사람도 엿볼 수 있다. 브랜드 스토리와 관련 없는 질문은 친절하게 답변을 거부한다. 솔로메이 AI를 통해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방향성을 심도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마시모가 솔로메이 AI 로고에 관해 설명을 덧붙였다. “심벌을 통해 우리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서로 마주 보고 입맞춤을 할 듯 보이는 두 개의 옆모습 중 왼쪽은 고대 그리스 신의 얼굴, 즉 인간의 지성을 의미한다. 오른쪽 얼굴은 AI를 표현한다. 뇌에 별들을 그려 넣은 이유는 언젠가 AI도 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감동하지 않을까 하는 우리의 작은 바람 같은 것이다. 인간 지성과 테크놀로지의 아름다운 만남을 담고 싶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희망이 깃든 프로젝트는 브랜드의 유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AI 기반으로 전한다. 인공지능은 결국 인류의 창의성을 발전시킨다는 믿음으로 앞으로 협업을 이어갈 예정. 그 출범을 알린 솔로메이 AI 프로젝트는 www.brunellocucinelli.ai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OW IT WORKS
솔로메이 AI의 건축가, 테아노
다음 두 구성 요소가 구상하고 설계한 것을 실제로 구축하는 기술 엔진이다.
솔로메이 AI의 언어학자, 칼리마쿠스
읽고, 이해하고, 학습하고, 쓰고, 번역하고, 소통하는 구성 요소. 콘텐츠를 검증, 재구성, 수정한다.
데모스테네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언어와 표현 방식을 선택한다.
디오스쿠리
사이트와 방문자 간의 대화를 보호하기 위해 대화의 흐름을 감독하고 올바른 루트로 안내한다.
소크라테스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파악한다.
솔로메이 AI의 화가, 타미르
방문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정보를 즉각적으로 보여주어 사이트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 글
- 박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