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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범규 “사리지 않고 다 하고 싶어요”

2024.09.23전희란

새벽 3시의 범규, 오후 3시의 범규.

스터드 디테일의 후디, 솔리드 옴므 × 스테판 쿡.

GQ “새벽 3시와 낮 3시가 공존하는 사람”. 범규를 표현한 말 중 가장 좋아해요.
BG 저도 좋아해요.
GQ 짐작은 가지만, 범규의 언어로 듣고 싶어요.
BG 전에는 낮 3시의 제 모습만 알려졌던 것 같아요. 밝은 모습도 있고 아이처럼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것도 분명 맞지만, 그것이 저의 전부처럼 비춰질 때도 있었어요. ‘범규는 밝은 사람’으로 규정되고 나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주었던 게 후회도 되더라고요. 이러다 사람들이 나를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고요. 이제는 제게 감성적이고 진지한 모습도 있다는 걸 많은 분이 알아주셔서 좋아요. 편해요. 새벽 3시와 낮 3시처럼 전혀 다른 모습이 공존한다는 게 메리트이고, 분명한 캐릭터잖아요. 재미있는, 좋은 수식어 같아요.
GQ 새벽 3시와 낮 3시의 범규는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BG 예전에는 그랬어요. 밖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주다가 퇴근하고 혼자 있을 때는 방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너무 컸거든요. 어떨 땐 ‘이런 나는 내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지금은 이런 모습도 저이고, 저런 모습도 저라고 받아들여요.

레더 톱과 슬리브리스, 팬츠, 슈즈, 모두 드리스 반 노튼.

GQ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 시점이 있어요?
BG 그냥, 자연스러웠어요. 연차가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 안의 생각들이 정리되더라고요. 나를 조금 더 받아들이고, 적어도 내가 나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자고, 생각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찾아왔어요.
GQ 발목 부상으로 <지큐> 촬영이 한 차례 취소된 적이 있어요. 그 뒤로도 투어 중이라 몸을 사릴 거라고 짐작했는데, 곧 <운동짱 범규> 시즌 2를 시작한다고요? 이 화보 촬영도 범규의 의지로 다시 성사되었고요.
BG 사리지 않고 다 하고 싶어요. 예능이든, 화보든 저를 알아봐주고 불러준다는 건 제게 굉장히 큰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감사함이 너무 커요. 그래서 최대한 잘하고 싶어요.
GQ 투모로우바이투게더처럼 세계적인 아이돌이 하기는 쉽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요. 우리는 의외로 많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니까.
BG 저는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고 느껴요. 아이돌은 넘쳐나고, 멋있고 잘하는 분은 너무 많잖아요. 그 많은 분 중에서 나를 불러주셨다? 놀랍죠.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 해요. 우리 멤버들도 개개인으로 너무 빛나는 사람들이잖아요. 한때는 ‘나는 왜 내 무기가 없을까?’라는 고민도 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연차가 쌓이다 보니 주위에 주어진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더 감사하죠. 요즘은 이런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요. 힘든 것보다 행복이 더 커요.

점프 슈트, 톱, 삭스, 플랫 슈즈, 모두 디올 맨.

GQ 그동안의 인터뷰에서 ‘행복’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는 일이 흥미롭더라고요. 요즘은 어때요?
BG 요즘은 그냥 행복해요, 솔직하게.
GQ 행복을 바라보는 눈에 변화가 있었나요?
BG 저는 원래 일상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희 삶이 간혹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분통할 때도 있었고, 소소한 행복이 멀어져 간다는 사실에 우울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 너무 많더라고요.
GQ 전에 개인 라디오 콘텐츠 <범이디오> 에서 “일상에서 오는 사소한 행복에서 행복을 느끼기로 했다”고 한 표현이 신선하게 들렸어요. 그동안 저는 행복은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느끼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BG 더듬어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지나가버리는 것이 많더라고요. 좀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느끼려고 하다 보니 별게 다 행복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노력을 했고, 지금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보우 셔츠, 로에베.

GQ 저에겐 촬영장으로 오는 차 안에서 범규가 부른 아도이의 ‘Wonder’ 영상과 반짝이는 한강을 번갈아 보면서 음악을 들은 게 오늘의 작은 행복이었어요. 영상도 전부 범규의 아이디어였다고요?
BG 저는 어떤 커버 곡을 하겠다고 결정할 때, 이 곡으로 어떤 영상을 찍을지 시뮬레이션을 다 해봐요. 처음 그 음악을 듣고 느낀 감정과 떠오른 장면을 영상으로 옮기고 싶어서 최대한 처음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Wonder’나 시티팝 음악을 들으면 머릿속에서 촥 펼쳐지는 풍경이 있어요.
GQ 이미지가 확 펼쳐지게 만드는 음악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BG 음···, 그런 것 같아요.
GQ 인디 음악, 오래된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까닭일까요?
BG 지금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래전 시대에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하늘이 맑아서 고개만 들면 별이 쏟아질 듯했던, 지금보다는 훨씬 감성 있는 시대였을 것 같아요. 장소는 어디든 괜찮아요. 옛날 음악을 들으면 살아보지 않은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레이어드 디자인 니트 톱, 아미. 데님 팬츠, 벨리에. 슈즈, 마르셀.

GQ 최근엔 카메라에도 빠져 있죠? 어떤 풍경 앞에서 카메라를 들어요?
BG 강물이나 바닷물이 일렁이는 장면, 비 오는 날 한강 가로등 앞에 비가 떨어지는 모습이 반사되는 풍경, 쭉 늘어진 길에 차 한 대 휙 지나갈 때 순간 같은.
GQ 찍는 순간을 좋아해요, 나중에 꺼내보는 순간을 좋아해요?
BG 찍는 순간. 감성 있잖아요.(웃음) 사실 제 카메라가 필름, 디지털 겸용인데 주로 디지털로 찍어요. 인화하러 가기는 귀찮아서. 아하하. 카메라 속 멤버들의 엽기 사진들은 멤버들 생일 때 공개해야죠.
GQ 요즘 꽂힌 말 있어요? 곡을 만들 때 메모장에 적어둔 단어를 조합한다고요.
BG ‘천국’. 이 이상은 말할 수 없어요.
GQ 최근에 곡 작업한 건요?
BG 최근에 부상 때문에 쉬면서 두세 곡 정도 썼어요. 그리고 또 피아노랑 기타로 쓰고 싶은 곡이 있어요. 최근에 일렉 기타를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그 전에는 독학으로 쳐서 몰랐던 게 너무 많았더라고요. 기초부터 하나씩 다시 배움으로써 곡을 쓰거나 연주하는 데 더 다양한 구성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요. 제가 쓰고 싶은 곡은 아직 구상 단계예요.

니트 블루종, 티셔츠, 쇼츠, 부츠, 모두 페라가모.

GQ 범규의 구상 작업은 어떻게 돼요? 사람마다 곡 쓰는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BG 간혹 기가 막힌 라인이나 멜로디가 하나 생각나면, 그걸 절대 잊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억을 해둬요.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도 화장실에서 손 씻다가 베이스 라인이 갑자기 떠올라서 쓴 곡이에요. 채 마르지도 않은 손으로 녹음기 켜서 불러놓고, 작업실로 달려가 이틀 동안 밤새워 썼어요. 한번 ‘필’ 받으면 빨리 쓰는 편이에요. 요즘은 자려고 누워서 엄청 많은 생각을 하는데, 어떤 라인 앞에 뭐가 올지, 뒤에 뭐가 올지 상상하는 게 재밌어요.
GQ “그 전까지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같고, 이제 실눈 정도 뜬 것 같다. 그래도 눈을 감은 것과 뜨고 있는 건 큰 차이니까.” 첫 미국 투어를 담은 다큐멘터리 <OUR LOST SUMMER>에서 범규가 한 이 말이 너무 멋지게 들렸어요.
BG 오호, 나 봐라?
GQ 지금은 어느 정도 눈을 뜬 것 같아요?
BG 지금 하고 있는 투어를 다 마쳐야 알 것 같아요.
GQ 첫 투어를 끝내고 마침내 실눈을 떴을 때는 무엇이 보이던가요?
BG 가장 먼저 보인 건 저희 팬클럽 ‘모아’. 텅 빈 관객석 앞에서 공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그리고 투어하고 나면 실력도 그렇고, 그 밖의 것들도 엄청 많이 늘어요. 끝난 뒤에 뒤돌아보면, 그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블레이저, 웰던.

GQ 음악의 힘을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 기억나요?
BG 작년 미국 투어 때요. 비행기에서 허회경 님 음악 들으면서 힘들고 불안했던 마음이 다 사라지는 경험을 했어요. 마치 마법처럼.
GQ 그때는 무엇이 범규를 힘들게 한 것 같아요?
BG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GQ 음악의 거대한 힘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질 때는 없었어요?
BG 음악의 힘이 주는 두려움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틀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뒤섞이면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긴장을 많이 해요. 이건 기분 좋은 떨림이라기보다는 버티기 힘든 떨림에 가까운데, 이 긴장은 무대를 많이 해도 줄어들지 않더라고요. 부디 제 심장이 버텨줬으면!
GQ 그럴 땐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요?
BG 리프트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눈을 감고 세뇌해요. “너 이때까지 잘 해왔고, 오늘도 잘할 수 있어, 잘할 수 있어.”
GQ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는 고통이나 아픔을 전혀 못 느낀다고요?
BG 미쳐서 그래요.(웃음) 상황에 기분 좋게 미쳐서 완전히 집중, 몰입이 되거든요. 한번 몰입을 하고 나면 아픈 것도, 불안한 것도 전혀 문제가 안 돼요. 리프트가 딱 멈추는 순간 눈을 뜨면서 무대에 포커스가 맞춰지면 ‘안 좋은 기분 다 꺼져!’ 하는 거죠. 그때가 되면 진짜로 재밌어요.
GQ 정말 궁금해요, 그 기분.
BG 한번 올라와 보실래요? (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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