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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노래엔 비밀이 있다, 당신의 음악 취향은?

2024.10.05신기호

음악적 취향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법.

음악이라는 방대한 영역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어쩌면 무모한 일일 수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시작점에서부터 발현된 원초적 형태의 음악을 상상해보면, 아득한 역사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음악이라는 본질을 탐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난제를 친근한 접근법으로 돌파해낸 이가 있다. 버클리 음악 대학의 심리음향학과 음반 프로듀싱 전공 교수인 수전 로저스 Susan Rogers다. 어려서부터 라디오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자란 수전은, 음악을 취향이나 스타일로 구분하지 않고 그저 듣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끼며 모든 음악을 경계 없이 흡수했다. 때로는 열정적인 탐험가의 자세로, 때로는 느긋한 관망자의 태도로 감상의 태도를 영리하게 바꿔가며 음악이라는 대상에 몰두한 성장기는 그를 오디오 기술자, 녹음 엔지니어, 프로듀서, 교수로 키워내며 완성된 음악가로 만들었다.

그런 수전이 어떻게 ‘음악’에 접근하면 좋은지,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감상하면 좋은지, <당신의 음악 취향은 : THIS IS WHAT IT SOUNDS LIKE>이라는 책을 통해 친절히 안내한다. 마치 ‘가이드북’ 같은 수전의 이 친절한 안내서는 결국 음악적 취향이라는 개인의 세계를 탐구하듯 살펴보며 ‘왜’라는 질문을 통해 (이를테면 이 노래가 왜 좋은지, 이 노랫말은 왜 아름답게 다가오는지와 같은) ‘음악’ 본질의 비밀을 풀어가는 흥미로운 여정으로 이끈다.

“음악은 가장 ‘나다운’ 대목이 어느 지점인지 드러낼 수 있다. 몽상에 잠기거나 꿈의 나래를 펼칠 때 내 마음이 어김없이 향하는 바로 그곳이다.” 수전은 책을 통해 개인의 음악적 취향을 함께 찾고, 이해하며, 때론 적극적으로 제발 취향을 발견하라고 다그친다. 그래야만 좋은 청자가 될 수 있다고, 나아가 자신의 저 깊숙이 잠들어 있는 내밀한 본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결국 음악적 특징을 이해하는 일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다행인 건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울 것 같은 이 ‘음악’이라는 존재를 향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이해해야 하는지 수전이 쉽게 알려준다는 것. 수전은 오디오 기술자로, 프로듀서로, 또 교수로 모습을 척척 바꿔가며 청취의 원리에 대해, 음악의 차원에 대해, 나아가 풍성한 음악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경험과 감상에 대해 트렌디한 지금의 아티스트, 앨범, 음악을 예로 들어가며 쉽게 설명을 잇는다. 그리하여 수전의 <당신의 음악 취향은 : THIS IS WHAT IT SOUNDS LIKE>을 읽고 있노라면 음악은 단순히 소리의 조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저마다 다른 인간이라는 존재의 다양성(취향)을 통해 음악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재생되고, 선택되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코드쿤스트는 책 커버에 이런 서평을 남겼다. “나를 이루는 많은 것이 나에게서 시작된 듯하지만, 실은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왔다는 것.” 음악은 곧 개인의 취향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수전의 생각과 많은 부분 닮아 있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