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19금, 생각은 EBS, 행동은 투니버스, 목소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이름은 김남길.
GQ 조금 전엔 <GQ> 유튜브를 찍고 왔죠? <흑백요리사>에서 맛있다고 화제가 됐던 마라 크림 딤섬 레시피를 정지선 셰프에게 직접 전수받았다고요.
NG 출장 가서 끼니를 때우는 정도로만 해봤지 평상시에 이렇게 요리해볼 기회가 없거든요. 비밀인데, 화보와는 또 다른 콘텐츠라 (더) 재밌었어요.
GQ 스태프들은 남길 씨 딤섬의 춘권튀김 옷이 빈약해서 ‘대머리’라고 놀렸지만, 저는 입에 넣을 때만은 셰프 딤섬보다 더 편했습니다. 단출해서···. 하하.
NG 그게 다 먹는 분들을 배려해서 의도한 거예요.(웃음) 텍스트만으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분들은 <GQ>유튜브 꼭 봐주세요.
GQ 요즘은 어딜 가나 <흑백요리사> 얘기죠. 취미나 챙겨 보는 콘텐츠 있어요?
NG 촬영할 땐 촬영에만 집중하는데 간혹 짬 나면 바이크 타러 나가요.
GQ 스피드를 즐기는 이런 김남길의 모습은 초면인데요?
NG 스피드를 즐길 때도 있고 클래식한 바이크를 탈 때도 있고요. 실은 취미를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다음엔 <GQ> 바이크 화보로 돌아와야죠.(웃음)
GQ 그에 앞서 <열혈사제>가 5년 만에 시즌 2로 돌아옵니다. 5년 동안 김남길과 김해일이 달라진 점을 하나씩 꼽는다면요?
NG 일단 둘 다 조금씩 늙었고.(웃음) 액션이 조금 힘들어졌달까. 모니터링하다보면 예전엔 조금 더 정확하게 빨리 움직였는데 싶더라고요. 반면 조금 더 성숙해진 부분도 있는데 화가 좀 줄었어요.
GQ 극중 캐릭터가 분노 조절 장애 사제인데 화가 줄면 어떡해요.
NG 이제는 경험과 노하우가 생겨서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표출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여전히 버럭하고 성질을 내기도 하지만 화를 내는 느낌이 좀 많이 달라진 게 느껴지실 거예요. 사람 김남길도 좀 유연해진 것 같고요.
GQ 액션신은 1.2배속으로 보면 완화가 될까요?
NG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1.1배?(웃음)
GQ 김해일은 신에게 용서받았다고 합리화하는 죄 지은 자들을 단죄합니다. 김남길은 절대적인 힘 혹은 절대자의 존재를 믿나요?
NG 그럼요. 사람은 사실은 굉장히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힘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실 자연에 비하면 인간은 되게 나약하잖아요. 전 종교는 없지만 지방에 가면 성당이나 절에 가요. 특히 사찰은 산이나 숲속에 있으니 자연과 함께하는 편안함이 있고, 성당 안은 뭔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GQ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잖아요. 가령 “운명을 믿나요?”, “영원을 믿나요” 같은 질문을 나누듯이. 보이지 않는 믿음에 대해 묻는다면 무엇을 믿냐고 묻고 싶나요?
NG “전생을 믿니?”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서요. 조금이나마 더 좋은 일을 하려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걸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연결되어 있다고 믿나 봐요. 이번 생만 살고 말아버리면 그런 생각 필요 없잖아요.
GQ 시즌 1 방영 당시 <열혈사제>가 시청률 20퍼센트를 넘으면 눕방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도 했는데. 시즌 2의 목표 시청률과 공약을 정해본다면요?
NG 동료들과 우리의 케미를 작품 밖에서 보여줄 현실 예능을 해보고 싶다고 하긴 했어요. 시청률 15퍼센트 넘으면 노개런티로 예능 기획해서 나가볼래요.
GQ 김남길에 대한 팬들의 댓글 중에 이런 베댓이 있어요. “얼굴은 19금, 생각은 EBS, 행동은 투니버스, 목소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NG 진짜 잘 지은 것 같아요. 진지하기도 하고 장난스럽기도 한 나라는 사람의 총체적인 여러 얼굴을 그렇게 정의해준다는 게 참 고마운 것 같아요. 이제는 대체할 표현을 떠올리려고 해도 더 나은 대안도 없어요.(웃음)
GQ 평소 이미지를 생각하면 “행동은 투니버스” 대목에서 물음표를 찍게 돼요.
NG 현장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나이에 맞지 않게 장난기가 많아서 그러나 봐요.
GQ 아직 소년미가 있으신 것 같아요. 뭔가 철들지 않는.
NG 철들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냥 조금 더 진중하게 더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있지만, 사람들이 얘기하는 철 같은 거 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GQ 미담 제조기답게, 추석 연휴 내내 촬영장에서 일한 스태프 150명에게 신발을 선물했다는 미담이 들리던데. 최근 김남길의 마음을 덥힌 미담이 있나요?
NG 작품을 보고 힘을 얻었다며 사람들이 진심으로 편지를 써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힘들 때 제 작품을 보면서 아픔을 잊을 수 있었고 어떤 고민에서 발전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편지를 받을 때 배우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 어떤 영광을 누리거나 금전적 행운이 주어지거나 시청률이나 관객 수가 많이 느는 개념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가 더 뿌듯해요. 내가 하는 일로 다른 사람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되게 좋은 일이잖아요. 길스토리 같은 경우도 사회적으로 좀 보답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지만, 나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작품을 하나 만들 때도 소홀함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GQ 김남길의 문화 예술 NGO 길스토리는 ‘자립 준비 청년’, ‘어르신 주거 안전’, ‘동물 보호’등 다양한 공익 활동을 하는데, 주제를 좁힐 생각도 있어요?
NG 작품 할 때마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공유하고 배워가면서 저도 성장하거든요. 한 작품 속에 작가가 대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감독과 배우가 표현하고 싶은 바가 다 다르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관심사들이 조금씩 늘어요. <도적>을 찍으면서 말에 대한 보호가 열악하다는 걸 알게 됐듯이요. 조금 더 같이 잘 살 수 있는 고민을 하다 보니 관심사도 넓어지고, 살면서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좀 도와주면서 살자고 인식 자체를 늘여갈 수 있는 활동들을 계속해요. 사실 오지랖이 넓기도 하고.(웃음)
GQ 자립 준비 청년 단편영화는 3년 전에 밝힌 관심사를 실제로 실천한 프로젝트더라고요. 길스토리가 앞으로 전하고 싶은 새로운 이야기는 뭘까요?
NG 사는 것 자체가 힘드니 마음의 위로를 해주고 싶어요. 요즘은 믿을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묻지 마 범죄도 많아지고.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제안,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어요. 오늘을 잘 살고 내일을 더 잘 살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마인드에 대한 리프레시가 되도록.
GQ 어제가 마침 한글날이었는데, 더 나은 대체어를 찾기 힘든 말에 대한 김남길의 언어를 공유받고 싶어요. 이를테면 “고생했어”, “수고하세요” 같은 거요.
NG 그러게요. 이게 ‘Good job’이랑은 또 다르거든요. 돈 받고 고생하셨다니 놀리는 건가.(웃음) 특히 윗사람한테 쓸 때 진짜 애매해서 고민돼요. 오늘 우리 고생하고 수고스러웠다 대신 좋은 하루였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은데.
GQ 담백하게 “오늘 즐거웠어요. 재밌었어요. 좋았어요” 하는 것도 좋은 인사죠.
NG 저는 “다음에 봐요. 덕분에 좋았어. 진짜로 또 봐요” 할 것 같아요. 그냥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면 형식적인 인사지만 “또 봐요. 조만간 연락드릴게요” 하면 어떤 바람을 담는 대사 같잖아요. 근데 “오늘 좋았어”도 직설적이긴 하네요. 여러 가지로 기분 좋은 말 같아요.
GQ 인터뷰 전에는 ‘김남길’ 하면 고독하고 쓸쓸한 연기부터 떠올랐어요. 오늘은 의외의 초딩 재질과 수다스런 면모를 발견하고 돌아갑니다.
NG 아까 얘기했죠. 질문 하나 하면 수만 가지 대답을 해줄 수 있다고.(웃음) 예전에 그런 깊은 캐릭터를 잡은 이유는 배우라면 그 사람을 얘기할 때 떠오르는 강한 이미지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양조위 같은 중화권 배우들을 보면서 이미지적인 걸 많이 연구했죠. 전에는 더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면,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더 담백해지는 것 같아요.
GQ 오늘 김남길 화보가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된다면, 어떤 이미지였으면 해요?
NG 다채로운 무지개 같은 느낌. 고독하고 깊고 외로운 듯한 느낌에 소년미, 19금의 섹시함, 댄디한 느낌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떤 콘셉트로도 여러 색깔을 담을 수 있고, 또 그 색깔 중 하나를 특화시킬 수 있는 배우면 좋겠어요.
GQ 한 사람이 그런 매력을 다 지니기 어려운데, 균형 잡힌 예쁜 육각형이네요.
NG 다르게 얘기하면 어디 하나에도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말도 돼요. 잘하는 게 하나도 없고 왜 조금씩은 건드릴 줄 아는 사람 있잖아요.(웃음)
GQ 하지만 김남길은 큰 육각형이니까요. 차기작으로 격정 로맨스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후속작 <트리거>가 또 액션극이더라고요.
NG 그러니까요 무슨일이에요. 도대체 언제까지 몸을 갈아 넣어야 하나. 내년엔 <트리거>로 인사드릴 거예요. 지금도 로맨스를 하고 싶어요. <노트북>처럼 애절한 로맨스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같은 밝은 거 해보고 싶어요.
GQ 기분 좋은 여담인데, 한 스태프는 <굿바이 솔로> ‘이한’ 때부터 남길 씨 좋아했대요. 또 다른 스태프는 종일 김남길 솔로곡 ‘사랑하면 안 되니’ 부르고요.
NG 과거의 특정 캐릭터가 아니라 김남길을 쭉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아요. 그렇게 성장하는 과정을 서로 함께해서 제가 이렇게 계속 연기하는 것도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한 우물만 파셔야···.(웃음)
GQ 오늘 좋았습니다. 즐거웠어요.
NG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