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근 손 끝.
조광효ㅣCHOKWANG101 · 201
GQ 요리를 누구한테 배운 적은 없으시죠?
KH 네.
GQ 세 번 물었던 질문이에요, 백종원 심사위원이 <흑백요리사>에서 동파육을 먹고선.
KH 그렇죠.(웃음)
GQ 질문만 놓고 보면 참 묘하잖아요. 독학이라서 잘했다는 건지 못했다는 건지.
KH 그러니까요. 그때 화구 온도가 세서 춘권 튀김이 살짝 오버쿡됐어요. 대신 소의 양을 조절해서 어느 정도 버티게는 만들었는데 그게 잘못됐나, 난 떨어졌구나 그랬죠. 그런데 쿨하게 “합격” 하고 가시더라고요.
GQ 그때 메뉴명이 ‘<철냄비짱> 8권 19페이지 게살 춘권’, ‘<맛의 달인> 2권 25페이지 동파육’이죠. 실제로 만화방을 운영하셨다고요.
KH 원래 자전거 회사에서 디자인을 했어요. 그러다 당시 홍대에 ‘즐거운 작당’ 같은 만화방이 생기면서 만화방이 유행했어요. 그래서 친구랑 우리도 저런 거 하자 해서 만든 거예요. 만화방인데 만화책이 거의 차지도 않았어요. 돈이 없어서. 음식을 팔면서 돈을 남기자 생각해서 만화책에 나오는 음식들을 그때 만들었어요. <심야식당>에 나오는 달걀말이, 나폴리탄 스파게티 그런 거.
GQ 제일 처음 따라 만들어본 요리는 뭐예요?
KH 생각해보면 만화방에서 요리 만들기 전에, 어렸을 때 누나랑 <미스터 초밥왕>을 보다 달걀초밥 만들 때 달걀에 레몬즙을 넣으면 부풀어오른다는 내용을 보고 따라 해봤어요.
GQ 잘되던가요?
KH 아니요.(웃음)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GQ 만화방 하면서 따라 만들어본 요리들은요?
KH ‘요리왕 비룡 떡볶이’가 잘 팔리던 때 친구랑 건대에 있는 사천요릿집에 갔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원래 매운 걸 좋아하기도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비행기 타고 사천에 가서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는 거예요. 그 기억을 토대로 요리를 막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사천요리 관련 책도 사고, <철냄비 짱>이 중국요리만 다루거든요. 그래서 그걸 계속 읽었어요. 많은 힌트가 있더라고요. 고추기름 내는 방법, 식재료의 조합···. 또 <요리천하>라는 만화를 봤는데 그게 대박인 거예요. 여기서는 만두를 찌고 튀기는 방법부터 ‘이류보류 以類補類’라는, 어디가 아플 때 어떤 음식을 먹으면 되는지 그런 이야기도 나오고 진짜 재밌더라고요. 돼지고기를 다져서 만두피를 만들고, 불을 쓰지 않는 요리도 만들고, 햄버거 패티 안에 메추리알을 넣어 만들고. 그걸 보면서 많이 따라 했어요. 만두가 진짜 어려워요.
GQ 그땐 또 잘되던가요?
KH 아니요. 그래서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게 여기(조광201)예요. 꿈을 하나 갖고 요리를 해야겠다. 미쉐린 등재하는 걸 목표로 요리해보자. 그래서 진짜 밤새우면서 요리했어요. 주 7일을 요리하고, 일요일에 손님 모아서 요리 내어보고, 요리를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제가 마파두부를 제일 좋아하는데, <흑백요리사>에서 처음에 제일 자신 있는 요리 하라고 할 때도 마파두부를 하고 싶었어요. 제일 장기간 연구했어요. 원래 마파두부 만들 때 두반장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썼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수입이 잠깐 끊긴 거예요. 그 소식을 듣고 철렁, 이거 어떡하나. 한국 두반장으로 만들었더니 그 맛이 안 나요. 그래서 두반장을 만들어보자. 두반장이 잠두콩이라는 걸로 만드는데 제일 비슷한 게 한국 집된장이더라고요. 브랜드별로 집된장을 사서 두반장 만드는 대로 숙성시키고,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봐서 먹었는데 ‘됐다’, 이제 수입길이 끊겨도 내가 만들어 쓸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 한 입 먹는 순간 여태까지 해온 과정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마파두부는 제가 진짜 좋아해요. 그러고 보니 그게 계기였겠네요, 제가 요리를 좋아하게 된.
GQ 진짜 요리사가 됐는지 증명 받아보고 싶었다던 마음은 지금 어때요?
KH 아직 셰프까지는 아니고 여기 장지동의 요리사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GQ 셰프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길래요.
KH 총주방장 같은 거죠. 주방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실력 출중하고. 저는 그 정도는 아니고 팀원 한 명 정도 실력이 되지 않았을까.
GQ 그런데 레스토랑 두 곳이나 운영하시잖아요.
KH 장사는 적당히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요리사가 됐는지는, 이에 대한 고민이 많죠.
GQ 진정한 요리사란 무엇일까요?
KH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요리사로 취직이 가능한 사람 같아요. 요리장 뽑는다 했을 때 “저 갈게요” 할 수 있는 사람. 저는 기본이 없으니까 “너 이것도 몰라?” 이런 말을 들을 게 뻔한 게 느껴져요. 그들이 쓰는 용어도 잘 모르고. 콤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나도 요리 학교 나왔으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친한 요리사들이 막 생기고 하니까 오히려 더 많이 하는 것도 같은데, ‘아, 아직 나는 할 게 더 남았구나’ 싶어서 그건 또 재밌어요.
GQ <맛의 달인> 2권 25페이지를 보고 동파육을 맛있게 만들어내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요.
KH 계량을 진짜 열심히 해야 해요. 원하는 계량을 찾는, 그 확률을 좇는 게 요리 같아요.
GQ 미쉐린 등재가 목표이신가요?
KH 미쉐린을 따면 부끄럽지 않게 제 아들에게 “아빠 요리사야”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항상 뭘 하든 장인이 되고 싶어 했거든요. 저걸 진짜 잘하고 싶다. 이번 계기로 느꼈어요. 계속 꿈꾸면 언젠가 되는구나. 그래서 거창한 목표를 세운 거예요. 계속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야죠.
GQ 원 스타? 투 스타? 스리 스타?
KH 아니요, 아니요, 빕 구르망이라고 합리적인 음식을 제공하는. 저는 그래도 자기 객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는 절대 못 갑니다. 이번에 요리사들이랑 얘기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스타는 다르구나. 누구라고 얘기는 안 하겠는데, 어떤 요리사는 손님 예약이 들어오잖아요, 그럼 그 사람 페이스북이나 그런 걸 전부 검색해본대요. 취향을 파악하려고. 똑같은 음식이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르대요. 염도를 다르게 하거나, 그 사람에게 맞춰서. 그런 집착이 있어야 따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나도 열심히 하니까 빕 구르망은 노려보자 싶기도 하고.
GQ 아까 만두 빚는 게 진짜 어렵다 하셨는데 오늘 촬영 때 만두를 빚어주셨네요.
KH 예쁘게 빚는 게 어렵죠. 항상 일정한 스펙이 나오기가 어려워요.
GQ 만두 빚는 건 어떻게 배우고 익히셨어요?
KH 그냥 계속 빚었는데요. 반죽의 비율은 <중식 면식 바이블>이라는 책에서 보고 배웠고, 빚는 건 계속했죠.
GQ 주요 메뉴예요? 계속 연습하신다는 걸 보면.
KH 아니요. 그냥 초심 잃지 않으려고 하는. 주요 메뉴는 아니고요.
GQ 초심? 만두가 처음 접한 중화요리가 아닌데 어째서 초심이라고 하세요?
KH 만두를 빚는 건 똑같은 작업을 하는 거잖아요. 계속 똑같은 일을 하려고. 그런데 요새는 직원들이 더 잘 빚어요.(웃음)
GQ 더 연습하셔야겠네요.
KH 네, 더 해야 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만하면 됐다’거든요. 그러지 않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