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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알던 여름은 없다

2024.11.18신기호

2024년은 이미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인류가 배출한 탄소의 양은 ‘최악의 시나리오’의 예측보다 훨씬 더 많다.

글 / 정수종(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 센터장)

요즘 매일같이 많은 분이 질문을 해왔다. 도대체 올해 여름은 왜 이런 것이냐고, 한국만 이런 것이냐, 앞으로도 여름은 계속 이럴 것이냐, 정말 지구에 큰 문제라도 생긴 것이냐고 묻는 분이 너무 많았다. 복잡한 질문들이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기후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알던 여름은 없다. 뙤약볕이 내리쬐다 시원하게 소나기라도 한번 내리면 서늘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지던 그런 여름은 이제 없을 것이다. 즉, 기후는 변했고, 한국만이 아니라 전 지구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문제는 생기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눈부시게 빛나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엄청난 문명의 발전을 이룩한 인류가 왜 지금 이런 극단적인 환경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일까. 바로 온실가스 때문이다. 전 세계 많은 과학자가 수십 년의 연구 끝에 밝혀낸 결과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난 것이다. 대략 1850년을 기점으로 인류는 땅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꺼내 태우기 시작했다. 땅속에 고이 묻혀 있던 석탄을 연료로 이용해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통해 우리는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태워진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조금씩 쌓이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쌓인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는 한번 대기로 배출되면 최대 2백 년까지 공기 중에 머무를 수 있다. 즉, 지금 이 순간 지구 전체적으로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어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1백99년 3백64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대기 중 농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마치 투명한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커피 원액 샷을 한 잔 두 잔 부으면 점점 진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지금 인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기에 지구의 기후가 변한 것일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 문제를 정말 예측하지 못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정확히 탄소 배출이 늘어나면 기후가 매우 심각하게 변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예측을 전혀 현실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탄소 배출과 기후 예측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통 지금부터 2100년까지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지구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기후 변화 시나리오’라는 것을 작성한다. UNFCC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참여해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국가 간 기후변화협의체인 IPCC에서 다양한 과학자가 모여 총 5개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5개 중에는 인류가 앞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서 탄소 중립에 도달하면 대기 중 온실가스가 줄어들어 기후 변화의 속도가 완화되는 좋은 시나리오부터, 탄소 감축을 위한 특별한 노력 없이 지금 이대로 그냥 아주 편하게 탄소를 마구 배출하며 살아가는 나쁜 시나리오까지 모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시나리오는 2016년을 출발점으로 2100년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총 5개의 그럴싸한 미래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자, 이제 우리는 5개의 다른 미래 탄소 배출량을 가졌으니 5개의 다른 탄소배출량에 따른 지구의 미래 기후 변화를 전망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는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탄소 증가에 따른 지구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가 지구 공기에 이산화탄소를 살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가 아닌 가상의 지구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 그게 바로 ‘지구 시스템 모델’이다. 간단히 지구 시스템 모델은 지구의 대기, 해양, 육지, 생태계 등의 요소들을 물리, 화학, 생물학 법칙에 근거해 수학적으로 모수화해서 컴퓨터에 투영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컴퓨터 모델에 인간이 설정한 5개의 다른 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넣어 실험을 하고 미래 기후 변화의 양상을 전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2016년부터 미래를 전망했으니 2024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미래 어딘가에 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설정했던 미래 시나리오 중 과연 어떤 미래에 와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은? 참담하다. 2024년 현재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가장 나쁜 시나리오의 그 양보다 훨씬 더 많다. 즉, 지금 우리는 과거에 우리가 절대 가서는 안 된다고 했던 나쁜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미래에 와 있는 것이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는 것은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만들어놓은 나쁜 본보기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런 미래에 와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이 들어봤을 것 같은 <6도의 멸종>, 영국의 환경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라이너스가 출판한 책의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후 6도가 오르면 지구의 생명체는 멸종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작가는 우리가 계속 언급한 가장 나쁜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지구 시스템 모델이 예측한 결과를 가지고 6도의 멸종을 언급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우리는 6도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2100년이 되면 6도에 도달하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신 차려야 한다. 과학은 이미 문제를 짚어주고 해결책 또한 제시했다. 다만 인간이 그걸 무시했을 뿐이다. 그럼 계속 무시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전 지구적으로 극단적인 폭우, 폭염, 폭설, 폭풍이 빈번하게 올 것이며 그 강도 또한 해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지구 시스템 모델이 보여주는 미래는 그렇다. 남극에는 얼음이 없고, 뜨거운 태양의 지중해는 모래로 뒤덮인다. 인구밀도가 높은 뭄바이나 광저우 같은 대도시는 물에 잠기고, 이미 기후 변화 취약성이 매우 높은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물 부족으로 인한 국가 간 또는 부족 간 분쟁이 일어날 것이다. 반드시 전쟁이 발생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후 변화로 인한 물, 식량, 자원 부족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사실 지역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 변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 환경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종 다양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또한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것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벌의 실종. 그 많던 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1백 퍼센트 기후 변화 때문은 아니지만,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야생벌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온난화로 인해 증가한 말벌이 꿀벌의 개체수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수분 매개가 필요한 식물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결국 생태계 먹이사슬 가장 아랫단의 식물과 곤충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가장 상단의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까지 영향을 끼쳐 전체 생태계 구조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의 구조 변화는 결국 인간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위협 요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지면에서 지구의 미래 기후 변화를 모두 논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해야 할 점은 오늘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기후 변화 양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제는 과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가 굴러가는 마차를 세우지 못하면 머지않아 지구라는 마차는 절벽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마차를 세우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대기 중에 탄소가 쌓이지 않도록 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미래는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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