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고에서는 서두르지 마시기를.
“어서 타요, 친구.” 은색 픽업 트럭 안에서 모호크 헤어스타일을 한 유쾌한 총주방장 본 마비 Vaughan Mabee가 말한다. 우리는 뉴질랜드 오타고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이자 번지점프의 발상지, 자칭 “이 세계 모험의 수도”인 퀸스타운 관내 바로 외곽 지역에 와 있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이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드리죠.”
본 마비는 매년 스릴을 찾아온 2백만 명이 가는 오타고 Otago와는 또 다른 오타고로 우리를 초대한다. 북적이고 유명한 퀸스타운의 거품 너머로 펼쳐진 이곳은 뉴질랜드에서 아직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지역으로, 부드러운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역동적인 와이너리이자 과거 골드러시 전초기지가 이제는 대담한 개성으로 재탄생했다. 독특한 키위 정신으로 정의되는 요리와 접객 방식 등 색다른 스릴을 선사하는 이 지역에서 마비는 말하자면 사냥과 채집, 오타고 지역의 경이로운 자연을 전도하겠다는 열정적인 집착의 연장선에서 아미스필드 Amisfield를 운영하고 있다. 마비가 만든 요리 중 가장 존경받는 메뉴는 직접 사냥한 파라다이스 오리(뉴질랜드에 서식하는 대형 물새류로 마오리족 언어로 푸탕기탕기라고도 부른다)로 만든 샤퀴테리다. 새의 실제 날개 모양과 비슷하게 숙성시켜 만드는 요리로 일종의 고기의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나라의 여름이 끝나는 무렵인 2월 말에 만났다. 마비는 먼저 6번 국도를 따라 차를 몰며 오타고에서도 와인 양조로 유명한 두 곳의 소도시 배녹번 Bannockburn과 깁스톤 Gibbston을 가로지르는 그림 같은 계곡으로 향했다. 그러다 호주에서 가장 높고 대동맥 격인 산맥 크라운 레인지 로드 Crown Range Road의 구불구불한 커브 길을 올라갔고, 자갈길로 방향을 틀고 나서야 차를 멈추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눈 덮인 봉우리, 열대 우림과 맞닿은 빙하 등 끔찍하리만치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세계적인 섬에서 불안할 정도로 경치가 썩 좋지는 않은, 마치 주머니 속 같은 곳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마비가 나를 엘더베리 나무 덩굴로 이끌더니 짙은 보라색 구슬을 한 줌 움켜잡아 쥐여준다. “이걸 먹어봐요.” 그의 명령에 머금은 보라색 구슬들이 나무 향을 뿜어내며 입맛을 돋운다. 길 건너편에는 오래된 사과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이제 이걸 먹어보시고.” 이번에는 과일 몇 개를 내 쪽으로 던지며 말한다. 나는 이내 마비가 사실상 자신의 식료품 저장실을 구경시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는 귀한 농장이나 고급 과수원은 아니에요. 그냥 이런 곳이에요.”
갑자기 그가 무언가를 쫓기라도 하듯 뛰듯이 빨리 걷기 시작했다. 내가 따라잡았을 즈음 마비는 어떤 지점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게 바로 포르치니 버섯의 사촌 격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버섯 중 하나인 볼레테예요.” 마비는 거대한 버섯 갓 위로 흙이 만들어낸 지붕 형태에 경탄하며 말했다. “가을이 오면 길가에 버섯이 가득할 것 같아서.” 마비는 이미 메뉴에 볼레테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번 시즌 첫 번째 버섯이라며 흙에서 슬슬 빠져나오도록 버섯을 잡아당겼다.
그날 밤 아치형 천장 아래 조용한 공간인 아미스필드에 마련된 식사 자리에서 25가지 코스로 구성된 퍼포먼스 퍼레이드 중 일부로 거대한 버섯이 내 테이블에 도착했다. 일종의 테라리움 형태로 담겨 나온 버섯은 마치 황금빛 풀과 이끼로 덮인 돌에 둘러싸여 있던 자연 서식지에서 내 앞의 이 단정한 접시로 순간 이동한 듯 거의 요리하지 않은 날것처럼 보였다.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맛있는 식재료를 맛보는 경험은 오타고에서만 누릴 수 있는 완벽한 즐거움이다. 이 땅은 속도를 늦추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더 멀리 떠나보는 모험에 대한 보상을 준다.
이틀 전 퀸스타운에 도착한 후 차를 렌트했기에 오타고 곳곳이 무척 가깝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차로 20분 정도 거리의 외곽에 있는 애로타운 Arrowtown은 골드러시가 시작됐을 때 2만 명이 넘는 탐험가가 희망을 찾아 오타고로 몰려들던 시절인 1860년대 마을 풍경을 세심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전 세계의 동화 속 산골 마을처럼 애로타운은 고급 상점과 골동품 상점 사이 펑키한 아트 갤러리들이 드문드문 자리해 있고, 굉장한 부유층과 창의적인 괴짜 모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나는 시내 중심가의 숨은 골목에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갤러리인 애스터 브리스티드 Astor Bristed에 들렀다. 뉴질랜드의 신진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 이 갤러리는 근처 옥탑방에서 운영하다가 2022년에 이 공간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 작가의 첫 전시예요.” 갤러리의 젊은 주인 로지 브리스티드 Rosie Bristed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철제 액자 속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꽃 그림을 감상하면서 이 작품을 그린 아티스트 이름이 퍼거스 로버트슨 Fergus Robertson이고 뉴질랜드 남쪽 섬 캔터베리의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 출신이라는 사실을 막 알게 됐을 때였다. “원래 액자를 만들던 사람이에요. 꽃을 사랑하는 남자다운 사람이죠.”
웰링턴 출신인 로지 브리스티드는 오타고 남동쪽 해안에 있는 더니든 Dunedin에서 대학을 다녔고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애로타운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요.” 그녀는 애로타운에 좀 더 예술적인 느낌을 불어넣고 싶었고 이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갤러리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저 문만 열고 나가도 몇 분 안에 깨끗한 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어요.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이죠.”
다음 날 아침 나는 북쪽의 호숫가 리조트 마을인 와나카 Wānaka로 향했다. 그곳에 들르는 단 한 가지 이유이자 하룻밤 숙박 예정인 미나렛 스테이션 알파인 로지 Minaret Station Alpine Lodge로 가는 유일한 이동수단은 헬리콥터다. 휴양지로 유명한 이 나라에서 미나렛은 현지인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데, 1995년에 부지 5만 에이커를 매입한 항공 사업가 팀 월리스 Tim Wallis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이곳은 여전히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며 그들의 감성을 반영하고 있다. 부지 중 30퍼센트는 키위 사람들이 ‘목장 Ranch’을 의미하는 단어 ‘팜 Farm’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70퍼센트는 동식물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목초지로 내버려두고 있다.
미나렛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와나카 호수를 거의 다 지나갈 때쯤이면 자연이 그저 존재할 뿐 아니라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환상적인 광경 중 하나로 작은 호수가 있는 조그마한 섬이 보인다. 섬에 착륙 후 나는 기이한 봉우리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한 로지를 향해 하이킹을 떠났다. 나무로 된 미니멀리즘 독립형 캐빈 4개가 우아한 본관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휴양지치고는 희소하게도, 미나렛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무심한 듯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 정책을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업장 선반을 뒤져 맛있어 보이는 무엇이든 골라 마실 수 있음.” 나는 해 질 무렵 인근 마을인 카르도나 Cardona에서 증류한 진으로 만든 마티니를 들고 복숭아색과 구아바색으로 소용돌이치는 하늘 아래 앉아 산에서 내려오는 붉은 사슴 가족을 굽어보았다. 직접 기른 양고기로 저녁 식사를 할 때 보았던 목가적인 풍경의 서사시는, 숙소로 돌아왔을 때 따뜻한 물이 찰랑이게 채워진 욕조로 이어졌다.
미나렛은 투숙객이 이곳의 모든 풍경과 더욱 내밀해질 수 있도록 가이드 하이킹부터 섬 남쪽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Fiordland National Park 헬리콥터 투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맞춤형 투어를 제공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말과 관련된 모든 것에 정통한 가이드인 엘리 네스빗 Ellie Nesbit이 이끄는 승마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날의 놀라운 투어를 함께한 말은 오닉스 종마인 샘 Sam이다. 샘과 함께 언덕을 넘어가는 1백 마리가량의 사슴 무리를 보았는데 이 무리는 이 농장에서 사슴고기를 얻고자 사육하는 1만 마리 중 일부라고 한다. 호수 기슭에서 라이딩이 끝나자 마법 가루를 뿌린 것처럼 자그마한 테이블에 샤퀴테리와 차가운 로제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쾌락적이고 화려한 한 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훨씬 더 원초적인 무언가가 울림을 주었다.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다른 세상에서 아주 멀리 멀어져 있다는 느낌.
뉴질랜드는 이전에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수많은 사실을 품고 있었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가 플라이 피싱을 하기에 가장 뛰어난 곳 중 하나라는 명성, 그리고 오타고가 뉴질랜드 전체에서 낚시꾼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곳 중 하나라는 사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진 나는 아미스필드에서 식사를 마친 다음 날, 숨겨진 보석과도 같이 깜빡하면 놓칠 만큼 작은 마을 마카로라 Makarora 외곽의 거친 야생에 자리한 부티크 플라이 낚시 체험장 시더 로지 Cedar Lodge를 향해 차를 몰고 갔다. 지역의 최북단이다.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고급스러운 액티비티 전문 기업 일레븐 Eleven이 최근 인수한 이 숙소는 4개의 게스트 스위트와 아늑한 라운지 공간이 있는 웅장한 A 프레임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착하자마자 시더 로지의 매니저인 스코티 리틀 Scottie Little이라는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남자가 환영한다. 그는 마치 내 기대에 부응하듯 뉴질랜드가 초보 낚시꾼에게 유독 어려운 환경인 이유를 재빠르게 설명했는데, 미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강에서 양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는 갈색 송어와 무지개 송어의 경우 먹이 경쟁이 적어 다른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까지 자랄 수 있다. 리틀이 미국에 빗대어 설명해준다. “몬태나에서는 1백 미터 정도만 강을 오르내리면 첫날에만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 텐데, 여기서는 1킬로미터 정도는 걸어야 합니다. 한 마리를 발견하기 위해서요.”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리틀은 로지 주변의 푸른 잔디밭에서 낚싯대를 던지는 캐스팅 강습을 진행했고, 나는 나무로 만든 모형 물고기 입에서 얼마 떨어진 일명 ‘스위트 스폿’을 목표로 하는 데만 근 한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하고 나서 이어진 맛있는 스테이크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는 리틀에게 다음 날 뭔가를 낚을 수 있는 확률을 현실적으로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낮죠.” 그가 웃는다. “하지만 놀라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확률은 꽤 높아요.”
다음 날 만난 가이드 니코 존슨 Nicko Johnson은 냉소적인 현자 스타일로, 헬리콥터를 타고 주변 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다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한 청록색 물의 마카로라강을 따라 늘어선 바위 절벽에 우리를 내려주었다.(하루가 끝날 무렵 존슨은 제임스 본드에나 어울릴 법한 어조로 조종사에게 정확한 새 위치를 알려주었고, 우리는 황금 시간대에 카나페를 먹으러 숙소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강둑을 따라 걷던 존슨은 물고기의 위치를 파악하는 텔레파시 능력을 발휘했다. “저거 아주 잘생겼겠구만.” 그가 흐르는 물을 향해 손짓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나는 얼른 낚싯대를 던지고, 포인트를 놓치고, 십년감수했다는 듯 멀어지는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리틀과 존슨의 예상대로 놀라운 시간들로 채워진 하루였다. 강을 따라 걸으면서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존슨은 낚시라는 행위의 선 禪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낚싯줄, 물고기, 캐스팅 같은 작업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면 ‘꽝’ 하고 이 놀라운 풍경이 선명하고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찾아와요.”
다음 날 아침, 어제의 압도적인 순간을 가슴에 담아두고, 이번에는 또 다른 가이드인 알렉스 스콧 Alex Scott과 함께했다. 낚시꾼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그는 나를 북쪽의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 Mount Aspiring National Park으로 안내했고, 우리는 단 몇 분 만에 이끼가 낀 폭포와 고사리 나무, 교향곡 같은 새소리로 가득한 풍경 속에 당도했다. 개울을 따라 하이킹을 하던 어느 순간, 나는 스콧에게 낚싯대 던지는 캐스트 연습을 여기서 몇 번 해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수역은 낚시로 유명한 곳이 아니었다. 무심하게 낚싯대를 던진 바로 그때 낚싯대를 잡아당기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하나 걸렸다! 하나 걸렸어요!” 스콧의 환호가 울렸다.
술집에서 술이 몇 잔 들어갔을 때의 나를 만났다면 나는 그때 낚은 물고기가 엄청나게 컸다고 허풍을 떨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여린 어린아이 팔뚝만 한 크기였을 테다. 하지만 그 순간, 신비롭게 줄이 잡아당겨지던 찰나, 그 후의 자부심은 그간 여행하면서 경험한 그 어떤 순간보다 짜릿했다.
오타고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젊은 와인 지역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인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어떤 포도가 이 기후에서 잘 자라는지 알아내기 위해 실험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소수의 포도밭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곳은 가장 오래된 포도밭이기도 하다.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1863년, 장 데지레 페로 Jean Désiré Féraud라는 프랑스인이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의 와이너리인 몬테 크리스토 Monte Christo는 오타고 깊숙한 곳, 건조하고 햇볕이 내리쬐는 기후의 작은 마을 클라이드 Clyde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페로는 1800년대 후반에 업장 문을 닫고 포도나무를 베어버렸다. 이후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곳에서 와인 양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몬테 크리스토에서 보내기로 했다. 2023년에 다시 문을 열었으니 오타고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이자 가장 새로운 와이너리라는 역설적인 특징에 끌렸다. 이곳의 새 주인인 스탠리 파리스 Stanley Paris와 캐서린 파리스 Stanley and Catherine Paris는 아들들인 니콜라스 Nicholas, 앨런 Alan과 함께 페로가 지은 원래 석조 구조물 주변에 새로운 몬테 크리스토 와이너리를 지었다. 셀러 도어를 관리하는 아일랜드 출신 키키 오루크 Kiki O’Rourke는 “여기는 아직 오타고에서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라고 소개하며 몬테 크리스토의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었다. “이곳의 아이디어는 목적지이자 탐험을 위한 거점이 되는 것이죠.”
나는 3개의 코티지 중 한 곳에서 이틀 밤을 묵었다. 클라이드는 몇 블록 정도밖에 되지 않는 크기의 아담한 마을이지만 올리버스 Olivers와 올드 클라이드 뱅크 The Old Clyde Bank라는 이름의 훌륭한 레스토랑을 두 곳이나 지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금광 채굴권을 놓고 다투는 광부들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또한 클라이드는 호수를 따라 약 40킬로미터에 달하는 자갈길과 화강암 바위 사이에 놓인 다리를 지나 크롬웰 Cromwell 마을로 연결되는, 새로 만든 자전거 루트인 던스턴 호수 트레일 Lake Dunstan Trail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아침에 나는 현지 아웃도어 업체인 바이크 잇 나우 Bike It Now에서 산악 자전거를 빌린 다음 숭고하고 힘차며 때때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라이딩을 떠났다. 이 라이딩은 키위 DNA에 내재된 특유의 친절함을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자전거 체인이 끊어졌을 때 여러 사람이 곧바로 멈춰 서서 수리를 도와주었고, 한 사람은 클라이드까지 같이 가주면서 수리가 제대로 된 게 맞는지 확인해주기까지 했다.
라이딩 후에는 뉴질랜드 배우 샘 닐이 소유한 와이너리인 투 패독스 Two Paddocks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구글맵을 열어 다른 와이너리를 찾아야 했고, 그렇게 계획과 달리 던스턴 로드 와인 Dunstan Road Wines이라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주소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옷이 널려 있는 빨랫줄, 아이들이 노는 소리, 발 밑에서 짖어대는 개 한 마리가 있을 뿐 이곳이 사업장임을 알리는 흔한 간판조차 없었다.
서성이며 안으로 들어가자 한 남자가 불시의 방문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이 우연한 손님을 반가이 맞이했다. 그의 이름은 마크 햇필드 Marc Hatfield. 그는 스스로를 아담한 부지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와인 메이커라고 소개했다. 잠시 들렀다 가려던 만남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햇필드는 토마토 덩굴이 무성한 정원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빨랫줄의 빨래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그 바람을 따라 개와 아이들의 따뜻하고 포근한 향이 불어오는 듯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그가 따라준 2017년산 피노 누아(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이다)를 비롯해 여러 맛있는 와인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는 와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햇필드가 고백한다. “마시게 될 거예요,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이죠.” 그가 편하게 앉더니 자신의 잔에도 와인을 채운다. “대신 저는 사람을 좋아해요.” 그의 말에 활기가 돈다. “얘기 좀 해보세요. 여긴 어떻게 오게 됐어요?” 자, 어떤 모험부터 이야기해볼까?
WHERE TO EAT & DRINK
키카
셰프 겸 오너인 제임스 스테이플리 James Stapley가 현지 농산물을 글로벌 요리(루미나 양고기, 뇨키, 일본식 순무로 장식한 생선 같은)로 완성한다.
아미스필드
헤이즈 호수 Lake Hayes 근처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에서 셰프 본 마비는 오타고의 제철(그리고 윤리적으로 공급되는) 식재료로 만든 요리와 유기농 포도밭에서 생산한 와인을 결합해 선보인다.
몬테 크리스토 와이너리
코티지 외부 공간에서 이 와이너리의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들어준 아름다운 기후를 즐길 수 있다. 1백68달러부터.
더 올드 클라이드 뱅크
과거 뉴질랜드 은행 지점이었던 이 식당은 피노 누아를 곁들여 구운 메리노 양고기와 오리고기가 별미다.
던스턴 로드 와인스
마크 햇필드는 31줄짜리 고랑에서 재배한 포도로 소량의 피노 누아와 리슬링, 로제를 생산한다.
WHERE TO STAY
와나카 홈스테드 로지 & 코티지
와나카 호수와 국립공원에 바로 붙어 있는 2개의 코티지, 풀 서비스 로지. 2백 달러부터.
미나렛 스테이션 알파인 로지
헬리콥터로만 접근할 수 있다. 해발 3천 피트 고지에 위치한 4개의 샬레에서 전문 가이드와 신선한 음식, 오타고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곳. 2천50달러부터.
일레븐 시더 로지
스릴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4개의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이 숙소는 플라이 낚시와 다양한 헬리 어드벤처를 제공한다. 2천1백50달러부터.
깁스턴 밸리 로지 앤 스파
카와라우강 Kawarau River 근처에 자리한 리조트로 24채의 빌라와 자체 와이너리, 스파가 있다. 6백45달러부터.
올리버스 로지 & 스테이블스
지역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로 레스토랑과 수제 맥주 양조장, 11개의 객실을 갖추었다. 자전거 트레일과 던스턴 골프 클럽 Dunstan Golf Club에서 가깝다. 1백78달러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