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파와 관광파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 그 외에도 상극인 여행 스타일에 대한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한식파 VS 현지파
현지 음식 먹는 재미로 여행을 가는데, 친구는 현지 음식을 먹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한식당만 찾는다. 저 다양하고 맛있는 빵과 햄, 향신료를 뒤로 하고 제육볶음을 먹어야 하는 기분을 아는가? 오히려 현지인들이 더 많다고 좋아하던 친구. 다음날도 다음날도 현지식이 맞지 않는 것인지, 그냥 먹기 싫은 건지 모르겠지만, 레스토랑에서 신라면을 먹는 건 좀 매너가 없지 않니? (김우주, 34세, 브랜드 매니저)
대식가 VS 소식가
여행을 가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만난다. 스트리트 푸드, 레스토랑 할 거 없이 온통 생소하고 맛있는 것뿐이라 나는 이것저것 시켜 먹고 싶었다. 그러나 ‘주우재’ 같은 내 친구는 빵 반쪽을 먹더니 배가 부르다며 더는 먹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아직 먹어야 할 요리가 산더미처럼 남았는데. 게다가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도 들러야 하고, 길거리 음식도 포장해야 한단 말이야. (정민호, 38세, 카피라이터)
E VS I
그래도 외국 여행인데 우리끼리만 놀면 좀 재미없지 않아? 내향형 인간인 친구는 그것도 힘들다고 말하며 오늘 자기는 숙소에 있고 싶다고 한다. 저녁, 밤, 새벽 타임별로 술집과 클럽을 모두 알아 놓은 나는 허탈하다. 심지어 어제는 또래로 보이는 옆 테이블 여자가 말을 걸었는데 미안하다고 자리를 뜰 때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 이해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네 성격을.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내 취향에도 맞추는 게 예의 아니냐? (강현재, 31세, 화가)
저렴 숙소파 VS 럭셔리 숙소파
단순히 잠이나 자는 곳에 돈을 이렇게 많이 써야 해? 숙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같이 가지 않겠다는 친구는 잠자리가 좋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고 한다. 나는 숙소는 누울 공간 있고 물만 나오면 상관없지만, 친구는 보안도 철저해야 하고, 조식도 근사하게 나와야 하며 풀장은 물론, 연계 파티도 있어야 한단다. 호텔을 좋아하면 그냥 한국에 좋은 호텔을 가지 왜 외국까지 호텔을 고집하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좋은 호텔에 있어야 왠지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나? 차라리 그 돈 아껴서 비행기를 편하게 타고 오는 게 훨씬 낫지 않아? 공항에서 20시간 기다리는 건 너무 하잖아. (박정민, 39세, 바리스타)
한 장소 몰두파 VS 도장 깨기파
아니, 다 보지도 못했는데 어디로 또 가려고 해? 나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어서 좀 더 있고 싶다. 이제 적응했는데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하고 충분히 이곳도 볼만한 것이 널렸다. 친구는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은 한정적이지 않냐며 이왕 왔으니 다 보고 가자고 재촉한다. 알았어! 알았으니, 하루만 더 지내자고 말해도 친구는 그 하루도 아깝다며 먼저 다른 도시로 가버렸다.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거면 왜 같이 오자고 했나? 결국 나는 이틀을 더 있다가 친구가 있는 다른 도시로 가게 되었지만, 친구는 이제 자기는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한다. 그래 알았다. 거기서 만나자. (최형식, 33세, 이벤트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