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GQ KOREA MEN OF THE YEAR – LEE JONG WON
행할 수 있어 자유로운 오늘의 이종원.
GQ 안 추웠어요? 꽤 오랫동안 밖에 머물며 촬영했는데.
JW 거뜬합니다. 지치려면 아직 멀었어요.
GQ 피곤할 법도 한데 늘 웃고 있더라고요. 조금 전 마지막 컷까지도.
JW 괜찮아요. 설사 피곤하더라도 드러낼 수 없죠. 힘듦이 어디 저뿐이겠어요. 스태프분 모두 한마음으로 열심히 해주시는데 어딜 감히 제가.
GQ 종원 씨 답네요.
JW (미소)
GQ 아까 잠깐 올봄, 생 로랑을 입고 <지큐>에 등장했을 때를 떠올려봤는데, 오늘은 또 다르게 보여요.
JW 화보를 찍으면서 늘 하는 생각이지만 새롭고 싶어요. 오늘 달리 보셨다면 저는 성공입니다.
GQ 생 로랑을 입은 이종원을 향한 반응은 늘 뜨겁죠. 그중 대부분은 ‘찰떡’이라는 표현으로 둘의 앙상블을 칭찬하고요. 본인은 어떤가요? 생 로랑과 이종원은 얼마큼 닮았다고 생각해요?
JW 굉장히요. 제가 원하는 건 ‘자유로움’이에요. 이 지점에 꽤 많은 연결점이 있다고 저는 느껴요. 이를테면 제가 느낀 생 로랑의 자유로움은 이런 거예요. 물론 생 로랑은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하나라는 생각이거든요.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거기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있죠. 그러니 생 로랑 안에 어떤 고정된 관념이란 건 존재할 수도 없고요. 패션뿐만 아니라 생 로랑이 많은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또 예술의 영역에서 보여주는 행보들도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자유롭고요. 이런 부분들이 저와 닮아 있다고 느껴요. 그러니 이런 존재와 함께하는 것. 이건 제게 정말 커다란 자부심이고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관계예요.
GQ 종원 씨가 말하는 ‘자유로움’은 어떤 모습이에요?
JW ‘자유!’라고 해서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제가 원하는 ‘자유로움’은 아녜요. 저는 제가 ‘진취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좋아해요. 좀 다르죠? 이를테면 좋아하는 걸 입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원하면 언제든 이곳저곳 여행하고. 이런 건 제가 말하는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좀 있어요. 저는 ‘이종원으로서의 자유로움’을 늘 찾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자유롭다’ 느끼고요.
GQ ‘진취적’이라는 말 끝에는 어떤 목표가 있죠. 제가 잘 이해했다면, 그럼 ‘이종원의 자유로움’은 원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과정 안에서 만들어지겠어요.
JW 맞아요. 어떤 목적이나 실체가 없는 자유는 좀 허무하죠. 흔적은 남겠지만 글쎄요, 그 과정에서 어떤 영감도, 결과적인 성취감도 얻을 순 없을 것 같아요. 내가 나로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실패하고, 경험하고, 그리하여 결국 무엇이라도 얻고,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한 거예요. 그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전 좋아요.
GQ 불쑥 묻습니다. 그럼 올해 종원 씨의 진취적 목표 안에는 <지큐>의 ‘MOTY’도 있었나요?(웃음)
JW 어휴, 생각도 못 했죠. 그래서 <지큐> ‘MOTY’에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기뻤어요. 나아가 생 로랑과 함께할 수 있어서 두 배로 행복하고요. 올해는 이걸로 됐다, 증명했다? 아무튼 굉장히 감개무량한 오늘입니다.
GQ 부끄럽겠지만 선정된 이유를 스스로 좀 떠올려보자면요.
JW (노트를 펼치며) 그렇지 않아도 제가 이 생각을 엄청 많이 해봤어요.
GQ 노트에 뭘 이렇게 빼곡히 써왔어요? 페이지도 꽤 되는데요?
JW 오늘 인터뷰 준비하면서 제 생각들을 좀 적어봤거든요.
GQ 진정성은 말이 아닌 태도로만 알 수 있다더니, 종원 씨를 보니 그 말이 맞구나 싶어요.
JW 아휴, 아닙니다. 제가 머릿속에서 한번 정리를 해야 말로 나오는 스타일이라서 그래요. 음, 그래서 제가 이 생각을 진짜, 진짜 많이 해봤는데요, 결국 ‘너 올해 잘했어!’, ‘네가 최고야!’라는 의미보단 저를 향한 ‘기대’가 선정의 이유라면 이유였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올해 제 활동도 많은 분의 도움으로 빛날 수 있었지만, 이런 타이틀을 주시는 데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뭐,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감사했고요. 올해 <지큐> ‘MOTY’에 선정됐으니 올해 남아 있는 스케줄은 물론 내년 활동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새삼 다시 솟더라고요.
GQ 그럼 내년 이종원의 어떤 행보에 우리가 연이어 기대를 걸어보면 좋을까요?
JW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년에도 이종원의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될 거예요. 그 안에는 배우로서의 작품 활동도 있고, 제가 흥미로워하는 사진이나 글, 음악 영역에서의 움직임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꾸준히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찍고, 더 많이 쓰려고 노력 중인데 아직은 계속 진행 중이죠. 아직까진 그럴싸한 계획만 차곡차곡 세워두고 있습니다.(웃음)
GQ 맞아요, 그 쪽 영역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죠? 저는 그런 종원 씨를 보면서 ‘이종원이라는 사람은 점점 넓어지고 있구나’라고 언젠가 느꼈어요.
JW 고맙습니다. 실은 더 넓혀가고 싶어요. 그리고 그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아주 솔직히. 그래, 이 친구는 진짜구나, 진심이구나, 관심 이상이구나. 저는 이걸 이 세 카테고리에서 증명하고 싶어요. 음악, 글, 사진.
GQ 종원 씨가 그것을 대하는 태도나 행보를 떠올려보면 ‘이종원의 증명’이 기대될 수밖에 없고요.
JW 그런 기대를 이유로 ‘MOTY’에 선정해주신 게 아닌가 하는 짐작, 겨우 짐작 정도 해봤습니다.
GQ 요즘 이종원을 감싸고 있는 키워드에 대해 물으면 어떤 단어를 말해줄 수 있어요? 여럿 말해줘도 좋아요.
JW 전 딱 이거 하나요. 책임감. 올해 드라마를 한 편씩 해오면서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됐어요. ‘내가 작품의 원동력이 되어야겠다’ 같은. 배우로서, 동료로서, 현장의 일원으로서 뭐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정말 잘하고 싶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요. 책임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지는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GQ 그 책임감이 부담으로 커지진 않길 바라요.
JW 처음엔 그랬어요. 잘하고자 하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엄청 컸어요. 그런데 그거, 제가 안고 있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자 마음먹었죠. 그 책임감을 원동력으로 삼자고요. 그때부터 책임감을 부담이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로 나눠서 받아들였어요. 배우로서 주어진 역할 잘 소화하고, 현장의 한 사람으로 분위기도 만들어보고요. 혹여나 누군가 지쳐 보이면 대화도 나눠보고. 막상 해보니까 제가 좋아요, 좋더라고요.
GQ 깨달음!
JW 네, 돌아보면 정말 그랬어요. 이 ‘책임감’이라는 거, 극복하거나 소화해내지 못하면 성장이 뭐예요, 바로 다음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1년 동안 안고 있던 긴 숙제를 조금은 풀어낸 것 같아서 좋아요.
GQ 종원 씨여서 가능했던 풀이가 아닌가. 압박을 이겨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잖아요. 그게 부담감이라면 더 그렇고요.
JW 좀 강하게 말하면 극복해야 살 것 같더라고요. 떠올려보면 조금만 더 생각하면 알 것 같은데, 뭔가 보일 것 같은데, 싶었던 그 지점을 ‘배우’라는 직업이 가져다준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라 고민이 깊은 것도 있지만, 끝에서 답을 줬던 건 늘 ‘배우’라는 직업, ‘배우’로 서 있는 현장, ‘배우’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제가 뭔가를 깨닫거나 스스로 답을 얻었던 적은 글쎄요, 적거나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GQ 12월 31일이 생일이죠? 올해는 어떤 생일을 보낼 것 같나요?
JW 음, 떠올려보면 장면은 진짜, 가장 단순해요. 분위기는 더 없이 행복하고요. 어쩌면 제게 크리스마스보다 더 특별한 날이기도 해요. 한 해의 마지막 날,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잖아요. 한편으론 ‘해피 뉴 이어’를 맞이하며 놀 수 있는 구실이자 그럴싸한 명분이기도 하고요.(웃음) 여느 때처럼 다 같이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것 같아요. 그러다가 꼭 한 명은 이러죠. “오? 너 오늘 생일이잖아! 축하해!” 웃기죠, 생일이라서 다들 모여놓고. 크크크! 아무튼 재밌어요. 한 해의 마지막 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웃고 떠들 수 있어 행복하고요.
GQ 12월 31일에 빌어보는 생일 소원은요?
JW 음, 지금 빌어본다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면 좋겠다?
GQ 종원 씨 소원, 뭔가 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어요.
JW (미소) 아니 저, 계속 자유롭고 싶어서요. 자유로움에는 왜 책임감도 따르잖아요. 만약 언젠가 그 책임감을 풀어헤쳐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지혜롭게 풀어내고 싶어요. 그래서 바란다면 자유로움과 지혜로움이 함께하는 내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소원을 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