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뒤로 가볼까요?
1월 | LOTUS ELETRE
새해를 여는 주인공은 로터스의 엘레트라였다. 도산대로에 아시아 최초의 플래그십 전시장을 열며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던 시기. 로터스 최초의 SUV이자 순수 전기 하이퍼카인 엘레트라를 페이지 전면에 내세운 건 새해, 새 브랜드, 새 모델이라는 신선함과 호기심, 기대와 증명의 마음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로터스는 최근 하이퍼 GT, 이메야를 공식 출시했다.
2월 | DRAWING
2월엔 그림처럼 예쁜 차를 그림으로 그렸다. 곡선이 매력적인 마세라티 그레칼레와 스포츠카의 범례와 같은 포르쉐 911 터보 S, 전기차는 단순하단 오해를 근사한 존재로 증명한 폴스타의 폴스타 2, 그리고 견고하여 아름다운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GT 43 4MATIC+까지. 이들을 천천히 관찰하며 그려냈던 시간은 일방적 탐미 혹은 호사스런 감상의 경험과 다르지 않았다.
3월 | WHITE IS GONE
겨울이 떠난 자리에 봄처럼 산뜻한 차를 데려가 세웠다. 그중 렉서스의 첫 번째 전기 전용차, RZ 450e는 진달래 잎을 닮은 핑크빛이 유독 아름다웠던 차로 기억된다. 낮은 전고 덕분에 차분했던 주행감은 인상적이었고, 3백 마력이 넘는 출력으로 순간 쏟아내던 힘은 놀라웠다. 당시 RZ 450e를 향해 에디터는 이렇게 썼다. “처음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는 역사가 되기도 한다.” 과장이 아니었다.
4월 | 줄을 서시오
2024년 상반기, 한 번쯤 짚어보면 좋을 차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6년 만에 매무새를 다듬은 지프 더 뉴 랭글러와 BMW의 새 5시리즈, 530i XDrive M 스포츠, 크기도 퍼포먼스도 압도적인 캐딜락 애스칼레이드 ESV와 아우디 최초의 콤팩트 전기 SUV 모델, Q4 이트론 등 그 수만 총 11대였다. 이들의 쏟아지는 매력을 지면에 모두 담으려면 이것 말곤 달리 방법이 없었다.
5월 | BETWEEN THE TRACKS
차와 함께 만나게 되는 것. 먼저 사람이 떠오르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때때로 피어나는 감정들이 있을 테고, 또 음악도 있다. 기획은 이런 가지치기에서 맺어졌다. 우린 운전하지만 음악도 듣는다. 그런데 궁금한 건 언제, 누구와 어떤 노래를 들었는가다.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 명에게 플레이리스트를 물었다. 그래, 차를 운전으로만 연결하면 좀 차갑지.
6월 | 그해 여름
여름을 쫓았다. 아직 오지 않은 여름을 찾아 빠른 차를 몰고 빠르게 서울을 누볐다. 한강과 청와대, 용산과 광화문을 빙글빙글 돌며 여름을 쫓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글대는 태양은 있었어도 여름은 없었고, 밤은 제법 길게 누웠어도 여름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촬영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여름은 어디 가고 텅 비어”라고 쓴 전문은 긴팔 옷을 입고 썼다.
7월 | 여름의 품
계절의 속도가 이렇게 빨랐던가. 이토록 정직했던가. 불과 한 달 전, 하루 종일 쫓았건만 만나지 못했던 그 ‘여름’을 복판에서 마주했다. 그 기세는 또 어찌나 팔팔한지, 차 4대를 모두 그늘로 데리고 들어가지 않으면 못 버틸 정도였다. 그렇지만 여름의 빛은 또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래서 보닛에, 라이트에, 주변 건물에 그늘과 해를 반반씩 사이좋게 걸어두고 찍었다. 이렇게.
8월 | MY AUGUST DIARIES
유난히 덥고 습했던 여름에 한참을 두들겨 맞다가 오기가 생겼다. 네까짓쯤은 보란 듯이 무시하고 되레 약올리듯 이 지난한 계절을 맞는, 그런 멋진 이들을 만나 보란 듯이 한 방 먹이고 싶었다. 모터사이클 선수 이제민과 RSG 대표 조철우, 벨럼 디렉터 최효근과 BMW 모토라드 국제 공식 인스트럭터인 박다민. 팔팔한 여름에도 기꺼이 바이크를 꺼내 앉는 이들이라면 충분했다.
9월 | PORTRAIT
아주아주 명료한 자동차 화보가 있었던가. 적어도 근래에는 보지 못했다. 그럼 포토샵을 증오하는 고지식한 사진가가 찍는 증명사진처럼, 어떤 가감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어보자. 베스트 컷은 포드 머스탱 5.0 GT였다. 또렷한 각, 넓은 그릴, 웅장한 보닛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노라면 왕왕 울려대는 배기음이 절로 들릴 정도였으니. 마주하여 새로 보이는 것이 있다.
10월 | 순간들
운전의 재미에 대해 물으면 여러 의견이 모일 텐데, 에디터의 경우는 멋진 차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구경’ 혹은 ‘감상’의 재미가 꽤 크다. 익숙한 운전석에서, 택시의 뒷좌석에서, 또는 버스의 납작한 창 아래로 내려다보는 아무개의 차는 근사했고, 독특했으며, 때로는 오래되어 반가웠다. 10월의 자동차 화보는 그런 에디터가 경험한 순간들의 재현이었다.
11월 | AUTUMN BREEZ
가을 복판, 강원도로 차를 몰았다. 아우디 Q4 이트론 쿠페를 몰고선 양구를, 메르세데스-벤츠 CLE 450 4MATIC을 타고선 화천 해산령으로 향했다. 와인딩 코스가 연속되는 소양강 꼬부랑길을 달릴 땐 빠르고 안정적인 포르쉐 파나메라 4를 이용했고, 잠잠한 춘천 의암호에 이르렀을 땐 미니 컨트리맨을 세워두고 짙어진 가을을 만끽했다. 이렇게 찍고 보니 차도 계절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