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려 먹어요.
와인
정아영 | 서울스쿨오브와인 원장
“냉장고 온도가 보통 5~6도라고 할 때, 그 온도에 가장 적정한 와인은 마침 연말에도 잘 어울리는 샴페인, 모스카토 같은 스위트 와인 혹은 포트와인이에요. 아주 달거나 버블이 있는. 와인 잔을 따로 칠링해둘 필요는 없지만 잔이 크리스털인지 유리인지에 따른 온도 변화는 분명히 있죠. 크리스털 잔의 굉장히 큰 장점은 유리잔보다 열전도율이 낮단 거예요. 온도 변화가 더뎌서 차가움을 더 잘 유지해요. 보통 좋은 와인 잔을 산다, 크리스털 와인 잔을 산다 치면 두 개 브랜드를 꼽아요. 잘토 Zalto와 리델 Riedel. 잘토가 좀 더 얇고 가볍고, 단점은 얇은 만큼 깨지기 쉬워요. 저는 손이 좀 투박해서(웃음) 리델을 더 선호합니다. 어떤 술을 마시느냐도 중요하지만 같이 마시는 사람, 그날의 기분이 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실루엣이 예쁜 잔을 선호해요.”
1 이나오 INAO 테이스팅 글라스. “실제로 와인 국제 자격증 시험 때 써요. 좋은 잔은 와인을 부풀릴 수 있어요. 이 잔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와인을 만나죠.” 2 샴페인 잔. “길쭉한 샴페인 잔인 플루트는 기포가 예쁘게 보글보글 올라오는 모습이 보여요. 이 잔은 통통해서 향을 보다 더 즐길 수 있어요.” 3 · 5 샤르도네 잔, 보르도 잔. “만약 하나의 잔만 구비한다면 전천후로 사용 가능한 보르도 잔, 화이트 와인을 더 즐기다면 샤르도네 잔을 추천해요.” 4 리슬링 잔. “레드 와인 잔보다 볼 크기가 작죠. 리슬링은 차게 마실 때 맛있어서 조금씩 자주 따르는 게 좋아요.” 6 피노 누아 잔. “아래 볼이 넓고 위는 좁은 튤립 모양 잔은 피노 누아의 향을 풍부하게 끌어올려요. 같이 사는 고양이가 치고 싶지 않게 스템이 없는 잔을 골랐어요.” 7 리델의 파토마노 시리즈. “스템 색이 다채로워서 기분 내기 좋습니다.”
우리술
양유미 | 양조사·이쁜꽃 대표
“기본적으로 장수막걸리 같은 청량한 타입은 벌컥벌컥 마셔야 하니까 음용성이 좋게 입구가 넓고 큰 잔이 좋고, 흔히 프리미엄 막걸리라 부르는 꾸덕꾸덕한 타입은 왈칵 들어오는 큰 잔보다는 작은 잔에 마시는 걸 저는 선호해요. 한국 술은 굉장히 다양하고 색달라서 이 술은 이 잔에 마셔야 한다고 단언하기 어려워요. 청주 계열은 화이트 와인처럼 향을 모아주는 잔에 즐기시는 분들도 있어요. 마음이 가는 잔에 즐겨보시길 권하지만 선호하지 않는 지점은 있어요. 이를테면 한국 술을 ‘프리미엄’하게 보여야 한다는 어떤 의지들. 와인 잔에 막걸리를 서브하는 경우를 보는데 상당히 좋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막걸리, 탁주는 다양한 향을 가지고 있고 그 향이 유쾌하지 않은 경우도 있거든요. 향이 압도적으로 훅 느껴지는 잔에는 어울리지 않겠죠. 스스로 시도해보는 게 제일 좋아요. 잔마다 진짜 맛이 다르거든요.”
1 ‘대흥극장 개관 기념’ 주전자. “한 할머니한테 3천원 주고 샀어요. 페트병 막걸리 사서 콸콸 따라 마셔요.” 2 볼로냐 여행 중 구매한 잔. “‘오늘 나 많이 마실 거야’ 할 때. 캄파리를 사발로 마실 때.” 3 오키나와 지역 특산주인 아와모리의 병을 녹여 만든 잔. “탄산수 한 샷에 제이1 브루어리의 배 증류주 ‘시에가’ 한 샷이나 제가 만든 ‘사랑과 용기를 그대에게’ 한 샷, 복분자 한 샷 넣어 하이볼 만들어 마실 때 즐겨요. 하이볼은 자기 간을 찾는 게 중요해요. 싱거우면 술 더 붓고, 너무 세면 탄산수 더 넣고. 편한 게 제일이죠.” 4 허상욱 작가의 분청 잔. “‘레이지 댄싱 서클’, ‘초록섬’ 같은 묵직한 탁주 마실 때 좋아요.” 5 빈티지 바카라 ‘마렌느’. 6 다도 문화에서 온 술잔 ‘구이노미’. “실제로 저는 찻잔을 술잔으로 즐기기도 해요. 결국 액체는 한 곳으로 모이는 게 아닐까, 빗물이라는 풍류로 고이게 되는 게 아닐까요?”
맥주
윤한샘 | 한국맥주문화협회 회장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체코에서는 얼음물에 맥주잔을 담가 헹군 후 마시기도 합니다. 맥주잔을 선택할 때의 원칙은 크게 두가지예요. 마시는 맥주가 향 위주인가, 목 넘김 위주인가. 향 위주 맥주면 보통 브랜디 잔이나 벨지언 튤립 잔이라고 하는, 마시려고 입술을 갖다 댔을 때 코까지 감싸질 만큼 입구가 넓은 잔이 좋아요. 목 넘김 위주라면 꿀꺽꿀꺽 삼킬 수 있도록 입구가 좁고 긴 잔이 좋고요. 여기 쾰시 Kölsch 맥주 전용 잔이 그 대표 예예요. 독일 쾰른의 맥주인 쾰시는 에일이지만 라거처럼 굉장히 청량한데, 20세기에 쾰른 노동자들이 노동을 끝내고 갈증 날 때 한입에 꿀떡 마시기 좋게 잔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용량도 200밀리리터로. 이 잔은 한국 시장용으로 400밀리리터지만 지금도 쾰른에서는 무조건 200밀리리터 잔에 마십니다. 맥주 스타일이라는 게 그런 것이거든요.”
1 쾰시 맥주 전용 원통형 유리잔. 슈땅에 Stange라 부른다. 2 영국 에일 전용 잔. 펍에서 맥주잔을 들고 다니며 대화를 나누거나 밖에 나가서 마시기도 하는 문화가 잔을 잡기 편하게 볼록 튀어나온 부분에 녹아 있다. 노닉 글라스라고도 부른다. 3 · 4 향을 즐기기 좋은 잔. “향 위주의 맥주는 대개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향도 느끼고 천천히 즐길 수 있도록 입구가 넓어요”. 5 라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바이젠 글라스. 6 손잡이가 있는 잔, 탱커드. 특히 체코에서 즐겨 쓴다. 7 칵테일 만드는 셰이커를 닮아 이름 붙은 잔, 셰이커 파인트. 쌓아서 보관하기 쉽고 튼튼해서 대중적이다. “맥주마다 전용 잔이 다양하지만 손잡이가 있는 탱커드와 벨지안 튤립 잔, 이 두 개만 구비해둬도 범용적입니다. 대중적인 맥주잔 브랜드로는 미국 리비 Libbey, 터키 파사바체 Pasabahce가 유명해요.”
칵테일
김봉하 | 믹솔로지스트·믹솔로지 대표
“음료가 입에 닿는 순간의 촉감과 온도, 향, 맛을 이유로 얇은 잔을 선호해서 와인 잔은 잘토, 칵테일 잔은 키무라 Kimura 브랜드를 좋아해요. 다만 칵테일 잔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구비해야 하는데, 얇은 잔은 대개 고가라서 부담스러워질 때쯤 칵테일을 만드는 전문가들을 위해 탄생한 브랜드 크리슨 Crison이 얇고 섬세한 마감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대안이 됐습니다. 실제로 집에서도 3시간 이상 냉동실에 넣어 시원하게 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기도 해요.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나 진, 보드카, 데킬라같이 얼음과 함께 즐겨도 좋은 술은, 술 역시 냉동 보관해두었다가 사용하면 온도가 낮은 술과 얼음이 만나 더욱 단단하고 밸런스 있는 맛을 연출할 수 있어요. 팁을 하나 더 드리자면, 집에서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을 만들고 싶을 땐 뜨거운 물을 적당히 식힌 후 천천히 얼리면 됩니다.”
1·2·7 하이볼 글라스.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부쉬밀 12Y 위스키 30밀리리터, 탄산수 90밀리리터를 부어 만든 하이볼을 마시면 하루의 피로가 날아갑니다.” 3 마티니 글라스. 4 톨 마티니 글라스. 마티니 글라스는 칵테일 글라스라고도 부른다. “셰이킹이나 휘젓는 스터 Stir 기법으로 만드는 쇼트 드링크 칵테일에 사용해요.” 5 만다린 칵테일 글라스. 6 롱 칵테일 글라스. “연말 모임에서 술을 잘 드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칵테일도 준비해보세요. 셰이커나 믹스 통에 레몬 반 개를 잘라 넣고 으깬 후 복숭아 리큐르인 피치트리 45밀리리터, 설탕 시럽 20밀리리터, 크랜베리주스 60밀리리터를 넣고 셰이킹합니다. 잔에 얼음을 채우고 셰이킹한 내용물을 여과해서 담은 후 얼음을 더 넣고 레몬으로 마무리하면, 투명한 잔을 통해 비치는 청량하고 아름다운 색채가 모두의 구미를 당길 거예요.”
- 포토그래퍼
-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