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이 설어 더 가까이. 베트남 사파 여행.
덥고 습하고 느닷없이 비가 쏟아지다 해가 뜨는 여름 나라, 이것이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정경이라면, 그것은 위아래로 길게 뻗은 이 나라의 남부지방을 주로 경험한 흔적일 것이다. 베트남 대표 북부 도시로 꼽히는 하노이에서도 더 북쪽으로 향하면 굽이진 고갯길 너머 다른 질감의 바람이 피부에 붙는 경계로 들어서게 된다.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 불리는 판시판산맥을 따라 자리 잡은 지역, 사파 Sapa다. 하노이에서 사파까지 자동차로 대여섯 시간 달려 닿는 이곳은 천국의 문이란 별명을 붙인 계곡과 뷰 포인트가 곳곳에 자리할 만큼 높이 하늘에 맞닿아 있다.
베트남 소수 민족들이 일군 계단식 논밭이 층층이 높낮이를 달리하며 펼쳐져 있고, 9월부터 10월이면 이 논밭이 익어가는 농작물로 푸른빛과 금빛으로, 그 전에는 들판이 보랏빛 라일락으로 물든다며, 여행에 동행한 가이드 만이 해발 3천1백43미터 판시판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서 아득히 멀어지는 지면을 가리킨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빨려 들어가듯 휩싸는 것은 안개. 이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안개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묘하게 동하는 마음만큼 가이드 만의 얼굴이 난감해진다. 이곳은 자신이 어린 시절에 호랑이를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편도 등산에만 10시간은 걸리던 깊은 산이자, 이제는 6천2백여 미터의 길이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표고차가 큰 논스톱 3줄 케이블”이라고 기네스에 기록된 수단으로 20분 걸려 도착하는 고도 아닌가. 언제든 날씨가 오락가락할 수도 있으나 유난히 오늘 더 짙은 안개가 그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이 여행 아닐까. 결국 그날 “베트남의 스위스”라 불린다던 판시판 정상에서의 절경을 보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다시 사파로 향할 이유가 생겼다. 베트남에서 이런 안개에, 이런 서늘함에, 이런 고요에 갇혀볼 줄은 몰랐던 고루한 관념이 깨지고, 다음 날 그다음 날 혹은 그 언젠가 이 안개 너머 어떤 이국과 마주할 수 있을지 고대하게 되는 생경함을 얻었다. 쌀국수 대신 사파의 찬 물줄기에서 자란 송어 맛, 망고 주스 대신 호박에 닭고기를 넣어 푹 고아낸 수프 맛을 알게 된 기쁨도.
사파를 여행하는 법
베트남항공
2024년 동계 기준 인천, 부산과 베트남을 잇는 비행 편이 매일 마련돼 있다. 하노이에서 사파까지는 버스나 자동차 기준 약 5시간 소요된다. 베트남항공의 한국-베트남 국제선 1구간당 베트남 국내선 1구간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Free ADD-ON’ 서비스로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볼 수도 있다. 가령 한국에서 하노이행 항공권을 결제했다면 베트남 내에서 다낭, 푸꾸옥, 호치민 등 국내 다른 여행지로 공짜로 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북쪽의 시원한 사파에서 정신을 깨우고, 남쪽의 따뜻한 푸꾸옥에서 몸을 데우고 오는 여행도 좋겠다.
호텔 드 라쿠폴 엠갤러리
사파 중심부에 자리해 있고, 호텔 로비 아래층에서 판시판행 케이블 스테이션에 가는 무앙호아 산악 열차가 출발해 이동과 관광이 매우 편리하다. 근처에는 민속촌처럼 베트남 소수 민족의 전통 가 옥과 수 공예품,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반 메이 빌리지 Ban May Village도 있다. 호텔 디자인은 지역 문화를 담아 짓는 건축가 빌 벤슬리가 완성했다. 호텔에서 도보 3분 거리인 레스토랑 레드 다오 하우스 Red Dao House에서 지역 특산품인 송어 요리와 쌀로 빚은 산룽 술도 경험해볼 것. 사파의 공기만큼 담백하고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