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시인 이성복의 시론집

2015.10.04정우영

 

시인 이성복의 시론집 <극지의 시>, <불화하는 말들>, <무한화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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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은 음표로 하지 않는다. 음표 이전의 음이 있고 음표로 규정된다. 시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 이전이다. 하지만 언어는 보편적이고 엄연한 도구이며, 그 목적이 의사소통에 있다. 시인은 안주할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언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 시는 선천적인 불가능이다. 하지만 시인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를 밀고 나가다 지쳐 쓰러졌을 때 지금껏 세상에서 보지 못했던 맑은 언어가 드러나곤 한다. 이 세 권의 시론집은 그가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그에게 시는 “극지”이고, “영문자 Q”이며, “바람구멍”이자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손가락에서 담배를 놓쳐 아래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세상에서 시인 것과 시가 아닌 것을 가려내려는 노력만이 삶의 전부였던 것처럼 보이는, 시로 쓰인 언어가 빽빽하게 담겼다. “제 시를 발전시켜보려고 오만 노력과 몸부림을 해왔던 것이 시를 망쳐왔던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그는 밝히지만, 독자들은 감사하게도 이 세 권을 얻었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