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상하이 거리가 랄프 로렌의 어린 시절로 물든 이유

2025.01.03최태경

랄프 로렌의 긴 여정으로 초대합니다

 지난 12월, 고풍스러운 상하이 거리 곳곳에 랄프 로렌의 젊은 시절 사진이 줄지어 걸렸다. 고층 빌딩 광고 전광판, 와이탄의 야경엔 눈길 닿는 곳마다 랄프 로렌의 로고가 번쩍였다. 화려했던 불빛들이 잠시 잦아드는가 싶더니, 마천루 너머로 반짝이는 드론이 우르르 등장해 랄프 로렌, 그리고 포니 로고로 밤하늘을 장식했다. 이토록 황홀한 광경은 모두 전설적인 패션 아이콘 랄프 로렌의 다큐멘터리 <베리 랄프 Very Ralph> 공개를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

그날의 상하이는 마치 랄프 로렌을 위해 지은 비현실적인 영화 세트장 같았다. <베리 랄프> 프리미어 상하이 여정에는 중국의 리빙빙, 덩차오, 고원원, 진백림 등 현지 배우들을 비롯해 하정우, 정수정(크리스탈)이 한국 대표로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제작 기간만 3년여의 시간이 걸린 <베리 랄프 Very Ralph>에는 HBO의 <제인 폰다 인 파이브 액츠 Jane Fonda in Five Acts>와 <스필버그 Spielberg>등을 연출했던 다큐멘터리 감독 수잔 라시 Susan Lacy가 참여했다. 영화는 랄프 로렌에게 CFDA 공로상을 시상하는 오드리 헵번의 스피치 장면으로 시작된다. “누군가 ‘랄프 로렌스럽다’라고 표현한다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게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졌던 브롱크스 출신의 어린 소년이, 아메리칸 스타일을 정의하는 수십억 달러 가치의 브랜드가 되기까지 긴 여정의 막이 오른다. “제가 하는 일은 삶 그 자체를 담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주변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 입는 것에서부터 생활 방식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죠”라는 랄프 로렌의 말처럼 영화를 통해 우린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처절하고 치열한 성공 신화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꿈과 낭만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관을 믿고 도전을 거듭하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랄프 로렌의 현재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모든 건 그의 뛰어난 선구안과 의지가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넥타이 판매원이었던 청년이 폴로라는 이름의 넥타이 브랜드를 만들어 뉴욕 블루밍데일 백화점 1층에 입점시키고, 이를 남성복 컬렉션으로 확장하며 랄프 로렌 브랜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초창기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랄프 리프시츠 Ralph Lifschitz였던 본명을 랄프 로렌으로 개명한 일, 파산 위기에 처했던 절체절명의 순간, 독보적인 광고 캠페인이 탄생한 배경, 50년간 이어져 온 결혼생활과 그 삶이 랄프 로렌 브랜드에 끼친 영향, 롱아일랜드 몬탁의 저택, 뉴욕의 사무실, 콜로라도의 가족 목장 등 그간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랄프 로렌의 진솔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증명해주는 칸예 웨스트, 안나 윈투어, 칼 라거펠트, 힐러리 클린턴, 캘빈 클라인, 나오미 캠벨, 마사 스튜어트 등 유명한 친구들의 인터뷰를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 그렇게 긴 여정을 돌아 다시금 마주한 2018년 랄프 로렌 창립 50주년 기념 컬렉션 장면은 새삼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한껏 들뜬 분위기는 우아한 갈라 디너로 이어졌다. 레드 타탄체크와 장미로 12월의 분위기가 만연한 밤. 고혹적인 피아노 선율과 와인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낭만에 취해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Very’ 랄프 로렌스럽다. 

    Sponsored by
    랄프 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