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도 핫한 모수의 안성재 셰프와 모수 홍콩 팀을 따라 하이킹에 나섰다.
“리펄스 베이 비치 Repulse bay Beach에서 만나요. 거기서 쯔 콩 브리지 Tze Kong Bridge를 건넌 다음 바이올렛 힐 Violet Hill에 오르고, 리펄스 베이 로드 Repulse Bay Road에서 마무리할 거예요.” 홍콩 하이킹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난도 높기로 유명한 ‘트윈픽스 The Twin’로 우리를 안내한다기에 잔뜩 겁먹은 에디터에게 셰프는 씩 웃으며 한마디 한다. “그래도 여긴(두 번째 피크) 첫 번째 피크보다 좀 나아요.”
안성재 셰프는 2022년 모수 홍콩을 처음 오픈하기 전날, 팀원들과 함께 트윈픽스에 올랐다. “별점으로 된 난도만 확인했을 뿐, 당시엔 이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이렇게 힘든 코스인 줄 몰랐다니까요.(웃음) 팬데믹으로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에서 첫 해외 진출이었으니 마음가짐이 남달랐죠. 준비는 마쳤고, 오픈 전날 다 같이 슬슬 하이킹이나 해볼까? 새로운 모험을 하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자, 그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그럼에도 너무 쉬운 코스는 피했죠. 제가 원래 그렇거든요. 이왕 할 거면···.(웃음)”
이번 여정에는 안성재 셰프를 비롯해 모수 홍콩의 헤드 셰프 정진환, 수셰프 손강호, 주니어 수셰프 김한울, 김찬슬, 가드망제와 디저트 담당 김현성, 소믈리에 김준서가 함께했다.(모수 홍콩의 쉬는 날이었지만 순수하게 자발적 참여였다는 점을 셰프는 강조했다.)
“홍콩은 하이킹하기에 아주 좋은 도시예요. 너무 더운 여름만 아니면, 특히 지금 같은(12월 말) 계절에는 날씨도 좋고, 주변 환경도 쾌적하죠. 또 트레일 코스도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어요. 하나의 길로만 가야 하는 게 아니라, 계획에 없던 옆길로 빠져도 어디든 길이 연결돼 있죠. 홍콩은 보다 자연과 융화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극단의 다양성을 품는 굉장히 익사이팅하고 익스트림한 도시이면서 그 안에서 ‘Peace’를 찾는 일도 어렵지 않아요. 바로 지척에 산과 바다가 있으니 언제든 편히 갈 수 있고,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한다고 꼭 대단한 장비나 룩을 갖출 필요도 없어요. 반바지에 티셔츠 하나 훌렁 입고 혼자 편하게 갈 수 있죠. 관광청에서도 도심만 홍보하지 말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연을 많이 홍보했으면 좋겠어요. 참, 이거 관광청 기사였죠?”
<흑백요리사>를 통해 엄정하고 냉정한 셰프로 대중에게 먼저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뜨거운 심장과 다정한 면모를 지닌 리더이기도 하다. “워낙 일의 강도가 높은 직업이니 팀원들에게 이런 활동을 함께하자고 권유하지는 못해요. 사실 눈치도 보이고요.(웃음) 그럼에도 저는 이런 고된 여정을 함께하면 분명히 ‘팀 빌딩’이 된다고 느껴요. 팀이 어려움을 함께하면 둘 중 하나예요. 계속 함께 가든지, 누군가 낙오되거나. 군인들이 전쟁에서 어려움 가운데 서로를 격려하면서 ‘동지애 Comradery’를 쌓는 것처럼, 힘든 걸 같이 겪어내면 관계는 분명 두터워진다고 생각해요.” 하이킹 내내 내일 발주할 재료부터 앞둔 이벤트를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셰프들을 보며 왠지 모를 전우애를 잠시 공유한다.
“홍콩은 오래된 역사를 바탕으로 굉장히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에요. 저는 잘 표현된 다양성에서 정돈됨을 느껴요. 단단한 뿌리를 바탕으로 그곳만의 무언가가 존재하는 도시. 그런 도시를 좋아하는데, 홍콩이 바로 그렇죠.”
리펄스 베이 비치부터 바이올렛 힐, 다시 리펄스 베이 로드로 내려온 2시간 가까운 여정에서 각각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에 대해 물었다. “정상이 인상 깊었어요.(손강호)”, “하산할 때 본 넓게 펼쳐진 풍경이 기억에 남았어요.(김찬슬)”, “마지막 코스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 도중 나무가 낮아지고 홍콩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이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예요. 지명은 모르지만, 이름을 붙인다면 ‘환기’라 하고 싶어요. 창문 없는 빽빽한 홍콩 빌딩 숲속에서 매일 살아가는 저의 숨통을 틔워주고 리프레시해주니까.(김한울)”, “마콩샨 뷰가 기억에 남아요.(김현성)”, “하이킹 초행쯤 다 같이 사진 찍은 다리, 그리고 하행할 때 양옆 언덕에 무성하게 핀 꽃과 갈대가 무척 아름다웠어요.(김준서)”라고 답하는 동안, 안성재 셰프만은 이런 답을 전해왔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인상은 아주 오래가지 않았어요. 그보다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은 건, 올라갈 때 어떤 각도에서 보였던 끝없는 계단들. 저는 ‘다 왔어’라는 성취감보다 ‘나는 올라갈 거야’라는 마음이 더 강렬하게 다가와요. 글쎄요. 그냥 제가 이런 사람인가 봐요.”
모수 홍콩 팀과 나눈 짧은 이야기
정진환ㅣ헤드 셰프
모수 홍콩과의 인연 l 모수 홍콩의 오픈 멤버다. 모수 서울에서 근무할 때, 한국 레스토랑이 해외로 진출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
보람과 기쁨 l 모수 서울에서는 직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Chef de Parite’에서 ’Sous Chef’로의 진급을 축하받았던 날, 부끄럽지만 기뻤다. 모수 홍콩에서는 ”그 어떤 훌륭한 레스토랑에서보다 좋은 경험을 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라는 손님들의 피드백과 만족한 얼굴을 볼 때, 때로는 “모수 서울보다 좋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이곳이 하나의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모수에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 l 절제를 배우고 있다. 음식뿐 아니라 전체를 생각하고, 그 안에 담긴 하나하나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며, 전체 속에서 무엇 하나가 튀지 않게 잘 어우러지는 조화에 대해서 배운다.
좋아하는 홍콩 맛집 l KAI KAI DESSERT 로컬 디저트 죽집. 여러 가지 재료 조합도 좋고, 농도도 항상 깔끔해 자주 찾는다.
손강호ㅣ수셰프
모수 홍콩과의 인연ㅣ모수 서울의 오픈 멤버다. 그 뒤에 일을 잠시 쉬다가 모수 홍콩으로 복귀했다.
모수에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ㅣ안성재 셰프님이 요리사로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 때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메뉴를 손님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
좋아하는 홍콩 맛집 l SUN KING YUEN CURRY RESTAURANT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다. 나만의 히든 맛집.
김찬슬ㅣ주니어 수셰프
모수 홍콩과의 인연ㅣ모수 홍콩 오픈 초기부터 근무했다.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던 중, “모수 서울에서의 경험이 있으니 모수 홍콩에서 먼저 일해봐도 좋겠다”는 브루노(정진환) 셰프의 제안을 받고 합류하게 되었다.
보람과 기쁨ㅣ매일 비슷한 일을 하면서 점점 숙련도가 올라가는 걸 느낄 때, 그리고 그릴 섹션 할 때 ”이제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셰프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뻤다.
모수에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ㅣ요리를 할 때나 일할 때 가져야 할 생각, 태도에 대해서 배웠다.
좋아하는 홍콩 맛집 l LEE HOUSE RESTAURANT 영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탕수육에 얼음을 부어주는 메뉴가 속은 따듯하고 겉은 바삭해 맛있다.
김한울ㅣ주니어 수셰프
모수 홍콩과의 인연 ㅣ모수 서울에서 일했던 인연이 모수 홍콩으로도 이어졌다.
모수에서 일하는 기쁨과 보람 ㅣ뻔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나가고 그 반응이 좋을 때 가장 행복하다. 주로 솥밥을 담당해 왔다.
모수에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ㅣ음식에는 사소한 것이 없다는 점, 모든 디테일이 합치되어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것이 비로소 완성도를 높인다는 점을 배웠다.
좋아하는 홍콩 맛집 l LEE HOUSE RESTAURANT 합리적인 가격에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김현성ㅣ가드망제, 디저트 담당
모수 홍콩과의 인연 ㅣ 모수 홍콩의 오픈 멤버다. 모수에서 꼭 일해보고 싶었고, 해외 경험도 쌓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잘 맞았다.
모수에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ㅣ최선을 다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법.
좋아하는 홍콩 맛집 l BIG GRAINS 로컬 베이커리로 크루아상 같은 페이스트리 계열도 훌륭하고, 기본 식빵도 맛있다. 카눌레 같은 구운 과자도 있고 플랑도 잘 만든다. 강력 추천.
김준서ㅣ소믈리에
모수 홍콩과의 인연ㅣ홍콩에 있는 다른 레스토랑 그룹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다가 모수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바로 지원했다. 헤드 소믈리에로 근무한 지 1년 3개월 차다.
기쁨과 보람ㅣ일 시작한 지 4개월쯤 되었을 때, 마침내 손님들로부터 “모수 서울만큼 만족한 식사였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다방면으로 다 같이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 더 기뻤다.
모수에서 배운 가장 큰 가르침ㅣ높은 기준에 대한 끝없는 노력과 집착, 쉽게 타협하지 않는 마음가짐.
좋아하는 홍콩 맛집 l LAU HAA HOT POT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핫팟 전문점으로, 직접 로컬 소고기를 정육해서 신선한 소고기를 맛볼 수 있다. 홍콩 특유의 네온사인 간판과 인테리어도 매력적이다.
*보다 자세한 홍콩 아웃도어 정보는 추가로 공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