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준의 진심들을 여기 모아놓습니다.
GQ 아까 촬영할 때 보니까 ‘귀여움’ 주문 앞에서 무너지시던데. 오글오글, 이런 거 절대 어렵죠?(웃음)
NJ 그렇죠. 귀여움은 안 해본 거라 많이 낯설었어요.
GQ ‘못’ 해본 게 아니라 ‘안’ 해봤군요.
NJ 뭐, 네, 그렇습니다. 지금도 많이 부끄럽습니다.
GQ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NJ 화보는 약간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상대를 팬분들이라고 가정하면 왜 친구, 연인, 가족들에게 편한 날것의 모습만 보이다가 어느 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갑자기 꾸민 모습을 턱, 보여주게 되는 상황? 왜 그래서 부모님이 “어, 웬일로 이렇게 멀끔해?” 딱 그런 느낌.
GQ 그런 거라면 일 년에 몇 번 볼 수 없는 진짜 귀한 모습이네요.
NJ 그렇죠. 그래서 팬분들에게 드리는 선물 같기도 하고, 또 저에겐 과한(?) 작업 같기도 해요.
GQ 요즘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아무래도 1월이니까 새로 무엇을 시작했을까 싶어서 물어요.
NJ 약속들이 좀 늘었고, 이제 대본을 열심히 보고 있죠. 대본 보고 운동하고, 음? 정말 이게 다네요.
GQ 심심함과 규칙적인 생활 어디쯤에 남준 씨가 있군요. 원래 좀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NJ 하루에 해야 하는 규칙적인 몇 가지를 얼른 끝내고 나머지 시간을 굉장히 자유롭게 보내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어 운동도 했고 대본도 봤다. 그럼 나머지 시간은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하게 놀죠.
GQ 보통 무얼 하면서요?
NJ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진짜 맛있는 음식 먹는 거요. 맛집 찾아가고 가끔 글램핑도 가고 그렇게 친구들하고 노는 거 좋아해요.
GQ 맞아, 요리하는 거 좋아한다고 알고 있어요.
NJ 네, 잘하진 않지만 좋아해요. 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하던 요리가 이제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학생 땐 돈이 많지 않으니까 웬만하면 집에서 해 먹잖아요? 그때 많이 하면서 점점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집밥 진짜 좋아해요.
GQ 며칠 전 ‘2024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수상했죠. 축하드립니다. 어때요? 한 해 동안의 활동을 쭉 떠올려보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나요?
NJ 음,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생각 없이 잘 살았다’는 생각?
GQ 어떤 의미예요?
NJ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그 생각이 꼭 어렵거나 풀어내야 하는 숙제 같은 모습들은 아니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싫어하진 않는데, 그럼에도 그냥 단순하게 지내는 요즘이 너무 좋은 거죠.
GQ 단순해진 이유라면요?
NJ ‘몰입해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을 돌아봤을 때 ‘그래, 정신없이 잘 살았다!’ 그런 개운한 생각이 먼저 드네요.
GQ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허남준’에 대해서 힌트를 얻기가 좀 어려운 거죠. 궁금한 게 많았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남준 씨의 ‘시작’이 어떤 모습이었을지가 가장 궁금했어요.
NJ 솔직히는 연기로 진로를 선택했을 때 적극적이진 않았어요. ‘난 연기를 너무 좋아해’, ‘배우가 너무 되고 싶어’ 이런 마음가짐은 아니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연기란 거 한번 해보고 싶다’ 이 정도가 당시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군대였고요.
GQ 누굴 만났나요?
NJ 아뇨. 그렇게 대학 진학해서 연기를 배우다 군대에 갔는데, 막상 못 하게 되니까 하고 싶더라고요?(웃음)
GQ 남준 씨 안에 청개구리가 있군요. 흥미진진합니다.
NJ 그렇게 조금씩 갈증이 생기다 보니, 이제 연기를 헐렁하게 대했던 때가 좀 많이 후회되고, 그러다 그 후회가 ‘전역하면 진짜 한번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욕심으로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역한 뒤론 이것저것 다 해봤던 것 같아요. 아주 열심히. 또 부지런히.
GQ 그때의 텐션이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고요.
NJ 네, 저는 열심히 하고 싶고, 하고 있는데 요즘은 이제 밀당을 해요. 연기하고.
GQ 내 마음 같지 않나요?(웃음)
NJ 네, 꼭 그래요. 좋아하려고 하는데 왜 내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을까 싶은 날이 있다가, 또 어느 날은 좀 버거운데, 어려운데 싶은 순간 이 친구가 바짝 옆에 붙어 있을 때가 있고. 그래서 아주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연기할 때마다 마냥 행복하고, 좋아서 미치겠고, 이런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GQ 그럴 수 없죠.
NJ 네, 그래서 예전에는 이런 고민도 했어요. ‘연기할 때마다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 좋아서 죽을 만큼 펄쩍펄쩍 뛰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약간의 자책, 죄책감 비슷한 걸 느끼기도 했어요. 선배님들께 막 물어보고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이럴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들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생겼어요. 생각해보면 이건 어릴 때 찾고, 좇던 자극적인 재미와는 좀 다른 재미인 것 같아요.
GQ 예를 들면요?
NJ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아무리 작은 변화나 도전 앞에서도 굉장히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미션이 주어졌을 때 용기를 내는 스스로가 좋아요. 재밌기도 하고요. 그런 저를 보며 다시 용기를 얻고, 다시 재미를 찾아가며 몰입하고. 그 순환 안에서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GQ 그럼에도 분명 지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디에 기대는 편이에요?
NJ 가장 친한 친구가 있어요. 제 연기를 항상 모니터링해주고, 대본도 함께 봐주고, 또 자주 대화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응원이 힘이 될 때가 많죠.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른 곳에서 정신 차리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제 모습 보면 이제 정신 바짝 차리게 되죠. “와, 너무 못해” 이러면서.(웃음) 요즘은 아주 이만한 처방이 없어요.
GQ 문득 궁금해서 묻습니다만, 연기를 대하는 나름의 태도가 있을 것 같아요. 연기관 같은.
NJ 음, 당연히 일이니까 잘해야겠죠. 근데 계속 잘하려면 지치지 않아야 하고, 그러려면 재밌어야 될 것 같아서 아까 얘기와 좀 겹치지만 무조건 재밌는 포인트 하나씩 만들어두는 거 같아요. 절대적이고 거대한 가치관 같은 건 세워두지 않아요. 그건 어차피 못 해낼 것 같아서요.
GQ 올해로 6년 차. 시간에 비해 정말 많은 작품을 지나왔어요. 이건 본인의 의지가 컸기 때문에 이룬 결과였나요?
NJ 그런 걸 계산할 틈도 없이 집중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내야 했으니까. 음, 그래서 다작이라면 그건 목적이 있는 과정이었다기보다 놓여진 상황에서 그저 열심히 임했던 시간들의 연속이었던 거죠. 사람들에게 저를 알려야 했고, 어떻게든 누군가의 눈에 띄어야 했으니까요.
GQ 그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얻은 배움이라면 그건 어떤 내용일까요?
NJ ‘어디 이상한 데서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자’, ‘엉뚱한 곳에 가서 기웃대지 말고 대본 보자’ 이런 마음가짐. 시간이 더해질수록 “이건 이렇게 해야 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같은 말들을 정말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말들, 한번 듣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여기에 휘둘리지 말고 내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편이 낫겠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들을 더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하죠.
GQ 단단합니다. 아주아주.
NJ 아후, 아닙니다. 단단해지려고 노력하는 슬라임입니다.
GQ 그간의 경험들이 남준 씨를 어떻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해요?
NJ 단단하게?(웃음) 농담이고요, 이건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개인 허남준에게도 해당되는 말인데, 표현이 좀 과하지만 갑자기 돌팔매질을 받아도 기꺼이 튕겨낼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아요. 굳은살이 좀 생겼죠. 생겼다가 뜯겼다가 다시 생겼다가 하면서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GQ 아까 오늘 화보가 팬분들에게 드리는 선물 같다고 말했잖아요. 인터뷰 끝인사는 팬들에게 전해보는 거 어때요? 선물엔 카드가 있어야죠.
NJ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저는 힘이 들 때 친구를 찾고, 조금 더 힘이 들 때는 누군가에게 제 힘듦을 말하는 것을 꺼려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합니다. 그럴 때면 팬분들께서 보내주신 편지 중 못다 읽은 편지를 꺼내 읽어요. 그때마다 사랑한다고, 응원한다고 해주셔서 가슴이 아주 따뜻하게 차오릅니다. 그러고 나면 자존감도 오르고, 어느 사이 제 안은 좋은 에너지로 가득찹니다.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건강하십시오.
- 포토그래퍼
- 김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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