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이 쉴 새 없이 떨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재규어 F-타입의 꽁무니에선 ‘우당탕탕’ 기관총 소리가 작렬했다
재규어가 우당탕탕
가속페달을 밟으면 맑은 관악기 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미국 V8 머슬카의 굵은 저음, 포르쉐의 자갈 볶는 소리, 페라리의 앙칼진 비명과 또 다른 음색. 지난 10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 라이브’가 막을 올렸다. 서킷에서 다양한 재규어를 몰며 각자의 핏줄 속에 스며 있던 레이싱 유전자를 깨우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엔 데이비드 블랙홀 재규어 아태지역 지사장이 방문했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재규어를 5번째로 많이 파는 시장으로, 1~9월 전년 동기보다 60퍼센트나 성장했다”며 웃었다. 행사장에선 XFR-S도 깜짝 데뷔했다. 재규어의 고성능 버전인 R보다 한 수 위급의 괴물이다. XFR을 바탕으로 V8 5.0리터 슈퍼차저 엔진의 출력을 550마력까지 끌어올렸다. 범퍼엔 수박 한 통은 들락거릴 수 있을 만큼 큰 구멍을 숭숭 뚫었다. 재규어 라인업 중 가장 공격적인 모델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는 한편 엔진의 냉각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XFR-S의 최고속도는 딱 시속 300킬로미터다. 하지만 직접 몰 기회는 없었다. 동승만 허락됐다. 영국 재규어 본사에서 온 인스트럭터는 “최대한 부드럽게 몰겠다”며 미소로 안심시키더니 트랙 주행의 끝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렇게 가혹하게 몰아칠 때조차 승차감이 편안하고 매끄러웠다. 서킷이 아니고선 알기 힘든 재규어의 매력이다. 이어 재규어 F-타입을 시승했다. V6 3.0리터 슈퍼차저 엔진의 F-타입과 F-타입 S, V8 5.0리터 슈퍼차저의 V8 S 가운데 F-타입 S의 성능이 단연 매력적이었다. 사운드도 제일 강렬했고, 하체도 가장 단단했다. 또 운전자의 실력만큼만 정확히 반응했다. 차를 믿고 까불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다시금 운전 실력을 갈고 닦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드는 차였다.
재미의 기술
아발론의 기획과 디자인, 생산은 모두 미국에서 맡았다. 4세대째인 이번 아발론의 디자인 테마는 회춘이다. 오밀조밀한 동안으로 나이의 흔적을 지웠다. 실내는 렉서스와 토요타의 간격이 걱정될 만큼 고급스럽다. 역대 아발론은 넉넉한 덩치와 풍요로운 주행감각을 뽐냈다. 이번엔 달라졌다. V6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앞바퀴 굴림 등 구성은 익숙하다. 그런데 운전에 재미를 더했다. 기본적으론 부드러운데 손맛이 제법 칼칼해졌다. 골격과 파워트레인은 렉서스 ES350과 공유한다. 가격은 ES350보다 7백20만~ 1천3백20만원 더 저렴한 4천9백40만원이다. 눈여겨볼 만하다
의외성의 힘
의도치 않은 성공이었다. “쥬크는 젊고 유행에 민감한 소수를 겨냥해 개발한 차였어요. 그런데 전 세계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서울을 찾은 요시히사 아키야마 닛산 글로벌 디자인센터 총괄의 고백이었다. 쥬크는 외모부터 뼛속까지 의외성으로 넘실대는 차다. 그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외모는 충격적이다. 안개등처럼 보이는 게 실은 헤드램프다. 그릴은 좌우 끝까지 꽉 채웠다. 펜더는 슈퍼카 뺨치게 부풀렸다. 출력은 알티마 2.5보다 높다. 의외성의 방점은 주행 성능에 찍혀 있다.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맹렬히 힘을 쥐어짠다. 몸놀림도 탄탄하다. “어라? 요놈 의왼데.” 쥬크의 매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 에디터
- 김기범(컨트리뷰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