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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의 명가, 브로이어

2015.10.06GQ

브로이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창립자의 아들 월터 브로이어를 만났다.

브로이어는 1백 년이나 넥타이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양말이 더 유명하지 않나요? 양말도 넥타이도 그리고 옷도 유명해요. 넥타이로 시작한 건 너무 오래전 이야기예요. 처음 만든 넥타이는 일곱 번 접은 넓적한 전통적인 모양이었어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아쉽게도 그때 아카이브는 다 사라졌어요. 모두 입으로만 전해지죠.

브로이어 옷은 프랑스에서 디자인하고,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요. 그런데도 가격이 괜찮네요. 우리 회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관계예요. 아버지가 1930년대부터 경영을 맡았는데, 전쟁 이후로도 지금까지 같은 협력 업체들과 일을 하고 있어요. 없어지지 않는 한 충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또 다른 이유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거예요. 무분별한 광고를 하지 않아요. 그 비용을 제품 개발에 쓰니까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죠. 이렇게 하면 좋은 게 또 있어요.

뭘까요? 그걸 알아본 고객이 꾸준히 브로이어 옷을 입는다는 거예요. 아버지도 아들도 한 가족이 모두 브로이어를 입을 수 있어요. 30년 넘게 한결 같이 우리 매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그게 1백 년이 넘도록 브랜드를 이어가는 비결인가요? 한국에는 1백 년이 넘은 회사가 흔치 않아요. 패션 사업의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회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거예요. 우리도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어요. 넥타이로 시작했지만, 기성복에 진출한 건 제가 이 일을 맡으면서부터죠. 우리도 버텨야 하는 시기가 있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우리 같은 가족 경영 회사들은 대형 회사들의 압박을 느껴요.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지금의 숙제예요.

브로이어의 경쟁 상대는 어디죠? 라이프스타일로 보자면 랄프 로렌, 가격대로는 하켓 그리고 품질은 브루넬로 쿠치넬리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이 브랜드들의 옷을 우리 옷과 함께 입더라고요.

브로이어의 어떤 옷 말인가요?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셔츠예요. 브로이어는 셔츠 칼라에 부드러운 심지를 써요. 오묘하게 숨겨져 있죠. 넥타이를 하루 종일 매고 있는 사람에게 목이 편한 셔츠는 아주 중요해요. 사람들이 예전보다 넥타이를 덜 매는 이유는 셔츠 칼라가 너무 딱딱하고 높아서 그래요. 우리는 유행에 상관없이 목이 높지 않고 목선에 단추가 하나만 달린 셔츠를 고집하고 있어요. 수트와도 입을 수 있도록 셔츠는 포멀Formal과 인포멀Informal 두 가지로 만들었어요.

한국에는 최근 론칭했지만, 이미 일본에선 많이 알려졌죠? 치수가 아담하던데 그건 일본의 영향인가요? 일본 시장은 1980년대 초반에 시작했어요. 그런데 브로이어의 모든 옷은 치수가 같아요. 다만 길이의 차이가 좀 있을 뿐이에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짧은 걸 좋아하고, 미국은 좀 긴 걸 선호해요.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의 크기는 아시아나 유럽이나 미국이나 같아요. 치수가 아담하게 보이는 건 비율을 적절하게 잘 맞췄기 때문이에요.

출장이 잦을 텐데 비행기에서도 재킷을 입나요? ‘제트 레그’라는 재킷을 입어요. 시차라는 뜻을 가진 재킷이에요. 유연한 패턴으로 만들었고, 로로 피아나와 특별 제작한 저지 소재라 주름이 잘 안 생겨요. 그래서 가방에 막 구겨 넣어도 돼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저는 열세 살 때부터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어요. 매주 학교를 안 가는 목요일에는 아버지를 따라 공장에 가서 사람들을 도왔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늘 이 일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 여겼어요. 방학 때는 아버지와 함께 실크 방직기를 찾으러 리옹과 이탈리아에 갔던 기억도 나는군요. 이건 그냥 자연스런 제 삶이에요.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