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탤리언의 자유로움과 유쾌함.
HOW TO FEEL
2025년 봄/여름 시즌 보테가 베네타의 61번 룩은 유럽의 어느 정오의 태양처럼 강렬하고 느긋했다. 모델의 발걸음에 따라 실크 소재 홀터 톱이 부드럽게 나부끼고, 느슨한 실루엣의 밤색 팬츠가 연신 바닥을 쓸었으며, 새하얀 구두는 백사장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게 했다. 휘휘 내젓는 한 손에는 검은 가방이 들려 있었는데, 그 안에는 하도 많이 읽어 테두리가 꼬깃꼬깃해진 책 한 권과 안경, 먹다 남은 치아바타, 그리고 서류 몇 장이 들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카페여도, 공원이어도, 회사여도 말이 되는 가방이라서였다. 그와 더불어 주체는 유연한 가죽처럼 여유 있고, 차분하지만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가졌으리라 짐작했다. 가방의 이름은 차오 차오. 2월 말경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에디터는 발빠르게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체험 첫째 날. 더스트 백을 여니 톱 핸들이 얼굴을 내밀고, 핸들을 잡고 꺼내자 익숙한 이름이 떠올랐다. 안디아모! 런웨이에 처음 등장했을 때도 느꼈지만 직접 마주하니 이종사촌, 아니 형제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은 모습이었다. 이유는 안디아모의 시그니처, ‘놋’ 디테일 때문. 그렇지만 매끈한 실키 카프 레더 소재로 마감하고 인트레치아토로 마무리한 안디아모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었다. 안디아모가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이라면, 차오 차오는 캐주얼하고 세련된 느낌인 것. 그날 에디터는 넉넉한 핏의 니트와 조거 팬츠를 입었는데, 캐주얼한 무드를 살리기 위해 탈착 가능한 스트랩으로 크로스 백처럼 연출했다. 꽤 많은 물건을 수납했음에도 바닥이 잘 보강된 덕에 셰이프가 무너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다음 날은 컬렉션에서 모델이 연출한 것처럼 코액시얼 스트랩을 활용했다. 코액시얼 스트랩이 당겨지자 놋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강조됐고, 스트랩의 인트레치아토 패턴도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데님 룩에 매치하니 세련된 일상 룩 완성. 두꺼운 외투에 숄더로 착용해도 흘러내리지 않아 활동하기가 편했다. 어느 날은 플랩을 안쪽 인트레치아토 포켓에 넣자 금색 잠금 장치가 드러나면서 완전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했다. 캐주얼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 에디터는 주로 코액시얼 스트랩을 활용해 숄더로 메거나, 플랩을 안으로 넣는 방식으로 즐겼다. 때때로 격식을 차리고 싶을 때는 플랩을 앞으로 빼고 톱 핸들로 들면 그만이었다. 가방에 자아가 있다면 차오 차오는 매우 여유롭고, 유쾌하고, 다재다능한 이탤리언일 것이다. 고민이 있다고 말하면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싱긋 웃어 보이며 해결해주는. 또 언제든 마주치면 상냥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겠지. “차오 Ciao!”.
소재 실키 카프 레더, 스웨이드 및 골드 브라스 하드웨어
디테일 상단의 톱 핸들과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코액시얼 스트랩 및 여분의 스트랩, 두 부분으로 나뉜 내부 수납공간.
HOW SPECIAL
HOW TO STYLE
옷을 대충 입어도 스타일을 살려주는 가방이 있다. 실루엣은 여유롭지만 매끈하고 유연한 고급 소재가 타고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네포 베이비’ 같은 가방. 적당한 윤기를 머금은 좋은 가죽은 어디서나 빛나는 다이아몬드와 같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날도, 질펀하게 놀고 싶은 날도, 가볍게 외출할 때도 홀연하지만 소란스럽지 않게 곁을 지킨다. 기본 톱 핸들에 숄더나 크로스로 착용할 수 있는 스트랩까지 있다면 활용 범위는 백방으로 뻗어 나간다.
HOW TO ENJOY
보테가 베네타는 조용하다. 정신없이 로고 플레이를 하거나, 제품에 로고를 커다랗게 넣는 경우가 거의 없어 거추장스럽지 않다. 포인트는 인트레치아토 하나로 충분하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곳곳에 인트레치아토를 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