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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셰프, 데이비드 라이 셰프와 떠난 라마섬 미식 여행

2025.03.09전희란

안성재 셰프, 데이비드 라이 셰프와 홍콩 이웃 섬에서 로컬 미식을 탐구했다.

“로컬 재료, 로컬 문화와 요리를 대하는 홍콩 셰프들의 프라이드가 대단하다고 느껴요. 존경스러운 셰프는 많지만, 네이버후드 NEIGHBORHOOD의 데이비드 라이 DAVID LAI는 특히 제가 리스펙하는 셰프예요. 사실 홍콩은 수출입 자유 국가라서 세계 어디서든 좋은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데이비드는 홍콩에서 난 재료를 찾는 데 열과 성을 다해요. 자신의 뿌리에 대한 관심과 존중, 깊은 애정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리고 그 재료들을 가지고 기존의 레시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요리해요. 좋은 재료 앞에서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진정성을 느끼곤 하죠.” 모수 안성재 셰프의 말에 이어 모수 홍콩의 헤드 셰프 정진환은 이렇게 덧붙인다. “네이버후드는 캐주얼한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여러 명이 함께가서 셰어하며 먹기도 좋은 곳이에요. 셰프가 계절에 맞게 시장에서 직접 구해오는 로컬 재료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서 받은 재료를 더해 유연하게 메뉴 구성을 해요. 셰프 홀로 바에 서서 특별한 재료를 가지고 디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게 마음으로 전해지거든요.”

미국에서 예술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축적한 독특한 이력의 데이비드 라이 셰프와 모수 안성재 셰프가 안내하는 라마섬 LAMMA ISLAND 여정은 압 레이 쩌우 AP LEI CHAU 마켓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데이비드가 그의 요리를 위해 매일 아침 찾는 수산시장이기도 하다.
‘BLUE GIRL’이란 귀여운 이름의 캔맥주를 사서 목을 축인 뒤, 운동장 반만 한 수산시장을 한 바퀴 휙 도는 것으로 그들의 여행은 스트레칭을 마친다. 매일 찾는 시장에서도 데이비드는 결코 눈대중만으로 재료를 고르지 않는다. “아무리 주방에서 오래 일하고 기술이 좋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재료를 직접 다루는 상인만큼 계절에 맞는 좋은 재료를 알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일 부지런히 시장을 누비고 상인들과 소통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왜 좋은 것인지 알아가는 데이비드 셰프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모수 홍콩의 헤드 셰프 정진환은 말한다.

맛을 따라서, 라마 섬.

시장에서 산 재료들로 양손이 바쁜 가운데에도 데이비드 셰프의 눈은 여전히 분주하다. 라마섬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직전 데이비드는 작은 통통배 위에 탄 상인 할머니에게 말을 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지만, 그들이 ‘오늘 잡은 신선한 무언가’에 대해 투박하게 진짜 이야기를 나눈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이내 정체불명의 작은 생선 몇 마리가 긴 봉을 통해 셰프에게 전해진다. 셰프도 같은 방식으로 상인에게 지폐 몇 장을 전달한다. “데이비드는 이런 방식으로 지역 상인을 서포트하는 거예요.” 안성재 셰프는 데이비드를 향해 연신 “RESPECT”를 뱉어냈다.

미리 예약한 배를 타고 10분이면 라마섬 내 레스토랑 ‘GENUINE LAMMA HILTON FISHING VILLAGE RESTAURANT’에 닿는다. “홍콩에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저는 압 레이 쩌우 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직접 보고 구입해요. 그리고 갓 구입한 재료를 주문에 맞게 맛볼 수 있게 요리해주는 이 식당을 가장 좋아하죠.” 데이비드는 말한다. 갓 쇼핑한 홍콩 해산물을 주인장에게 건네면 주인장은 마치 전담 컨시어지처럼 믿음직스럽게 각 식재료가 가장 빛나는 조리 방식으로 요리해준다. 차림은 소박하지만, 보려는 자들에게는 그 안의 특별함이 보인다.

식당 안쪽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방 안은 와인으로 가득차 있다. “식당 사장님은 직접 와인 수입도 하세요. 와인이 대단히 좋은 가격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섬에서 이만큼 와인 종류를 많이 갖춘 곳은 보기 드물죠. 오래된 빈티지의 괜찮은 가격대 와인도 꽤 눈에 띄어요. 와인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300 홍콩 달러 미만의 보르도 화이트, 소비뇽 블랑, 로제 와인을 추천 받으면 꽤 괜찮은 와인을 마실 수 있을 거예요. 홍콩에는 해산물 요리가 워낙 다양한데, 그중에는 묵직하고 기름진 요리도 많거든요. 저는 마늘 소스가 올라간 새우찜에는 소비뇽 블랑, 생선찜에는 칠링한 피노 누아, 그르나슈를 매치하곤 해요.” 모수 홍콩의 소믈리에 김준서는 귀띔했다. 와인을 고르고 자리에 앉으니 곧 봄베이덕 생선은 물렁한 아귀 같은 식감을 품은 바삭한 튀김으로, 곰치는 발효된 콩 소스를 입고, 조금 아까 할머니 상인에게서 산 작은 생선은 튀긴 후 고추, 마늘과 같이 볶은 요리로 변신해 하나씩 서브된다.’ 네이버후드’라는 데이비드의 식당 이름처럼 곁에 있는 것들에 시선을 두니 여정은 새로움으로 넘쳐난다. 블로그나 SNS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할 수 없었던 홍콩의 경험들이 내곁에서, 내 혀 위에서 넘실거린다. 맞아, 여행은 이런 맛이었지?

*일반 관광객도 재료를 사서 갈 수 있지만 현지어로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면 식당에서 바로 주문하기를 추천한다.

안성재 셰프의 홍콩 맛집 리스트

SUN KWAI HEUNG BBQ FOOD 홍콩에서 가장 좋아하는 차슈 식당. 차슈가 나오는 시간에 가면 고기가 진열대에 척척 걸리는데, 그 모습이 너무 섹시하다.
XINRONGJI 추차우 스타일 음식점. 레스토랑보다는 교육기관 같은 느낌이다. 버터 없이도 풍부하고 감칠맛을 내는 말미잘 국수, 간장에 조린 무조림을 좋아한다.
KAM’S ROAST GOOSE 해피 밸리 볼링장의 바비큐 음식점. 기름진 스타일의 고기 요리를 좋아하는데, 오리 구이, 거위 구이가 별미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으니 참고한다.
YU CHUAN CLUB 완차이 지역의 사천 요리 전문점. 소, 돼지, 닭고기부터 장어, 개구리 요리 등 다양한데, 나는 디시 3개와 밥을 곁들여 먹는 걸 즐긴다. 고량주와 궁합이 좋다.
WING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이자 동료인 셰프 비키 쳉의 다이닝 레스토랑. 홍콩 재료를 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요리하는 그의 진지함이 좋다.

*모수 홍콩 소믈리에 김준서의 추천 와인 숍
GINSBERG & CHAN 부티크 생산자 위주의 와인 숍. 솜씨 좋은 와인 수입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어떤 지역 와인이든 믿고 마실 수 있고, 센트럴 파이브가이즈 바로 옆에 있어 접근성도 편하다.
WATSON’S WINE 네임드 와인을 두루 찾아볼 수 있는 숍. 홍콩에서는 칠레, 아르헨티나 등 신대륙 와인의 인기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 좋은 가격에 좋은 신대륙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훌륭한 빈티지의 보르도, 이탈리아 와인도 다수 구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