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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는 시계도 명품이다

2025.03.14김창규

에르메스가 처음 시계를 만든 지 100년이 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에르메스 워치의 시작

13년전 제작된 에르메스의 첫 시계 포르트 오이뇽.

에르메스는 무려 113년 전인 1912년에 3대 회장의 딸이 사용할 것을 목적으로 ‘포르트 오이뇽’이라는 손목시계를 제작했다. 가죽 파우치 스타일의 장치가 회중시계를 감싸고, 스트랩에 결합된 타입으로 엄밀히 말해 ‘제대로 된 러그가 있는 현대적 의미의 손목시계’는 아니지만, 당시 존재했던 초기 손목시계 형태 중 하나였다. 이 시계는 고객들에게도 판매하는 양산형 시계는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시계 브랜드보다 에르메스가 일찍이 시계를 제작했다는 걸 증명한다.
판매를 위한 시계도 지금으로부터 97년 전인 1928년에 발표됐다. 벨트 워치라는 모델이었고, 이름 그대로 허리띠 버클에 시계가 삽입되어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시계 손상을 방지하며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같은 시기에 다른 회중시계와 손목시계들도 판매를 개시했다.

워치메이커로의 본격적인 도약

1978년부터 에르메스의 시계 전담 부문인 라 몽트르 에르메스를 통해 처음 선보인 아쏘 컬렉션. 현재는 극도로 희소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을 발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에르메스의 시계 제작 부서인 라 몽트르 에르메스는 시계 종주국인 스위스에 위치한다. 이 부서는 1978년 설립되어 현재에 이르렀고, 처음 발표한 시계는 현재도 에르메스 부티크에서 살 수 있는 아쏘다. 비대칭적인 러그가 특징인 이 시계는 에르메스 특유의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절제된 기품을 표현하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지닌 덕택에 현재까지도 큰 디자인의 변화를 겪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최근 선보인 아쏘 뒥 아뜰레의 경우 3축으로 회전하는 다축 투르비용에 미니트 리피터까지 결합되어 있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동일한 기능을 갖춘 시계를 하이엔드 워치 전문 제조사에서도 좀처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에르메스 워치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매뉴팩처 워치메이커로 등극한 에르메스

에르메스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H1837. 2012년에 이를 탑재한 시계를 처음 선보였다.

에르메스는 하이엔드 무브먼트 제조사인 보쉐(Vaucher)의 지분을 2006년에 확보했다. 보쉐의 지분을 소유한 또 다른 브랜드로 파르미지아니, 보베, 쇼파드가 있는 만큼 범용 무브먼트 제조사와는 격이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예술적인 하이엔드 다이얼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나테베르(Nateber)를 2012년에 인수했고, 이듬해 케이스 제조사 조셉 에하드(Joseph Erard)까지 사들였다. 스트랩은 말해봤자 입이 아픈 수준의 세계 최고급 제조사가 에르메스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에르메스는 완벽한 시계 제조 설비를 갖춘 진정한 매뉴팩처 워치메이커로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