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원하는가? 아니면 아이를 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파트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둘의 생각이 다르다면? 이 기사는 당신이 아이를 가질지 딩크로 살지, 후회없는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현대 아버지의 모습을 탐구하는 GQ 시리즈 ‘대디 이슈’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아이를 원하는가? 아니면 아이를 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파트너는? 파트너가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심리상담가인 앤 데이브먼은 지난 30년간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왔다.
파트너가 아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2020년 여름, 매튜와 그의 여자친구 미셸은 콜로라도 산맥에서 주말을 보낸 후 운전해서 덴버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아이를 낳을 것인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매튜의 20대엔 아기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다. 아기는 그저 성가신 존재였고, 인간의 의무처럼 여겨져 불편했다. “아기가 우는 소리는 절 미치게 만들어요. 저는 그 정도의 책임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아무튼 그땐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죠.”
매튜는 33세가 되던 해에 11년 간의 연애를 마치고 혼자가 되었다. 이상하게도 그때서야 아이를 갖는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고 그때 지금의 파트너인 미셸을 만났다. 데이트를 시작한지 18개월 만에 매튜는 가족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아기가 제약이 아닌 가능성이자, 일종의 사랑스러운 상호적 관계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셸은 이미 이전 관계에서 낳은 아이가 있었고, 더 이상의 아이는 원하지 않았다. 그것은 매튜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긴 시간 드라이브를 하면서 아기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현실로 훅 치고 들어왔다. “미셸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어요. ‘아이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찾는 게 좋겠다’고. 매우 고통스러운 대화였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매튜는 몇 주간 절망적인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100% 확신할 수 있어요. 나는 미셸과 같이 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아이를 갖지 않고 그녀와 살 수 있을까?” 그는 스스로에게 솔직하면서도 후회를 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불안감 속에서 그의 생각은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좌절한 매튜는 구글을 뒤지다가 우연히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찾아주겠다’는 사람을 발견했다.
앤 데이비드먼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헌신적인 ‘아버지 설득자’일 것이다. 면허를 소지한 심리상담가이자, 30년 간 ‘부모 명확성 과정 Parenthood Clarity Courses’라 부르는 수업을 운영해 왔다.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인, 아이를 가질지 말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돕는다. 그의 수업을 들은 수많은 남성들은 그를 일종의 산파로 묘사한다. 혼자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사고의 장애물을 넘도록 돕는다.
캘리포니아 월넛 크릭에서 지내며 사람들을 돕는 데이비드먼은 따뜻하고 깊은 지혜를 발산한다. 데이비드먼은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생각과 기분을 안내하는 대신, 결정을 스스로 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각자 얻어가도록 한다. “부모가 되고 싶은지 모든 사람이 한 번쯤 스스로 질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부모가 되고 싶은지 아닌지 스스로도 모르겠다면
이 과정이 탄생한 계기는 데이비드먼 스스로의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1991년에 그는 30대 중반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했으며 자녀를 원했다. 마땅한 파트너를 찾지 못한 채 심리상담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내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 만큼 유연한 시간을 확보했다. “진짜 해낼 수 있을 줄 몰랐어요.” 그가 말했다.
데이비드먼은 동료 치료사인 데니스 칼리니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었다. 칼리니는 아이 없이 살기로 확실히 결정했고 그녀에게는 생체 시계로 인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감을 가진 두 명의 여성 고객이 있었다. “분명히 기억 나요. 그들은 거의 같은 말을 하고 있었어요. 어떤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렇게 대화하며 심리를 파악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에 대해 말이죠.” 칼리니가 말했다.
모성애에 대한 양면성을 인정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결혼한 다음 단계로 아이를 가지는 걸 당연하게 간주했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심리상담가 칼리니와 데이비드먼은 자기가 원하는 미래를 깊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이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닿았다. 칼리니의 기존 고객와 다른 예비 부모를 그룹으로 묶으면 어떨까?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이 외부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여성들이 자기가 원하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부모가 정말 원해서 아이를 갖는다면,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도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어 기쁠 거라고 생각했죠.” 데이비드먼은 말한다.
데이비드먼과 칼리니는 동네 게시판에 전단지를 붙여 ‘부모 명확성 과정’을 광고했다. 8명이 신청했다. 첫번째 프로그램은 외부의 개입 없이 주제에 대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모성애에 대한 금기를 깨고 대화하는 것은 젊은 치료사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었다.
1997년, 그들은 남성을 위한 과정으로 확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당시에도 진보적인 분위기였지만, 단 세 명이 모집되었다. 칼리니는 “인원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절실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칼리니는 남성에게도 양육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우리 문화가 그 본능과 욕망을 몰아내도록 가르쳐왔어요. 가부장제로 고통받는 것은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남성에게 끔찍한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남성들은 가치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삶의 부드러운 면을 모르고 살아왔죠.”
주거 불안, 물가 상승, 기후 위기…
이 불안한 사회에 아기를 낳아도 될까?
2000년 칼리니가 해외로 이주한 후, 데이비드먼은 모성 명확성 과정을 혼자서 운영하며 2005년에 남성들에게도 확장했다. 종종 그는 두 파트너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을 목격한다. 참가자들은 12주 과정이 끝날 때까지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걸 멈추는 게 좋다. 데이비드먼은 부모가 되는 것이 관계의 문제로 취급될 수 있지만, 이는 여전히 개인의 결정이라고 말한다. 고객 중 일부는 아이를 원하는 것으로 결론 짓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데이비드먼의 목표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개인의 잠재적 신념을 드러내는 것. 글쓰기와 시각화 연습을 통해 얕은 곳에서 그룹 토론을 시작해 매주 더 깊이 들어간다. 고객들은 진짜 자기 생각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실제 그들이 결정하는 것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 남성은 대가족을 원했지만 파트너는 임신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를 입양했고 더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데이비드먼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정도와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에게는 나이, 경력, 재정, 과거의 경험 또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다. 요즘에는 기후 위기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졌다.
1991년과 현재의 주요 차이점은 아직 30대가 되기 전인 사람들이 벌써 결정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며 수업을 찾는다는 것. “이는 출산율 하락과 늘어난 부모의 연령으로 압박감이 높아졌음을 시사합니다. 생활비 상승, 지구 종말론적 미래, 주거 불안 등. 자녀를 갖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복잡해진 거죠.”

남자가 느끼는 가장의 무게
20년 동안 아버지로서의 명확성 과정을 운영하면서 데이비드먼은 최악의 사람들보다는 최고의 사람들을 만났다. “수업을 들으러 온 누군가를 보고 ‘와, 제발 당신은 아이를 갖지 말아주세요.’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그 반대지요.” 그는 말한다.
현재 그는 줌을 통해 매년 3~4개의 모성 명확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되는 일과 양육이 남녀평등한 일로 취급되면서 남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8세 시머스는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연애 다음 단계로 결혼과 출산, 육아를 택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는 지난 여름 파트너와 함께 강좌를 수강했다. “아기를 가지는 일의 장단점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진짜 필요한 일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죠.”
그는 과정을 함께 듣는 다른 남성들과 얘기를 나누며 결정에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먼을 찾는 남자들은 스스로도 자신들이 희귀한 그룹이라 말한다. 12주 동안 245만 원이라는 비용을 심리 치료에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단 차별화 된다. “우리 그룹의 남자 4명 중에는 한 명을 빼고 모두 개인 심리 치료 경험이 있었어요. 그들은 모두 수강료가 제값을 한다고 말했죠.” 33세 수강자 아마르의 말이다.
“남자끼리는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해 속깊이 얘기하기가 어려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주변 친구들은 아이를 당연하게 원하거나 그래서 아이를 낳았어요. 어떤 감정은 다른 감정보다 훨씬 깊이 있게 접근해야 해요. 가정을 꾸리는 일은 그래서 까다롭게 느껴지죠. 온라인의 기사들은 모성애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남자들끼리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어린 시절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앤드류는 상담 중 두 번의 이혼과 어린 시절 겪은 부모님의 불화를 떠올렸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 단단한 의사 결정권자가 되는 게 부담스러워요. 늘 그 자리에서 든든하게 가족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그 사실은 여전히 남자들에게 무겁게 느껴집니다.” 같은 수업을 들은 시무스는 전통적인 역할 외에 현대 사회의 아빠의 역할을 고민했다. “나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느라 늘 바빴어요. 0세에서 10세 사이에는 아버지를 거의 보지 못했고 그게 정상이라 생각했어요. 내가 아버지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됩니다.” 데이비드먼과 대화를 통해 남자들은 부모님과 다른 가정을 꾸릴 방법을 고안했다. “과거의 어린 아이에 마음을 대비해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많은 남자들이 자녀 문제에 관해 파트너의 의견을 따를 것이다. 이는 주체성과 자기 인식을 가지고 아버지가 될 기회를 떠넘기는 것이 된다. 데이비드먼은 지난 수업을 통해 남성이 여성보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훨씬 무겁게 느끼는 걸 알았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남성에 대한 메시지와 오늘날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남성이 여성 파트너와 분리된 과정을 듣는 이유다.
“여성 50명과 남성 1명으로 구성된 수업이 있다면 상황이 아예 다를 겁니다. 성차별은 여전히 살아 있고, 우리는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68세인 데이비드먼은 남성들이 감정의 벽을 허물고 취약해져 자기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과정을 진행한다. “저는 남성, 특히 양심적이고 올바른 선택을 원하는 남성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명확히 알게 되고, 내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볼 때 정말 짜릿해요.”
“과정을 듣는 고객들은 생생한 시각화 연습을 합니다. 가정을 꾸리기로 결심한 것처럼 일주일 간 생활하고 그 다음 주에는 그것에 반대하는 한 주를 보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2주 간 성찰의 끝에 남자들은 획기적인 변화를 마주합니다.” 과정의 끝에 모두가 아이와 함께하는 가정을 결정하거나 아이 없이 살기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정하지 못한 채 과정을 마무리 하는 경우도 많다. 암마르는 아직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버지가 되기 전에 파트너와 더 강한 유대를 느끼고 싶어요. 선택은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얘기를 돌려보자. 미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괴로워하던 매튜는 데이비드먼의 코스에 등록했다. 아홉 명의 남성이 함께 코스를 들었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깊이 공감하며 나눴다. 매튜는 몇 주간 부모가 되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 고민한 끝에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자녀가 없는 남자는 미성숙하거나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남들을 그렇게 바라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자기 발견에 완전히 빠져드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될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나는 누구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파트너와 이별을 의미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코스를 시작한 매튜는 생각과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아이를 원한다고 확신했어요. 하지만 아이를 낳는 것과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저는 파트너와의 관계를 선택할 것입니다.” 매튜는 성숙한 깨달음으로 코스를 마무리했다. 미셸에게 자기의 생각을 밝혔고 그녀는 감동했다. “당신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이 기쁩니다.” 미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