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작이 쏟아져나오던 한드 전성기, 2014-2016년. 지금처럼 세계적인 흥행은 없었지만 작품성은 뒤지지 않는다. 어느새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트렌디한 드라마 6개를 추렸다.
여름이 오면 <괜찮아, 사랑이야>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외과 의사도 암에 걸릴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아플 수 있고, 모를 수 있으며, 실수할 수 있다. 우울증, 불안증, 조현병 등의 정신 질환을 다룬 [괜찮아, 사랑이야]는 아무도 쉽게 하지 못하던 이야기를 트렌디하고 발칙하게 풀어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거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놓치는 것 없이 조화로움을 만들어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인생작으로 꼽는 작품. 지금 봐도 멋진 패션을 선보이는 공효진은 정신과 의사 역을, 한여름의 반팔 셔츠가 잘어울리는 조인성은 인기 소설가 역을 맡았다. 길쭉하고 경쾌한 두 배우의 케미는 여전히 회자될 만큼 인상적이다. 성동일, 이광수, 도경수, 이성경 등 조연들의 존재도 이 드라마를 더욱 독보적으로 만든다.
네가 부르면 나는 들을게,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4, 연하남 로맨스의 포문을 연 대표적인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과 이종석의 케미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복수를 꿈꾸는 국선변호사 이보영과 초능력을 가진 소년 이종석이 얽히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두 배우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 설레는 요소였지만, 법정 드라마로서의 짜임새 있는 전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이코패스 빌런 민준국을 연기한 정웅인의 섬뜩한 연기가 매우 강렬하다. 다 죽일 거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드라마보다 더 유명할 정도. 이보영과 이다희의 친구이자 라이벌 같은 관계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설레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마치 내가 함께였던 것 처럼, [응답하라 1988]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응답하라 시리즈, 그 중에서도 1988은 2015년 방영작으로 어느새 10년이 지났음에도 캐릭터들이 기억 속에서 생생하다. 덕선이, 동룡이, 정팔이, 정봉이, 택이, 그리고 선우와 보라. 방영 당시 미래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지에 대한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박보검)’의 논쟁이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그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은, 따뜻하게 살아 숨쉬는 쌍문동 이웃들, 가족들의 이야기다. 성동일, 이일화, 라미란, 김선영 등 부모 역할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고, 덕분에 시청자들은 엄청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 때 그 시절의 음악은 덤. 웃고 울며 함께했던 시간들. 마치 내가 그때 그 곳에 있었던 듯, 어떤 따뜻함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이야기.
거짓과 진실 사이 [피노키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사람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뉴스 뒤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도 모른 척할 수 있을까? 2015년 방영된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진 박신혜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가족을 잃은 이종석이 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풋풋하면서도 진지한 로맨스. 김영광과 이유비가 극에 활력을 더했으며, 박신혜의 엄마이자 냉철한 언론인 역할을 맡은 진경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녀의 존재가 강렬한 역할을 깊이 있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치열한 청춘, 그리고 매일매일이 전쟁 같은 방송국의 풍경. 기자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겨울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빨간 목도리와 [도깨비]
눈이 내리는 겨울밤, 불멸의 저주를 받은 남자가 긴 시간을 걸어 한 소녀를 만난다.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2016년 방영된 도깨비는 판타지 로맨스의 새 장을 연 작품이다. 김고은의 눈웃음, 도깨비 공유와 저승사자 이동욱의 묵직한 존재감. 롱코트가 잘어울리는 두 남자의 훤칠함 덕분에 드라마 내내 눈이 즐겁다. 김고은과 공유의 로맨스 뿐만 아니라 이동욱과 공유의 브로맨스도 엄청난 관전 포인트.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유쾌하면서도 애틋한 순간들은 드라마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조연인 유인나, 육성재, 이엘의 등장도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촬영과 감각적인 로케이션. 환상적인 화면 속, 촛불을 불면 휘날리는 코트 자락과 독보적인 OST는 이 드라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시즌 2 빨리요, [시그널]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무전기, 그리고 그 안에서 포착되는 미제 사건들. 2016년 방영된 <시그널>은 타임슬립이라는 주제로 한국 수사물에 새로움을 더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사건들, 단순한 추리를 넘어 예측할 수 없는 전개. 긴장감은 한 순간도 느슨해지지 않고,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조진웅, 이제훈, 김혜수가 이끄는 연기는 극에 몰입감을 더한다.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 희미한 신호음이 울리고, 사라진 사건들이 다시 떠오른다. 현재의 선택이 과거를 바꾸고, 과거의 외침이 현재를 흔든다. 두근두근한 긴장감 속에서 점점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멈출 수 없는 몰입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