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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 김소니아 “제가 인생에서 받은 모든 것들은 전부 농구 덕이에요”

2025.04.29.신기호

일 더하기 일 = 시너지.

“팀으로 뛰면 서로 양보하고, 희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거 희생 아니고 나중에 저한테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오더라고요. 내가 팀을 위해서 이런 플레이 좀 더 했을 뿐인데 지나고 보면 평가, 기록 전부 좋아져 있어요.”

소니아가 입은 크롭트 재킷, 노란색 보디 수트, 모두 푸마. 부츠, 팀버랜드. 스커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승준이 입은 쇼츠, 오니츠카 타이거. 반다나, 골든구스. 재킷, 양말, 신발은 모두 이승준의 것.

GQ 소니아 선수, 먼저 우승 축하해요!
SN 고맙습니다.
GQ 섭외 연락했을 때 승준 씨가 “우승하고 만나면 너무 좋겠다”고 했거든요. 정말 그리 됐고요!
SJ 우리 원래 계획은 지난주였죠? 우승하고 만나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미뤘고요. 그래서 경기 보는 내내 ‘이겨야 하는데, 이겨야 하는데’ 계속 이 생각만 했어요.
GQ 소니아 선수는 어때요. 아직도 벙벙하죠?
SN 시즌 중에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어요. 물론 전 늘 우승하고 싶은 선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으니까요.
GQ 소니아 선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승준 씨 SNS엔 이런 메시지가 떠 있었어요. “you know that vibes!”
SN 아무래도 선수들은 루틴이 좀 많아요. 저는 예민한 편이라 더 많고요. 근데 어느 순간 보니까 오빠도 제 루틴에 들어와 있는 거예요. 예를 들면 경기장으로 가기 전, 호텔 나설 때 무조건 오빠랑 대화해야 돼요. 그게 경기 내용이든, 멘털이든. 10초라도 대화하고 가야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오빠 SNS는···. 잘 안 봐요.(웃음) 이것도 루틴이라면 루틴인데 게임 끝나고 봐요.
SJ (개구진 표정을 지으며) 뭐, 괜찮아요.
GQ 코트 위에선 승준 씨가 소니아 선수의 개인 코치가 된다고요. 경기가 끝나면 승준 씨의 잔소리가 가장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로 호랑이 선생님인 것 같던데 맞나요?
SN 분명한 건, 오빠가 없었으면 전 이 정도 선수 될 수 없었어요. 왜냐면 연습 중에 어떤 한계 앞에 서면 전 정말 못할 것 같은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제가 못 보는 제 포텐셜이 보이나 봐요. 더 해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줘요. 그럼 어느 순간에는 정말 제가 그걸 하고 있더라고요. 미디어 미팅도 준비해주고요.
GQ 미디어 미팅이 경기나 연습 장면을 촬영해서 모니터링 하는 거죠?
SJ 네, 선수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해요. 경기 끝나고 피드백 없이 그냥 집에 가면 성장할 수 없어요. 오늘 실수한 거, 잘한 거 다시 체크하고 다음 경기에 반영해야,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거든요.
SN 음! (알 수 없는 미소) 그래서 연애할 때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저 승부욕 너무 강하거든요. 그래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으면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데, 오빠는 그런 거 상관없이 바로 피드백을 주는 거예요. “왜 디펜스 이렇게 안 했어?, 아까 왜 연습대로 안 했어?” 그러면 저도 화나서 “오빠는 선수 때 수비 안 했잖아!” 그때부턴 한 5시간 정도 서로 말 안 하죠.
GQ (웃음) 그럼 누가 먼저 사과해요?
SN 그때부턴 이제 눈치 싸움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서로 알아요. 제 표정만 봐도 아니까 오빠가 좀 기다려줘요.

소니아가 입은 크롭트 스웨트셔츠, 팬츠, 페도라, 모두 골든구스. 허리에 묶은 셔츠, 오니츠카 타이거. 부츠, 닥터마틴. 승준이 입은 코트, 에이치엔앰. 데님, 티셔츠, 신발은 모두 이승준의 것.

GQ 그런 승준 씨의 응원 덕분이겠죠. 이번 시즌 소니아 선수의 활약이 대단했어요. 팀 우승도 그렇지만 개인 성적도 껑충 뛰었어요. 평균 득점 2위, 스틸 2위, 자유투 3위. 어때요. 소니아 선수는 이번 시즌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SN So Special. 굉장했어요. 작년엔 팀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굉장히 슬펐어요. 이번 시즌에 BNK로 이적하고 다시 새 마음으로 열심히 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이건 주변 사람들 운. 정말 도움 많이 받아서 좋은 성적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박정은 감독님이 신경 많이 써주셨어요. 예전 우리은행에서 합을 맞췄던 박해진 언니도 다시 만나서 든든했고요.
GQ 저는 이번 시즌 소니아 선수 플레이 중에 다른 무엇보다 허슬 플레이가 인상적이었어요. 포워드 포지션인데 박스 아웃을 늘 하더라고요.
SN 맞아요. 우리 팀이 스몰라인업 팀이기 때문에 센터가 없거든요. 제가 좀 더 움직이는 게 전략이었어요. 더 적극적으로 박스 아웃하고, 몸싸움도 하고. 문제는 시즌 내내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정작 챔프전 올라갔을 땐 너무 지친 거예요. 허슬 플레이가 보였다면 그래서일 거예요.
GQ 승준 씨가 선배, 코치의 입장에서 냉정히 봤을 때, 이번 시즌 소니아 선수의 움직임은 어떻던가요?
SJ 소니아는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선수예요.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잘하는 걸 더 잘하려고 하지, 못하는 것까지 다 흡수하려고, 잘하려고 안 하거든요. 시간도, 체력도 부족한 데다 부상 위험도 있고요. 그런데 소니아는 못하는 게 점점 없어지는 게 눈에 보여요. 예를 들면 경기 끝나고 핸들링, 스텝을 같이 연습하잖아요? 그거 다음 경기에 써요. 저는 선수 때 그렇게 못 했어요.
GQ 타고난 감각이 있군요.
SJ 맞아요. 노력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무엇보다 소니아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열망이 굉장해요. 디펜스, 패싱, 핸들링, 점프, 리더십까지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어 해요. 늘 자기 전에 경기 녹화한 비디오 보고, 다음 날 일어나면 비디오에서 안 됐던 기술 연습하고요. 전 은퇴했지만 같은 선수로서 배울점이 정말 많아요.

소니아가 입은 저지, 나이키. 스니커즈, 푸마. 이어링, 쇼츠, 양말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승준이 쓴 비니, 캐나다구스. 셔츠, 양말, 신발은 모두 이승준의 것. 쇼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은퇴했지만 레전드였죠. 국가대표로 출전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도 목에 걸었고요.
SN 저는 직접 경기를 본 건 아니지만, 당시 경기를 찾아보면 정말 대단했더라고요. 10년 넘게 톱 클래스였고, 플레이도 정말 화려했어요.
GQ 당시 승준 선수의 플레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거 딱 하나 꼽아보면요?
SN 덩크는 말 안 해도 뭐. 전 리딩 패스. 키가 커서 그건 진짜 어렵거든요. 그 패스가 늘 딱딱, 정확했어요
SJ (뿌듯한 미소)
GQ 참, 소니아는 선수가 되기 전에 모델도 꿈꿨다고요?
SN 맞아요. 어릴 때 전 모델이 되고 싶었는데 농구도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우연히요. 그러다 보니 어느 시기엔 꿈이 겹치는 거죠. 근데 저는 모델을 좀 더 하고 싶긴 했어요. 엄마는 제가 농구 선수가 되길 원했고요.
SJ 소니아 가족이 운동 DNA가 있어요. 소니아 할아버지는 럭비 선수, 어머니는 육상 선수였고요.
GQ 모델도 너무 잘 어울리지만, 소니아 선수의 프로필을 보면 농구를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예요. 루마니아 청소년 대표를 꾸준히 하다 국가대표까지 됐어요.
SN (수줍) 네, 농구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루마니아 대표팀에 들어갔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한국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종종 신기해요. 물론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여기선 “루마니아 국가대표가 왜 한국에서 뛰나”, 저기선 “한국에서 뛰면서 왜 루마니아 국가대표로 경기에 출전하냐”. 그런데 뭐, 지금은 많이 바뀌고 있어요. 지금은 1, 2년이라도 한국 국가대표로 뛴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제 꿈이에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GQ 엉뚱한 상상이지만 두 분이서 나란히 국가대표로 뛰었으면 어땠을까, 싶고요
SJ 아, 있었어요! 2021년 도쿄 올림픽 3X3 예선전에서 소니아는 루마니아 대표로, 저는 한국 대표로 출전했는데 오가며 만났어요. 당연히 만날 때마다 소니아는 (헐크 동작을 취하며) 엄청 승부욕 강한 상태였고요.

소니아가 입은 톱, 오니츠카 타이거. 재킷, 팀버랜드. 선글라스, 발렌시아가. 승준이 입은 재킷, 스노우구스 by 캐나다구스.

GQ 올림픽 예선 당시, 그러니까 ‘이승준 선수’일 때, 그때 나이가 마흔세 살이었죠? 농구 팬들에겐 당시 모습들이 진정성으로 다가왔어요.
SJ 마음 같아선 지금도 계속하고 싶어요. 농구, 너무 사랑하거든요.(눈시울이 붉어진다.) 제가 인생에서 받은 모든 것들은 전부 농구 덕이에요. 대학교 장학금, 동생이랑 함께 선수로 뛸 수 있었던 기회들, 세계 리그에서 뛰며 경험했던 문화들, 아내 소니아까지 좋은 기억들은 전부 농구 덕분이에요. 아직도 농구 너무 사랑하고,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맞아요. 나이. 많이 아쉽죠. 소니아는 제가 다칠까 봐 걱정하고요. “오빠 좀 살살 뛰어. 운동 많이 하지마. 오빠 이제 그냥 골프나 쳐!”
GQ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국적도 포기했으니, 그 사랑이 남다를 거란 건 너무 짐작되고요. 처음 태릉 선수촌에 들어갔을 때, 유니폼 보고 눈물부터 흘렸다고요.
SJ 대표팀은 정말 달라요. 프로 선수로 뛸 땐 기록, 우승, 명예 이런 목표가 있지만, 대표팀은 그런 거 전혀 없이 그냥 워리어거든요. 유니폼 하나만으로 우리 원팀 돼서 누구 할 것 없이 희생하면서 진짜 열심히 뛰어요. 그땐 오랜 꿈을 이뤄서 눈물이 났고 지금은 꿈에 추억이 더해져서, 그래서 유니폼 보면 눈물 확 나올 수밖에 없어요.
GQ 두 사람 모두 우승을 경험한, 우뚝한 선수로서 돌아보면 농구로부터 무얼 얻었다고 생각해요?
SN It’s not over until it’s over.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왜냐면 우리 이번 시즌 잘 시작했지만 부상 선수들 나오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때마다 다들 우승 아니고 다음 경기, 눈앞의 한 경기만 보고 뛰었어요. 결국 그게 우승까지 갈 수 있었던 태도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SJ 저는 팀 스포츠. 개인의 목표, 개인의 기량 전부 다르지만 결국 팀으로 뛰면 서로 양보하고, 희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거 희생 아니고 나중에 저한테 몇 배로 커져서 돌아오더라고요. 내가 팀을 위해서 이런 플레이 좀 더 했을 뿐인데 지나고 보면 평가, 기록 전부 좋아져 있어요.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 코트에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친구들, 사회 생활, 가족, 전부 해당 되더라고요.
GQ 톱클래스 농구 선수 부부가 농구 이야기로 진지해지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너무 잘 알게 됐어요. 역시 눈빛부터 달라지네요.
SN 그런데 전 솔직히 말하면 결혼 생각 아예 없었어요.
GQ 에? 그런 거 치고 오늘 카메라 앞에서 너무 다정했는데요. (웃음) 그럼 두 분은 소개로 만났어요?
SJ 네, 김한별 선수 소개로요. 근데 소개팅 첫날 제가 또 늦었어요. 그것도 엄청.
SN 일단 오빠는 도둑놈이에요.(일동 폭소)

포토그래퍼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김지원 at 1VIS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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