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의 말을 일반인의 용어로 바꾸면,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장난감 및 기타 상품에서 나오는 로열티에 의존하는 회사를 매각하려는 준비를 할 때 더 많은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뜻이다. 그는 <제다이의 귀환>으로부터 수십 년 뒤로 설정된 에피소드 7, 8, 9의 개요를 잡았다. 그리고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마크 해밀과 접촉해 출연을 제안했다. 그는 매각 제안 단계에서 디즈니에 줄거리의 개요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매각이 성사되었다. “디즈니와 캐슬린은 다른 방안을 고려하기로 결정했죠,” (매각 당시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에이브럼스가 슬쩍 돌려 말했다. 그는 조지 루카스의 방식이 매우 어린 등장인물 (루카스필름의 말로는 10대)에 집중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디즈니 경영진에게 <보이지 않는 위험>과 9세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14세의 아미달라 여왕이 너무 비슷한 방향을 지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케네디는 시인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벗어났어요. 하지만 단지 진행 과정에서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방식으로 벗어난 것이죠.”
이것은 루카스에게 굉장히 민감한 이야기다. 디즈니와 루카스필름 경영진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조지 루카스는 수십 년 전 그의 두 번째 영화 <아메리칸 그래피티>에 유니버설 영화사가 맘대로 가위질을 한 뒤부터 거의 자신의 뜻대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스타워즈> 신작의 개념이 아직 구상 단계일 때 그는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말하자면 이런 식이죠. ‘자, 난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어. 내가 만든 이야기를 사는 것도 거래의 일부야.’ 이런 방식으로 40년 동안 일했어요. 그리고 꽤 성공을 거두었고요.” 하지만 거래에는 조지 루카스가 통제권을 넘기고 괜찮은 액수의 돈을 받기로 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줄거리에 대한 발상이 거절되어 감정이 상한 것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말에 따르면 조지 루카스는 새로 나올 영화를 지지하고 모든 관객과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고 한다.(그는 이 사안에 관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케네디가 대신 말한다 “나는 그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죠. 그리고 매번 난 ‘뭔가 알고 싶은 게 있어?’라고 묻고, 그는 이런 식으로 답하죠. ‘아니야, 난 놀라고 싶어.’”
디즈니는 루카스필름(ILM, 스카이워커 사운드, 루카스 아츠 포함) 인수 직후, <스타워즈>의 새로운 3부작과 독립 영화를 매년 개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디즈니가 2009년에 40억 달러에 인수한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영화들과 같은 방식이다. 첫 번째 <스타워즈>의 개봉 시점은 2015년 여름이었다. 줄거리도 채 나오지 않고, 특수효과로 가득한 영화치곤 너무 빠듯한 일정이었다. “나는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어요. 아하하,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요. 각본, 감독, 계획 등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케네디의 말이다. 그녀는 신작을 비롯해 텔레비전 시리즈, 게임, 기타 <스타워즈> 관련 제품을 기획할 정식 시나리오 부서를 만드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러한 전문가 집단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흔하지만 실사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이다. 경험이 많은 경력자와 신참들이 섞인, 케네디가 꾸린 시나리오 집단의 구성원은 다음과 같았다. 개발 담당 임원으로 케네디와 오래 일한 카이리 하트, <미스 리틀 선샤인>의 각본을 썼고 매각 전부터 새로운 영화 작업을 위해 케네디가 데려온 마이클 아른트, <보디히트>, <새로운 탄생>, <실버라도>의 각본 및 감독을 맡고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로렌스 캐스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한 <셜록 홈즈>, <미스터 & 미시즈 스미스>, 세 편의 <엑스맨> 영화의 각본에 이름을 올린 작가이자 제작자인 사이먼 킨버그(덕분에 마블 코믹스의 재치를 흡수할 수 있었)다.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면서 디즈니는 <스타워즈> 말고도 큰 부상을 얻었다. 바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다. 케네디는 다른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 대한 소문을 직접 확인해주었다. “루카스필름에서 제작할 예정이에요. 언제일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각본 작업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논의는 하고 있죠.”
케네디가 슬쩍 고백한다. “<스타워즈> 초기 개발 단계에서 조지 루카스가 만든 가치가 어떤 의미였는지, 그 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데 1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죠. 사람들은 <스타워즈>가 등장했을 때 자신이 몇 살이었는지를 자주 이야기해요. 마치 <스타워즈> 때문에 영화 업계에 뛰어든 것처럼 말하기도 하죠. 또한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스타워즈>를 소개했는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죠.” 인상적인 말이다. <트랜스포머>와 <토르>는 훌륭한 대중 예술이다. 하지만 <스타워즈>는 다르다. “사람들은 <스타워즈>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죠.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던가요?” 케네디에게 <스타워즈>는 어려운 과제였다.
에이브럼스가 <스타워즈> 제작에 합류한 뒤 인터뷰에서 “언제나 <스타트렉>보다는 훨씬 더 <스타워즈>의 팬이었다”고 말해 <스타트렉> 팬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작, 에피소드 7의 감독으로 이상적이다. 그는 LA에서 살면서 SF에 빠져 있던 11세 때, 당시 처음 개봉된 <스타워즈>를 보고 영화를 만드는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극장에 들어가서 엄청나게 큰 상상력을 얻고 나왔어요. 정말 재미있고 너무 달콤하고 아주 큰 의미가 <스타워즈>에 담겨 있었죠. 그리고 1백 퍼센트 진짜처럼 보였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스타트렉>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예전 <스타트렉>은 너무 가짜처럼 보였다.) 10대 때는 직접 슈퍼 8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다. 15세 때는 학생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덕분에 캐슬린 케네디를 만났다. 그녀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학생 시절에 직접 만든 영화를 정리하기 위해 에이브럼스와 또 다른 수상자인 맷 리브스(<클로버필드>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감독)를 채용했다. 에피소드 7 이전에는 스필버그가 2011년에 에이브럼스의 영화인 <슈퍼 에이트>를 제작했다. 1978년을 배경으로 한 <슈퍼 에이트>는 좀비 영화를 찍다가 우연히 진짜 외계인과 마주치게 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에이브럼스는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후반 작업을 하던 2012년 말에 케네디로부터 <스타워즈> 제안을 받았지만 망설였다. 첫 번째 이유는 2014년에 그동안 계속 미뤄온 가족과의 휴가를 6개월 동안 떠날 예정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스타트렉> 때문이었다. “전 이미 새로운 <스타트렉>을 만들었어요. 우연히 읽은 누군가의 글이었는데 꽤 공감이 갔어요. ‘<스타트렉>을 감독한 사람이 어떻게 <스타워즈>를 감독할 수 있는가?’ 그건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스타’라는 단어가 도배되는 것이죠.” 게다가 맡은 시리즈가 두 개나 되었다. <스타트렉>의 영화 시리즈와 2006년에 처음으로 장편영화 감독을 맡았던 <미션 임파서블 3>까지. 만약 <스타워즈>까지 하면 벌써 세 번째 시리즈였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단 하나였다. “<스타워즈>잖아요.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물론 좀 더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고, 케네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타모니카로 날아가 에이브럼스를 만났다. 루카스필름 사옥이 흠잡을 데 없이 우아하다면, 배드로봇 사무실은 완벽한 난장판이다. 벽과 선반에는 옛날 SF 영화와 괴물 영화 관련 장난감이 즐비하고 각종 그림이 가득 차 있었다. 에이브럼스의 개인 집무실에는 <스파이 대 스파이> 만화의 초판본이 있으며 상영실 밖에는 예상대로 구식 <스타워즈> 핀볼 게임기가 놓여 있다. 1층 대기실에는 연필, 마커펜, 크레용, 도화지, ‘만드세요’라고 권하는 표지판이 있다. 어린아이에게 수백만 달러를 주고 나무 위 오두막집이나 비밀기지를 꾸미라고 하면 나올 만한 분위기다. 어떤 점에서는 <스타워즈> 속편이 제작되기에 적절한 분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에이브럼스는 케네디와의 만남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실은 이 영화를 정중하게 사양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이 영화가 텅 빈 캔버스와 같다는 케네디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케네디가 던진 한마디는 에이브럼스를 애타게 만들었다. “지난 3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한 솔로는 어디에 있지? 레이아는 어떻게 되었지? 루크는 살아 있나? 이러한 질문들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저를 완전히 던지게 되었죠.” 그가 덧붙였다. “그런 감정이 저를 이 영화로 이끌었어요.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을 압도할 정도였죠.”
케네디의 말을 들어보자. “에이브럼스는 11세 소년이 되어버렸어요.” 물론 이는 섹스를 즐길 나이가 된 팬들이 <스타워즈> 신작 영화를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처음 만났을 때의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에 다시 사로잡히고 싶다. 물론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새로운 <스타워즈>를 기다린다는 말을 좀 더 멋있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하려면 에이브럼스는 첫 번째 3부작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중에 개봉한 에피소드 1, 2, 3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이 3부작이 조지 루카스에게도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일 처음에 나온 3부작(에피소드 4, 5, 6) 이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있어요. 너무나 친숙하고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감정이죠. 미학, 역사, 디자인, 음향효과, 배경음악에 관해서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스타워즈>에 특화된 어떤 장소로 향하는 감정. 그건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세계예요. 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에이브럼스는 그동안 미뤘던 6개월짜리 가족 휴가를 한 번 더 연기하기 위해 아내에게 ‘매우 이기적으로 간청’하고, 계약을 맺은 파라마운트를 설득한 뒤에야 합류할 수 있었다. 그는 조지 루카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상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는 여러 해 동안 루카스를 공적인 관계로 알고 지냈다.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루카스의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조지 루카스는 아침 일찍 에이브럼스에게 전화했다. 에이브럼스는 그날의 통화를 회상했다. “‘이봐, 자네는 <스타워즈>를 해야 돼. 그거 꼭 할 거지?’ 루카스는 아주 자상하게 말했어요. 그러더니 제게 이랬어요. ‘자네가 <스타워즈>를 한다면, 그건 이제 자네 거야. 아니, 이미 자네 거야. 원한다면 내가 성심껏 도와줄게.”
로렌스 캐스던의 말에 따르면, 에이브럼스와 루카스필름의 시나리오 부서는 <스타워즈> 신작이 에피소드 1, 2, 3 보다 예전 3부작에 더 가까워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조지 루카스가 만들었어도 좀 더 질감을 살리고 CG에 덜 의존하는 복고적 느낌을 갖길 원했을 거예요.” 캐스던의 말이다.
실제 화면에서 어떻게 나올지에 관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줄거리를 만들어내느라 고생했죠.” 캐스던은 시인했다. “만들어놓고 ‘와, 좋은데. 훌륭해!’라고 말한 요소들이 있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했어요.” 에이브럼스가 개발팀에 합류하고 빠듯해진 2015년 여름 개봉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마이클 아른트는 각본을 마무리하느라 고생했다. “발상과 개요를 적은 종이가 거의 1톤 분량이고, 벽에는 쪽지가 한가득이었고 화이트보드에도 글씨가 빼곡했어요.” 에이브럼스의 말이다. 에이브럼스와 캐스던은 거의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대본 제작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촬영이 이루어질 런던에 자리 잡은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는 사전 제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페이지에서 정말로 우리가 보고 싶은 게 뭐지?” 에이브럼스는 스스로 물었다. 캐스던의 말에 따르면 뭔가를 만드는 과정이었지만 반대로 해체에 더 가까워 보였다.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어요. 대본을 기다리는 사람이 1천 명은 되었지만, 전 이렇게 말할 뿐이었어요. ‘응, 에이브럼스가 하는 중이야.’ 그 외에는 할 말이 없었어요. 그게 전부였죠. 정말로 우리가 아는 것은 그뿐이었으니까요.”
그때가 2013년 11월 초였다. 2014년 5월에 시작하기로 예정된 크랭크인으로부터 6개월 전이었다.(이때 개봉일자가 2015년 12월로 연기되었다.) 1월 중순에 에이브럼스와 캐스던은 초안을 완성했다. 그중 대부분은 두 사람이 야외에서 여러 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아이폰으로 녹음한 것에서 나왔다. 그 대화는 예측할 수 없는 에이브럼스의 일정을 따라갔다. 처음에는 산타 모니카의 해변, 그 다음에는 얼어붙을 것 같은 뉴욕의 센트럴 파크 그리고 마지막은 런던과 파리의 거리였다. 두 사람이 파리의 까페 레 두 마고에서 여덟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단골손님들로 가득하며, 한때는 어네스트 헤밍웨이, 장 폴 사르트르, 시몬느 드 보부아르 같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 소음 속에서 에이브럼스는 이건 꼭 나와야 해, 저건 나오면 안 된다며 소리를 질렀죠. 그리고 영화 관계자가 그곳에 없기만을 바랐어요.” 캐스던은 프랑스의 영화 비평지가 아니라 영화광들의 가십성 웹사이트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행히 아무도 엿듣지 않았다. 물론 줄거리에 관심이 있다면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캐스던과 에이브럼스는 방음 처리가 된 런던 스튜디오에서 스톰트루퍼 복장을 한 보조출연자들이 훈련을 받는 동안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다.
어쨌든 에이브럼스와 캐스던이 내놓은 것은 모든 관계자를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시점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케네디는 신구 캐릭터를 조화시킨 각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어서 콘서트에 갔지만 실은 옛날 노래를 듣고 싶은 기분 있잖아요. 그와 비슷한 상황이에요. 우리는 등장인물들을 다시 모았어요. 사람들은 좋아하던 것을 떠올리고 싶으면서도 새로운 경험도 기대하기 마련이죠.”
에이브럼스는 촬영할 때 젊은 배우들을 칭찬하기 바빴지만, 실은 <스타워즈>의 과거 모습과 마주하는 것에 가장 흥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상상 이상으로 초현실적이고 불가사의했죠. 예를 들어 밀레니엄 팔콘 촬영 세트로 들어가는 것?(한 솔로의 상징적인 우주선) 그 안에 들어가면 미치는 거죠. 촬영 세트에 들어갔을 때 진짜로 울음을 터뜨린 사람도 있어요. 놀라운 효과죠.”
#3 스타워즈 – 다시 만난 제국 에서 이어집니다.
- 에디터
- Bruce Handy
- 포토그래퍼
- Annie Leibovi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