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위해 세운 도시.
타닌과 담배 연기가 가라앉는 카펫 위에서 코트를 입어야 한다면, 일단 파리로 간다. 밤낮으로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파리에서 코트는 경배의 대상이자 디자이너의 가치를 판단하는 어떤 기준이다. 지구에서 철학이든 본능이든 극한까지 몰아붙이고 싶은 자들이 모여 만든 코트엔 자신감이 팽팽하다. 긍지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둬야 해서 코트를 입을 땐 셔츠나 팬츠는 검정색으로 한다. 유일하게 빛나야 하는 코트를 위한 안배랄까. 기본적인 기능보단 추상적인 아름다움에 몸을 기울인 코트는 음산한 파리의 겨울을 밝히는 빛과 같다. 볼록한 주머니가 달린 폴로 코트는 파리에선 친절만큼이나 귀하다.
- 에디터
- 오충환
- 출처
-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