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두 사람의 교토 – #1 생각하는 도시

2015.11.10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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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사 삼문.

남선사 삼문 앞에서 생각을 바꾸었다. 이미 바뀌어 있던 생각이 거기서 마침내 찾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 문은 담대하였다. 버티고 섰거나 거느리며 부리지 않고 다만 차오르듯이 있는 그것을, 나는 발뒤꿈치를 들면서 바라보았다. 쇼와 19년(1944년) 5월, 삼문 앞에 선 두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각각 미조구치와 쓰루가와. 둘은 금각사에서 도제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에 나오는 내용.) 두 소년이 삼문 앞에 섰을 때를 묘사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절 안에는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신록 속으로 수많은 탑두의 기왓장이, 녹슨 은빛 책을 덮어 놓은 듯이 튀어나와 있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이 순간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에 있어서 전쟁은 인간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기괴한 정신적 사건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엄연한 분리, 경건한 고독, 홀연한 적막감. 그 후 교토에 가면 늘 삼문 앞에서 그 여행을 시작하고자 하였다. 혼자서 내는 멋이니 남부끄러울 일은 없는 채로 나는 교토를 미조구치의 도시라고 여겼다. 미레이 시게모리(1896~1975)의 정원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교토대학교 정문에서 한갓지게 떨어진 골목길에 그가 살았던 집이 있는데, 12월 볕이 맑은 오후에 그 집에 갔다. 삼나무 이끼, 곱게 빗질한 흰 자갈, 푸르른 바위,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나무들. 그 후 시게모리 선생이 설계한 정원을 관상하는 일은 교토의 평범한 일과가 되었다. 마츠오 타이샤 신사에서, 동복사에서,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기시와다 성에서…. 교토는 점점 퍼져나갔다. 그러니까 물결처럼. 10월 서울이 흐린 날, “교토에서 택시 타고 싶다”는 말이 툭, 콩처럼 떨어졌다. MK택시 하트 무늬가 뿅뿅 이리로 다가올 때의 귀여움 같은 것. 잇달아 교토 시청 주변 풍경이 떠올랐다. 곧 단풍이겠구나. 아라시야마로부터 온통 붉겠구나. 교토에 가면 또한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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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 타이샤 신사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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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코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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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미레이 시게모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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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택시.

두 사람이 교토에 갔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교토를 보았다. 혹은 교토가 두 사람에게 다른 교토를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교토 – #2 거친 서정

    에디터
    장우철, 오충환
    포토그래퍼
    장우철, 오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