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헐리우드 특수효과는 누가 어떻게 만드나? – 2

2015.11.18GQ

영화판을 완전히 뒤집은 곳,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몰라보게 변모시킨 곳. 특수효과 스튜디오 ILM의 이야기다. 그 전설적인 이야기를 43명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했다.

 

05 디지털 격차가 커지다 

“스톱모션은 이미 멸종한 기법이군.”

ILM에서 <T2>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새로운 스필버그 영화에 들어갈 특수효과 의뢰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공룡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였다. <어비스>와 <T2>가 CG 효과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면, <쥬라기 공원>은 구닥다리 과거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미래로 넘어가는, 영화 역사를 뒤바꿔놓은 사건이었다.

윌리엄스 점심 식사 중 데니스 머렌이 그랬어요. 스필버그의 큰 영화를 하나 맡게 되었다고요. 공룡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필 티펫(티펫 스튜디오 창업자) <제국의 역습>이 끝나고 제 이름을 딴 스튜디오를 따로 차렸습니다. <쥬라기 공원>은 신생 스튜디오인 티펫과 ILM의 협업이었죠.

짐 모리스(ILM 전 대표) 필이 스톱모션으로 공룡 영상을 만들어오면 우리가 그것을 본 영상에 합성하기로 했었습니다.

윌리엄즈 어느 날 우리는 “그냥 전체를 CG로 해버릴 수 있잖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윗분들은 확실하지도 않은 것에 괜히 힘빼지 말라고 했지만, 이게 충분히 가능한 작업임을 저희는 알고 있었습니다.

디페 승인도 받지 못했는데, 윌리엄스와 팽메이어와 저는 겁이 없는 얼간이들이었죠.

팽메이어 오클랜드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 코뿔소 등을 찍었습니다. 그런 피부가 어떤 모양으로 접히는지 보려고요.

윌리엄스 오토바이를 타던 중 티펫 쪽 직원을 만났습니다. “요즘 뭘 만들고 있나요?” 라고 묻기에 “티라노사우르스를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그건 우리 일이라고!” 했어요. 한 대 칠 것 같았어요.

티펫 저는 공룡을 꽤 오래 연구했습니다. 공룡 영화를 스톱모션으로 제작해본 경험도 있고요. 최신 고생물학 아이디어도 많이 모아둔 상태였습니다. 디페 CG 공룡의 모습을 어쩌다 캐슬린 케네디 (<쥬라기 공원> 프로듀서 중 한 명)가 봤습니다.

디페 CG 공룡의 모습을 어쩌다 캐슬린 케네디 (<쥬라기 공원> 프로듀서 중 한 명)가 봤습니다.

윌리엄스 CG 데모를 일요일 저녁에 마무리했고, 그 다음 날 큰 모니터에 티라노 영상을 재생했습니다. 머렌과 캐슬린 케네디가 들어왔습니다. 이게 뭐냐고 묻기에, 저는 “그냥 이것저것 해보는 거예요”라고 답했죠.

디뻬 데모 영상을 본 캐슬린이 그걸 스필버그에게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머렌은 LA로 영상을 들고 가서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에서 시연했습니다.

조지 티라노가 랩터들을 쫓는 영상이었습니다.

루카스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우는 사람도 있었어요.

스필버그 달리는 동작이 너무나 유연했습니다. 스톱모션을 포함해 그 어떤 기법보다 우월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스톱모션은 이미 멸종한 기법이군” 이라고 말해버렸습니다.

트레보로우 오클랜드 그랜드 레이크 극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개봉 전날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둘만의 상영회를 가졌습니다. <쥬라기 공원>을 보기 전 저는 세상물정 다 안다는 식의 열다섯 살 소년이었지만, 보고 나선 영화 속에 완전히 빠져버린 어린아이가 되어 나왔습니다.

<터미네이터2>, 1991.

 

6 영역 잠식

“디지털을 손에 쥐고 나니, 못할 일이 없었습니다.”

에드 캣멀은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 한 편이 할리우드에 끼친 영향에 대해 “하룻밤 사이 마치 도시의 거대한 스위치가 내려진 기분” 이었다고 평한다. <쥬라기 공원> 이후에는 테스트 영상 한 편으로 제작 승인이 나는 경우도 빈번했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프로젝트들이 속속 가능해졌고, 루카스에게 이것은 오래 구상은 해왔지만 실현하지는 못했던 <스타워즈> 프리퀄의 가능성을 의미했다.

루카스 <스타워즈>의 프리퀄에 손을 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검술을 구사하는 요다나, 행성 전체를 뒤덮는 도시인 코루스칸트를 제대로 구현할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디지털을 손에 쥐고 나니, 못할 일이 없었습니다.

베일리 CG가 영화판의 중심에 등장하자 우리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세상에, 이러다 CG 기술자들에게 밀리는 거 아니야? 이러다 1년도 못 버티고 폐업해야 할 판이야”라고요.

티펫 저에게는 너무나 뼈저린 변화였습니다. 지금껏 쌓아온 저의 모든 기술과 노하우가 쓸모없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베일리 그런데 뜻밖에도, 컴퓨터 특수효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쏟아지자 일거리는 도리어 늘어났습니다.

티펫 그래서 저는 실무에서 손떼고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로서의 일을 더 많이 맡게 됐습니다.

윌리엄스 아직 걸음마 단계의 기법이었고, 그 기법을 우리 생각대로 끌고 나갈 수 있었는데, 결국 나온
건 빌어먹을 1995년에 개봉한 <꼬마 유령 캐스퍼> 따위였죠.

아론 맥브라이드(미술감독) 당시 <꼬마 유령캐스퍼>에 대해 별로 대단치 않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장편영화의 첫 CG 주인공이었죠.

케네디 <트위스터>를 위한 테스트용 영상을 ILM에서 만들어왔어요. 개념을 구체화하는 일종의 스케치 같은 거였죠.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보자마자 “좋아. 바로 만들어보자고”라고 했어요. 아직 구체적인 대본도 없는데 말입니다.

벤 스노우(VFX 슈퍼바이저) <꼬마 유령 캐스퍼(1995)>와 <트위스터(1996)>를 제작할 즈음에는 직원이 1백 명이었는데, <드래곤 하트(1996)>를 제작할 때는 2백 명으로 두 배가 불어났어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1999)> 무렵에는 직원이 모두 합쳐 1천 명까지 늘었고요.

조지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는 2005년에 만든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 편입니다. 이 영화가 나올 즈음에는 모든 배경과 거의 모든 장면을 컴퓨터로 제작했습니다.

머렌 <보이지 않는 위험>을 위해 조지는 1년 반 사이에 2천2백 편의 장면을 찍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 걸 해낼 방법이 없는데도요. 그리고 그는 언제나 그렇듯 “글쎄, 잘 한번 궁리해 보세요” 라고 말하고 나가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조지가 영화사에 정확히 어떤 공헌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그가 세 편의 프리퀄에서 도입한 영화 제작 방법이 바로 영화 산업을 지금까지 먹여살리고 있어요.

예거 직원이 1천2백 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레첸 리비(사업개발 및 글로벌 전략 담당) 새로 온 직원들이 일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대형 이동주택을 설치해야 할 정도였죠.

 

 

7 베이 효과

“마치 핵이 터진 것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1980년대 초, 청년 마이클 베이는 루카스필름에서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소품을 정리했다. 20년 후 그는 ILM의 주요 동업자로 성장했다.

스필버그 마이클 베이만큼 특수효과에 많은 주문을 하는 감독은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영화들을 제작할 때는 아예 ILM에 가서 살았어요.

마이클 베이(감독, 프로듀서) ILM은 항상 스토리에 신경 쓴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단순히 그림을 시키는 대로 그려주는 식이 아니라, 프로덕션에 깊숙히 개입합니다.

예거 그와 함께 작업한 작품이 7편입니다. 요즘 베이 감독은 “알렉스가 검토하기 전에는 내보내지 마”라고 말하곤 해요. <진주만> 작업을 할 때만 해도 “그 사람이 검토하기 전에는…” 이었거든요. 제 이름을 잘 몰랐으니까요.

베이 ILM과 함께 작업한 영화는 <진주만>이 처음이었습니다.

예거 처음에 그는 “진짜 폭발, 진짜 전투기, 진짜 전함”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무로 된 10미터짜리 전함 모형을 만들긴 했지만, 결국에는 컴퓨터 모형을 개발했습니다.

베이 실제 전투기 20대 정도를 촬영했지만, 디지털 효과가 없었다면 절대로 영화 속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겁니다.

예거 갑판에 폭격기를 가득 탑재한 미 해군 호넷 항모를 내려다보며 촬영한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항모에 B-25 폭격기가 두 대밖에 없었습니다. 마이클을 앉혀놓고 “어느 것이 CG이고 어느 것이 진짜 비행기인지 맞춰보세요” 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건 내가 직접 촬영한 장면이지” 라면서 열 번 정도 들여다보더니, “음, 첫 번째 폭격기는 진짜겠지. 가짜를 먼저 갖다놓을 리는 없으니까”라고 했습니다. 그 비행기는 CG였습니다.

베이 <진주만>이 마무리된 후, 조지 루카스는 그 작업이 ILM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필립스 이 바닥에서 유명한 마이클 베이의 일화가 있습니다. 옵티머스 프임의 콘셉트 아트를 받 우리가 모델을 개발할 때였죠.

베이 옵티머스의 얼굴에는 많은 아티스트가 투입되었는데도,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잘못된 성형수술처럼요. 아무리 찾아봐도 왜 어색한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필립스 우리 테크니컬 디렉터(각 파트가 서로 어떻게 조합해서 움직이는지 디자인하는)로 일하는 케이지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베이 케이지는 옵티머스의 얼굴 담당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노발대발하더라고요.

케이지 야마구치(테크니컬 애니메이터) 옵티머스가 영웅 같은 모습이길 바랐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원래의 변신 동작은 아주 부드러웠는데, 저는 스모 선수처럼 격동적이고 큰 동작을 원했습니다. “당신들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본적 관점을 모독하고 있다”라고 말해버렸습니다.

필립스 그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지요. 베이 저는 그저 웃으며 “그럼 당신이 옵티머스 프라임을 맡으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훌륭히 해냈습니다. 수천 개의 파트가 서로 맞물려 변신 동작을 구성하게끔 한 것도 그의 도움이 큽니다.

제프 화이트(시각효과 슈퍼바이저) 이건 기술과 예술이 1:1로 결합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웨인 빌하이머(시각효과 총괄 프로듀서) 베이와 함께 일해본 것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처음이었습니다. 프로덕션 기획회의에 몇 번 참석했는데, 이런 식이었죠. “자, 이 장면을 내가 촬영해서 여러분에게 넘기면, 여러분은 뭔가를 고안해내야겠지요. 엄청 빡셀 겁니다.”

베이 고성이 오갈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 같은 감독들은 모든 스태프와 동료를 깊이 사랑하지만, 필요할 땐 그들을 몰아붙이고 또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죠.

빌하이머 제작 후반부쯤 그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상영회에서 돌아온 상황이었는데, 당시 영화의 세 번째 막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었죠. 그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를 질렀습니다. 마치 핵이 터진 것 같은 소리였죠. 저도 별다른 수가 없어 고함을 질렀고, 통화 중 약 5분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다음 날 그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어제 참 화끈했어.”

베이 그들은 절대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빌하이머 그는 성질이 엄청나게 급하고, 화가 나면 바로 욕이 나오는 스타일입니다. 아주 재미있죠.

필립스 그는 폭군입니다. 끊임없이 욕설을 하면서 당신을 멍청이라고 다그칩니다. 그러나 그 결과 당신이 작업하는 장면의 질이 높아지죠.

빌하이머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온 영화는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입니다.

 

8 더 높은 곳으로

“우리는 미래로 통하는 기술적 관문을 이미 지나왔습니다.”

2005년 ILM은 본사를 샌프란시스코의 산 라파엘에서 프레시디오로 이전했다. 특수효과 명가로서의 입지는 완전히 굳혔지만, 해외 아웃소싱이 점점 늘어나던 당시 업계 관행에 비추어보면 ILM은 다소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수많은 오스카상을 받은 만큼, 보다 성숙해진 면도 있다. 남자 악동들의 집단이었던 초창기 모습에서 탈피해 최근에는 여성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채용을 늘리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물론 그 야망과 본연의 열정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어 버빈스키(감독, 프로듀서) ILM은 유명 제약회사와 같습니다. R&D 부서가 있고,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콜레트 멀렌호프(R&D 엔지니어) 현재 R&D 부서에 여자가 다섯 명입니다. 한때는 저 혼자였지요.

린웬 브레넌(ILM 대표) 몇 달 전 콜레트가 사이테크 시상식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걸 보고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엄청난 일이지요. 우리 업계에 성차별이 있다는 건 불행한 일이지만, 변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스캇 벤자(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캘리포니아 주에서 제일 비싼 땅 중 하나인 이곳 프레시디오로 부지를 옮긴 이유를 금전적으로 이해할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직원들을 위해 경관이 아름다운 동네에 최첨단 시설을 갖추자는 것이 조지의 생각이었습니다.

머렌 거의 국립공원이에요. 정말 놀랍습니다.

화이트 사무실에서 금문교가 보입니다. 저 다리는 우리가 만드는 영화에서는 박살나기 일쑤죠. 만약 괴수가 출현한다면 이쪽에 제일 먼저 들를 겁니다.

<트랜스포머>, 2007.

머렌 이쪽 일이 마진율이 워낙 적다 보니, 다른 스튜디오들은 아직도 어딘가의 창고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예 사업을 접은 곳도 많고요.

로저 가이엣(시각효과 슈퍼바이저) 스튜디오 ‘디지털 도메인’은 고전하고 있습니다. ‘리듬 앤 휴즈’는 파산신청을 했고. ‘카페 에프엑스’ 역시 망했습니다.

필립스 여기서 20년 근무하는 동안, 바지에 실례를 할 정도로 놀란 적이 세 번 정도 있습니다. 첫 번째가 <보이지 않는 위험>의 콘셉트 아트 때였고, 두 번째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서 데이비 존스 캐릭터 때문이었죠.

브라이스 크리스웰(선임 SW 엔지니어) 데이비 존스의 감정 상태를 촉수의 움직임에 반영할 수 있게끔 순차적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버빈스키 촉수 수염은 정말 작업하기 어려웠습니다. 크리스웰 하지만 결국 그 작업을 통해 다른 쪽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지요. <어벤져스>의 파괴 신을 시뮬레이션하는 데도 사용했고요.

조스 웨던(<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감독) “뭐든지 보여줄 수 있는” 유형의 판타지 영화를 제작해본 경험은 ILM과의 작업이 처음입니다. 크리스찬 알츠만(미술감독) 그들의 아기자기한 노하우는 정말 놀랍습니다. 론 피터슨이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서 스펀지로 만든 돌을 진짜처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설명해줬는데, 그걸 물리학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다 코피가 터질 뻔했습니다.

필립스 세 번째 경험이 현재 우리가 작업 중인 <워크래프트>의 콘셉트 아트를 봤을 때입니다. 20년간 봐온 것 중 가장 멋진 작업이에요.

던컨 존스 (<워크래프트> 감독) 앞으로 찍을 장면이 1천 개도 안 남았다고 합니다. 좋은 소식이죠.

기예르모 델 토로(<퍼시픽 림> 감독) ILM에는 언제나 업무차 방문하는 것이지만, 이분들과는 팝 컬처, 시네펙스 매거진 그리고 치토스로 대변되는 문화를 공유한, 이른바 출신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같지요.

라이언 존슨(<스타워즈 에피소드 8> 감독) 고등학생 시절, 누군가에게 ILM에서 출간한 <특수효과 기법>이라는 책을 받았습니다. 그 책 때문에 우리 집에 불을 낼 뻔했지요.

델 토로 예전 영화사 ‘해머’에서 나온 공포영화들 얘기를 하느라 정신을 놓습니다.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모형 구경도 다니는데, 저는 항상 20~30개 정도 사들고 가게에서 나오죠.

존슨 친구들이 <백 투 더 퓨처> 패러디물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타임머신 자동차가 남기고 간 타이어 자국에 불이 붙은 장면을 재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모님 차고 안에 세워둔 모형 자동차 뒤에 휘발유에 적신 종이타월을 깔아두고 불을 붙였죠. 불을 어떻게 껐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 우리 집을 완전히 태울 뻔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독을 맡게 됐어요. 뭐 그런 겁니다.

메이아 카이저(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ILM과의 첫 접점은 아빠와 함께 <제다이의 귀환>을 봤을 때입니다. 그리고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클론 전쟁> 작업을 했고, 지금 또 <스타워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 접점 이후 30년간 <스타워즈>는 저에게 아주 특별합니다.

머렌 작업을 마무리할 때마다, 방금 끝낸 작업은 이제 한물갔다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내년에 나오는 영화의 테마가 전작과 같다 하더라도, 새로운 영화를 보면서 그전 영화 생각이 나는 게 싫습니다. 새롭게 느끼게 하는 방법을 끝없이 강구하는 게 제 일입니다.

트레보로우 공룡의 얼굴은 위에서 강한 조명을 때려도 단조로워지진 않지만, <쥬라기 월드>에서는 공룡들이 완전히 개방된 공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별다른 효과를 추가하지 않고 직사광선으로 맞는 공룡들을 보여주자고 데니스가 조언했습니다. 진짜 같은 모습이죠

루카스 우리는 미래로 통하는 기술적 관문을 이미 지나왔습니다. 무성에서 유성 영화 시대로 건너왔듯이, 비슷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겁니다. 이제 디지털 시대에 진입했으니, 적어도 향후 50년은 이대로 가겠지요.

머렌 앞으로의 큰 변화는 무엇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홀로그램’ 얘기를 하는데, 저는 “실제로 보여주세요” 라고 묻고 싶습니다.

루카스 다들 배우가 무용지물이 될 거라고 얘기하는데, 배우를 대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모형이나 클론을 만들 수는 있지만, 연기를 시킬 수는 없지요. 세상에, 그건 그냥 컴퓨터잖아요!

에이브럼스 생각해보면, 예전 <스타워즈> 영화들을 통해 사람들의 상상력이 한없이 부풀었습니다. 계속 더 멋진 장면을 원하는 사람들이 ILM을 찾았고, 일거리는 점점 많아졌지요.

더그 치앙(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카스필름) ‘아무도 한 적이 없지만, 해보자’ 라는 생각을 다들 공유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최초로 해내야 한다면, 그 최초가 우리가 되자는 것이죠.

에이브럼스 바로 전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법을 배운 사람들이 그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될 때, 아티스트이자 연구자, 동시에 과학자인 그들이 하나의 그룹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은 정말 황홀합니다.

스필버그 전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ILM이 우주항공국 일을 했다면 인류는 이미 화성에 정착했을 것 같습니다.

루카스 작업을 할 때마다, 처음이었든 최근 것이든 “이건 할 수 없습니다. 불가능해요” 라는 말이 나오는 시점이 꼭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말했죠. “당신들이 불가능을 가능하게끔 만드는 것, 그게 제 일입니다” 라고요.

    에디터
    Alex French, Howie Kahn(글)
    포토그래퍼
    Dan Winters
    출처
    Everett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