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캐논 SX230HS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기능은 ‘무비다이제스트’ 기능이다. ‘그래, 이 정도 고민은 해야지’ 싶다. 사진을 찍기 전 4초가량을 저장해서 단편영화처럼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여행시 일정 기록하기에 이만한 기능도 없어 보인다. 동영상을 4초씩 촬영해 붙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방법이지만, 어차피 ‘기능’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면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부가 기능은 토이 카메라 효과, 어안렌즈 효과로 이어진다. 기존의 토이 카메라 사용자깨나 낚을 수 있을 듯하다. 트렌드도 무시하지 않는다. 올해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트렌드는 광학 줌이다. 광학 줌이 뭐 별거인가 싶어도, 휴대폰 카메라에서는 광학 14배줌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여기에서 작은 카메라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카메라 회사들이 모를 리 없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범람하고, DSLR로 영화를 찍고 있는 지금, 작으면서도 사진 찍는 데 충실한 카메라들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뭔가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X230HS는 힘쓸 곳을 잘 찾은 제품 가운데 하나다. 풀 HD 동영상과 14배 광학 줌, 잔재주로 가득한 촬영 모드까지, 갖춰야 할 건 다 갖췄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쟁사의 제품들이 광학 18배줌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4배와 18배의 차이가, 수행자가 하는 108배와 1000배 만큼 크지는 않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시원한 본체의 색감은 봄여름에 잘 어울리고,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해 보면 더욱 ‘캐주얼하게’ 느껴진다. SX230HS는 디지털 카메라의, 액세서리로서의 ‘존재의 이유’에 충실하다.
RATING ★★★☆☆
FOR 왜들 그래요 카메라로 사진만 찍는 사람처럼.
AGAINST 왜들 그래요 18배줌 안 되는 카메라 사는 사람처럼.
레오폴드 FC300R 레드
가볍다. 키보드 무게가 아니라 키 감 말이다. 처음에는 너무 가벼운 키 감 덕분에 리듬감을 잃을 때가 많았다. ‘경쾌하다’보단 ‘부드럽다’에 가까웠다. 타격감 없이 쉽게 눌리는 키 감 때문에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았다. 오타 발생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쉽게 눌리기 때문에 빠른 입력도 가능했다. 키보드를 ‘팍’ 누르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가볍게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제품이다. 기계식 키보드의 핵심인 ‘축’에서 발생하는 차이다. FC300R 레드는 체리사의 적색 축을 사용한 제품이다. 적색 축은 다른 색깔의 축에 비해, 키 압이 낮다. 손가락에 힘을 들이지 않기를, 그러니까 반발력이 적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항간에는 아시아인들을 위해 만든 제품이라는 소문도 돈다. ‘아시아 프린스’라도 나섰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요청이 많고 잘 팔리는 축으로 알려져 있다. 손가락에 걸리는 감각에서까지 대륙을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오랜 시간 사용해도 무리하게 힘을 들이지 않은 채,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FC300R 레드는 가벼운 적축으로 매끈하게 마무리되었다. 더할 것도 없고 더 뺄 것도 없다. PS/2 연결 시 무한 동시입력 지원, 알맞은 높이, 적당한 경사. 무난한 키보드의 모범생이다. 가격은 12만 5천원. 키보드치고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기계식 키보드’로서는 가벼운 가격이다. 가벼운 적축과 함께 다른 축의 제품도 함께 출시되어 있다. 만약 좀 더 묵직한 타격감을 원한다면 흑축(넌클릭)과 청축(클릭)을 추천한다.
RATING ★★★☆☆
FOR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AGAINST 가볍지 않은 남자.
- 에디터
- 정우영
- 포토그래퍼
-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