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리는 기차 안. 박지원은 3년 넘게 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찍었다. 셔터를 누르는 동안 풍경은 바람에 흔들리는 숲, 너른 평야, 새하얀 눈 언덕으로 변하고, 때론 봄의 꽃가루, 한 여름의 녹음이 되기도 했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에게는 유일한 위로였다. 미국 <보그>에 최초로 소개된 한국 디자이너,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와 구네군다 오너 디자이너로서의 삶은 화려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일상의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고 박지원은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사진은 모성의 기록이자 진한 그리움의 흔적처럼 보인다.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아린다. 박지원의 전시 <Road to you>는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성북동 덴스크에서 열린다.
- 에디터
- 윤웅희
- 출처
- 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