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세계 유수의 IT 기업은 어떤 환경에서 일할까?

2015.01.28GQ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이제 유물처럼 보인다. 그래도 사무실은 사무실이다. 휴게실이자 번화가이자 카페이자 정원이기도 한 사무실 여섯 군데.

로테르담에 있는 RDM의 사무실

 

G-스타 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의 청바지 브랜드 G-스타 로의 본사 사무실은 혼잡한 암스테르담 A10 순환도로 근처에 있다. 비행기 격납고처럼 보이도록,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열리도록 설계된 사무실은 길이만 140미터다. 전체 공간은 2만7천5백제곱미터에 달한다. 렘 쿨하스 설계팀 ‘OMA’가 만든 건물의 본질은 콘크리트 골조를 배제한 것이다. 대신 거대한 주춧돌 위에 여러 개의 유리상자를 올렸다. 각 유리상자 안에 넓고 유연한 공간이 펼쳐진다. 디자인실, 견본실, 전시실들이 의사소통 과정에 맞게 체계적으로 배치돼 있다.

 

에어비앤비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의 새로운 본사 건물에는 독특한 8개의 회의실이 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라온 다양한 숙소를 본떠 만들었다. 게다가 전략회의실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영감을 얻었다. 에어비앤비의 공동설립자인 조 제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가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을 모두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해 나온 결과다. 모두가 꿈꾸던 환상을 현실로 옮기니, 디자인스쿨 분위기의 공간이 탄생했다. 설립자 둘은 모두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졸업생이기도 하다.

 

레드타운 상하이 사진 속의 거대한 철제 구조물 입구다. 사무 공간보다 좀 더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화랑,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길. 건축사무소 타란타 크리에이션이 공들인 부분이다. 철제 지지대 위에 마루 겸 책상이 놓인 구역을 만들고 양쪽이 밀폐된 빨간색 층계참으로 연결했다.

 

RDM 로테르담 로테르담 대학과 로테르담항만공사가 공동 설립한 디자인 업체 RDM의 새 사무실. 2만3천 제곱미터의 건선거(수리할 때 배를 넣어두는 구축물)를 개조한 공간이다. 설계를 맡은 그로스만 파트너스는 건물 내의 또 다른 부유 건물인 ‘혁신 갑판’을 받치기 위해 원래 고가 기중기가 놓여 있던 궤도를 그대로 사용했다. ‘플러그-인’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여분의 공간이 필요할 땐 그저 위로 들어 올리면 된다.

 

구글 텔아비브 구글의 텔아비브 사무소에는 요즘 IT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층을 연결하는 미끄럼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에서 영감을 받은 해변, 인조 잔디, 자갈이 깔린 거리, 진짜 오렌지 나무도 있다. 텔아비브의 엘렉트라 타워 7개 층을 차지하고 있는(8층은 구글 캠퍼스) 구글 사무소의 설계는 카멘친트 에볼루션이 담당했다. 구글의 정식 협조사로, 취리히 및 베를린에 기반을 둔 회사다. 세터 건축사무소와 스튜디오 야론 탈 같은 현지 디자인 회사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화이트마운틴 데이터 센터 스톡홀름 스톡홀름의 비타 베리 공원 지하에는 더 이상 쓰지 않는 핵 벙커가 있다. 그 안에 화이트마운틴 센터가 숨어 있다. 위키리크스의 서버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화이트마운틴 센터의 소유주는 70년대 공상과학물과 제임스 본드 영화를 좋아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회사 외관의 상당 부분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 촬영용 세트 같은 공간 너머에는 군사용으로 만든 거대한 인공 동굴이 있다. 순전히 즐거움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인공 일광을 즐길 수 있고, 지하 정원에서 인공 폭포를 감상할 수도 있다.

 

핀터레스트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의 사우스오브마켓에 위치한 핀터레스트 본사는 4천1백82제곱미터에 달한다. 창고를 개조해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4개의 흰색 직육면체(사진 속에 직원들이 모여 있는 곳)를 만들었다. 직원들은 업무에 필요한 가구와 장비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60명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원형 탁자, 긴급 상황에 필요한 회의실까지 뚝딱 만들 수 있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텅 빈 화폭처럼, 건물 전체에는 기본적인 설비만 마련돼 있다.

 

실리콘밸리의 건축과 미래 미국의 거물 IT 회사들의 신규 본사 건축 계획은 미국 건축계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왔다. 노먼 포스터 경이 설계한 쿠퍼티노의 새로운 애플 본사는 이미 개장 2년 전부터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둘레가 1.6킬로미터에 달하는, 비행접시처럼 생긴 곳이다. 반면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멘로 파크의 페이스북 신규 본사는 지붕에 정원이 있는 길쭉하고 각진 건물이다. 이러한 건물들이 주목을 받자 사옥 건축은 유명한 건축가가 책임을 맡고 있는 건축사무소에 의뢰하는 안전한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발표 직후, 구글은 마운틴 뷰의 신규 사옥 설계를 NBBJ 건축사무소가 맡게 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한편, 아마존은 시애틀에 새로운 본사를 지을 계획을 수립 중이다. 3개의 거대한 유리 구체 주위에 3개의 탑을 세울 예정이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사례를 보면 IT 거물 회사들이 유럽 회사와 다르게 어딘지 보수적이고 자아도취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구식 경제의 지배자들처럼….

    에디터
    글 / NICK COM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