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우리가 오바마에게 바라는 것

2015.12.23GQ

저명한 스포츠 칼럼니스트 빌 시몬스가 버락 오바마를 만났다. 백악관에서 진행한 <GQ> 단독 인터뷰다.

1215-GQ-FEBO02-01

미국 대통령이 있고, 어쩌다 보니 미국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다. 빌 클린턴은 8년간 미국 대통령이었지만 우리는 자석처럼 잡아당기는 매력의 ‘인간’ 빌 클린턴에게 더 끌렸다. 크리스 록은 그를 “마치 음반 회사 사장 같은 쿨 가이”라고 부른 바 있다. 좋건 나쁘건 클린턴의 카리스마는 그의 임기를 규정했다. 하지만 그는 카리스마를 적절히 통제하지는 못했다. CBS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 기자든, 연회장을 가득 메운 5백 명의 막강한 기부자든,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매력적인 여자든, 모두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유혹을 그는 뿌리치지 못했다.

빌 클린턴이 레코드 회사 사장처럼 행동했다면, 버락 오바마는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무자비한 경쟁자, 로저 페더러처럼 행동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대통령으로서도 그렇다. 하지만 그에겐 모두를 무장해제시키는 평온함이 있다. 올가을 백악관에서 그를 인터뷰하던 중, 그는 스스로를 미식 축구 선수 아론 로저스에 비유했다. 잘난 척한 게 아니다. 오바마는 눈앞에서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공격 방향에 집중할 수 있는 로저스의 능력을 이야기했다. 그건 오래전부터 오바마의 장점이었고, 2015년은 그 장점이 극대화된 한 해였다.

오바마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에 살고 있고, 그 점을 십분 활용한다. 당신은 백악관의 아주 오래된 다실에 앉아 전 영부인들의 초상화, 지난 수 세기 동안 미국이 승리한 전쟁의 지도가 든 액자들에 둘러싸여 그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모두 친절하지만 다소 미심쩍어한다. 모두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당신은 그곳을 멋대로 침범한 것 같은 기분을 시종일관 느낀다. 당신은 그저… 기다린다. 그러다 갑자기 있는 줄도 몰랐던 복도와 문간에서 경호원 열 명이 튀어나온다. 에너지가 바뀐다. 곧 오바마가 나타난다. 활짝 미소를 지으며, 굳게 악수하며, 모두를 편안하게 만드는 공격적인 말을 던진다. 그는 나와 인사를 나눈 지 불과 몇 초 만에 내 구두를 가지고 농담을 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고 놀렸다.

“<그랜트랜드grantland.com> 당신이 없으니 정말 별로예요. 사이트에 가보면 시몬스가 없어요. 정말 예전 같지 않아요.” 마치 내가 그를 배신이라도 한 것 같다.

이것은 알파 수컷의 트릭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거다. 칭찬하는 동시에 상대를 공격한다. 몇 분 후, 카메라나 팟캐스트 장비가 없으면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는 그는 신중한 대답으로 인터뷰의 통제권을 장악한다. 그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말한다. 그건 효과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의 말을 어떻게 끊는단 말인가? 2015년 U.S. 오픈 파이널에서 노박 조코비치의 두 번째 서브에 페더러가 계속해서 점프를 하던 게 생각났다. 겉보기엔 무해해 보이는, 상대의 흐름을 끊는 영리한 요령이다. 위대한 경쟁자들이 하는 일이다.

1월이 되면 오바마는 임기 8년째, 마지막 해를 맞는다. 이제 오바마의 재임 기간은 하나의 시대가 되었다. 그는 리더십에 대해 무엇을 배웠을까? 가장 큰 후회는 무엇일까? 올해, 그가 마침내 과감한 행동으로 “이게 나다!”라고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이유는 뭘까? 동성 결혼, 건강보험, 찰스턴, 이란 협상…. 만약 당신이 그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했다면, 2015년은 어느 때보다 마음속의 확신이 당신을 괴롭혔을 해다. 반대로 당신이 그에게 투표했다면 2015년은 분명 “저 사람이 내가 뽑은 사람이야”라고 뿌듯하게 말했을 해다.


 

2008년으로 돌아가서 자기 자신에게 한 가지를 말해줄 수 있다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너 곧 바빠질 거야.” 취임 당시, 우리는 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중동에서도 격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엄청난 혼란과 변화를 앞두고 있었다.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그때 했던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소통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것 같다. 우린 훌륭한 캠페인을 펼쳤다. 지금 돌아보면서 느끼는 것만큼 훌륭하진 않았겠지만 – 늘 장밋빛 안경을 쓰고 보게 되니까 – 우리가 미국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는 건 분명하다. 첫 두 해 동안, 내겐 일종의 거만함이 생겼던 것 같다. 정책만 잘 마련하면 애써 설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힘겨운 선거 사이클을 겪으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미국인을 규합해서 지금 왜 우리가 이런 것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과 좋은 정책은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인 지금은 특히 그렇다. 나는 2008년에 소셜 미디어, 인터넷,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앞서 나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취임했을 때, 우리는 그때 얻은 교훈을 갖고 들어오지 않고, 갑자기 백악관 기자실과 1940, 1950년대에 생긴 구조에 적응해버렸다. 그런 초기 실수의 결과, 불필요한 정치적 고통이 컸다. 물론 정책은 제대로 수립했다. 경제가 6년 동안 연속해서 성장했고 실업률이 10퍼센트에서 5.1퍼센트로 떨어졌다.

첫 3년 동안 대통령직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 순간이 있었나? “맙소사, 이 자리가 이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어!”라는 기분이 들 때.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제법 잘 알고 있었다. 선거 캠페인을 하는 동안 내가 기질이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너무 들뜨지도, 너무 처지지도 않는다. 내 주위에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때도 집중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럼 그렉 포포비치(NBA 감독)와 비슷한 것인가. 그는 사이드라인 기자들에게 화를 내긴 하지만. 알고 있다. 나도 그런다.(웃음) 혹은 (아론) 로저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다. 주변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고 다운필드를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내겐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주위 상황 때문에 허둥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에도, 심지어 우리가 대공황에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자동차 산업을 구하거나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 취한 조치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던 첫 6개월 동안에도, ‘어휴, 우리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군’ 하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내가 완전히 알지 못했던 것, 이 자리에 서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시스템 안에서 권력이 얼마나 분권화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직을 맡고 나면, 주택 시장이 붕괴되고 실업률이 치솟는 걸 보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감이 오는데, ‘우선 당을 설득하고, 다른 당이 옳은 일을 하는 걸 막지 못하게 예방도 해야 하는데, 이런 소송건이 있고, 저런 로비를 하고 있고, 이 연방 기관은 엄밀히 말하면 독립된 거라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가 없네, 연방 준비 은행도 있지, 그들이 옳은 일을 하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제 글로벌 경제니까, 유럽인들, 아시아인들, 중국인들, 모두 다 관여되어 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옳은 정책을 수립하는 것뿐 아니라, 늘 쉬지 않고 새로운 연맹을 만들어, 실제로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고 마무리하는 데 정말 많은 일이 필요하다.

아내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외출하려는 참에 전화가 울린다. ‘앗, 이 전화는 받아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 몇 명인가? 말리아와 사샤.(웃음) 그리고 장모님. 국가 안보 보좌관인 수잔 라이스, 수석 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그 정도다. 미셸과 데이트하는 밤에 내가 전화를 받을 사람은 이들뿐이다. 그러나 백악관에는 엄청난 책임을 짊어진 사람이 잔뜩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백악관 팀 구성의 원칙은 스포츠 팀이나 잘 운영되는 회사와 다르지 않다. 팀을 자기 자신보다 더 우선시하는지, 모든 조각이 다 잘 맞아 들어가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최고의 선수를 모았다 해도, 서로 경쟁만 하면서, 아무도 리바운드 하지 않고 다 공을 지니고 있으려고만 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의 당신을, 예일대학교에 합격하고 나서 “난 오늘 밤에 나가 놀 거야. 내일 시험이 있어도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같았다고 말해도 괜찮을까? 우리 모두는 당신이 재선되었을 때, 어서 그런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왜 2년이 걸린 것인가? 이 일을 오래 할수록 내가 내리는 결정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해진다. 그리고 반응을 더 잘 예측한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랬더니 좀 더 느슨해졌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것이 별로 없고, 예전보다 더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게 되니 느슨해졌다. 임기 초반에는 힘들었을 일을 지금은 그냥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고, 월 스트리트를 개혁하고, 최상위 부유층에 과세를 늘리고, 건강보험을 도입하면서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성공을 체감하지 못하는데 성공했다고 환호성을 지르는 건 조심스러웠다. 2014년쯤 되어서야 미국 사람들의 태도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 내 사정이 나아졌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걸 활용한 건가? 사람들에게 확신과 낙관주의를 소통하는 내 능력을, 지금껏 나를 방해했던 기존 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느끼는 걸 원하지 않았다. 이 일을 오래 해왔고, 힘든 시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느슨해진 것이다.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도 두려움이 없다. 지금 나는 두려움이 없다. 우리가 초기에 했던 도박이 성공했다. 그중에는 운이 따라서 성공한 일도 분명 있다. 재선 직후였던 2013년을 생각해보라. 우리의 목표는 강하게 밀어붙여 이민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취임식을 갖기도 전에 샌디 훅(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내 임기 중 최악의 며칠을 꼽으라면 그날이 반드시 들어간다. 나는 그곳에 찾아가 희생자의 가족을 만났다. 빌, 당신에게도 아이들이 있다. 여섯 살짜리 아들 아닌가? 그런데 그런 아이들 20명이 학살당한 것이다. 우리의 초점은 즉각 ‘이 순간을 지나 어마어마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상식적인 총기 안전법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인가?’로 바뀌어야 했다. 의회 정치와 NRA(전미총기협회) 때문에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력은 해봐야 했다. 2013년과 2014년 내내 그런 일이 있었다. 스노든의 폭로, 에볼라, 퍼거슨, ISIL, 보호자 없이 국경을 넘어오는 아이들,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중 따로 해결할 수 있는 별개의 문제는 없었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내내 계속되는 뉴스 사이클을 생각할 때, 문제는 그저 마구 쌓여갔다. 그 와중에도 경제는 개선되고, 우리는 교육과 의료, 에너지 등에서도 진정한 진보를 이뤄내고 있었지만 정치적 상황은 내게 안 좋은 쪽으로 확 바뀌었다. 우리는 거친 풍랑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겪었다. 하지만 항해는 잘해냈다.

작년에 퍼거슨 사건이 있었을 때, 나는 ‘인간’ 오바마를 기대했다. 하지만 당신은 대통령 오바마여야만 했다. 올해 찰스턴과 셀마를 다루던 당신은 인간 오바마였다. 퍼거슨 때는 어떻게 된 건가? 다른 식으로 다룰 걸 그랬다고 생각하나? 퍼거슨을 비롯해 경찰 총격, 인종, 형사 사법 제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의 어려움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려면 전반적인 의견 일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후속 조치 없이 단순히 분노를 표현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퍼거슨의 경우, 나는 법무장관의 상사다. 내가 퍼거슨 사건에 대해 강한 의견을 말해버리면 그 뒤에 이어질 경찰 사건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귀를 닫게 만드는 강한 역류와 반발이 일어난다. 찰스턴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가 명확했다. 그래서 모두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이 어떤 때인지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나? 느낌이 올 때도 있지만 상황 때문에 명확한 발언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인종 문제는 언제나 우리 사회의 단층이었으며 늘 우리 정치를 왜곡해왔다. 그 사실은 이제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감정을 발산하고 말 게 아니라 사람을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한동안 법조계에 있었다. 어려운 사건 때문에 나쁜 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만약 고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적당한 원고를 찾아서 적당한 법정에 가야 한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감각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트레이본 마틴 사건이 있었을 때는 나는 아버지로서 정직한 반응을 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퍼거슨 사건 때는 경찰 특공대를 조직하고 권고 사항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시차 때문에, 내가 그 순간에 대해 효과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퍼거슨 사건은 사건 자체가 더 힘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이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뉴욕의 에릭 가너 사건은 일어난 일이 그대로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있었기 때문에 명확했다. 그 뒤의 다른 사건도 명확했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배우게 되는 것 중 하나는, 그 직무를 언제나 완전무결하게 수행할 수는 없으며, 그 자체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고 다음 문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 가끔 NBA 클래식에서 고전 경기들을 보는데….

HD가 없어서 정말 보기 힘들다.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다. 맞다. 화면 아래 그래픽도 형편없다. 하지만 옛날 시카고 불스 경기를 보면서 다시 깨닫는 건, 마이클 조던에게도 형편없는 경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던은 그걸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음 순간이 오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 첫 세 쿼터 동안에는 형편없이 하다가도, 갑자기 네 번째 쿼터에서 미쳐 돌아간다. 자유투를 실투했다가도, 다음 순간 스틸을 해서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넣는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혹은 리더십을 지닌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하려는 것은 –조던이 농구장에서 했던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내가 제대로 된 결정을 많이 내리겠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 지금 순간에 충실하는 것, 그렇게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2008년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트위터가 막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당신의 임기 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게 바로 그거다. 이런 이슈와 관련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속도. 매일매일 24시간 살펴야 한다. 무엇이든 즉시 응답해야 한다. 최신 소식을 따라잡으면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에든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여기에 소모돼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백악관 안에도 디지털 팀을 만들고 있다.

언제 시작했나? 너무 늦게. 우리가 더 일찍 했어야 할 일이다. 그게 내가 이해했어야 하는 첫 임기의 교훈이었다. 그래서 팀을 만들고 있다. 요즘 딸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흥미롭다. 둘 다 마치 닌자처럼 전화기를 다룬다. 그리고 나는 미처 이해도 못하는 일을 2초 만에 해낸다. 그런데 17세 말리아와 14세 사샤도 차이가 난다. 사샤는 스마트폰에 거의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스마트폰이 퍼질 때 나이가 조금 더 많았던 말리아는 사샤만큼 그렇지는 않다.

동시에 친구 19명을 상대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그렇다. 딸의 사교 생활이 거기에 연결된 정도는 대단하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이야기에 반응하는 백악관 내부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건 물론이고, 여러 이슈를 이야기할 때 TV를 보는 방식도 다르고 뉴스를 보는 방식도 다른, 완전히 달라진 유권자에게 이제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어떤 면에서, 우리는 미래 미국 대통령들의 표준 관행의 기초를 닦고 있는 셈이다.

총기 규제: 가능한 한 최대로 법제화하려 했는데 모든 방향에서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행정 조치를 제안했다. 샌디 훅 사건 이래 우리는 23가지 행정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가 일을 게을리 하지는 않은 셈이다. 변호사들 때문에 취소된 것들이 더 있을 것이다. 행정 조치를 내렸다 하면 의회의 누군가가, 이번 경우에는 NRA가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대한 법으로 방어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내리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운동이 정치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운하게도 우리는 이런 비극을 계속 목격하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번의 끔찍한 사건 이후 내가 전달하려 했던 주요 메시지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미국인들이 다른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더 폭력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분노를 행동으로 옮길 살상무기는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의 유일한 주요 변수다.

어쩌면 임기 8년 차를 지배하는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우리는 애도 문화에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48시간, 72시간 정도 쉴 새 없이 다룬 다음 갑자기 넘어간다. 나는 이런 문제에 더 지속적인 관심이 주어지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당신이 읽어본, 자신에 대한 음모론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텍사스에서 진행한 군사 훈련이 내가 헌법을 침해하고 더 오래 집권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 내가 8년보다 더 길게 대통령을 하겠다고 미셸에게 말하고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 아내를 너무 모르는 것이다.

“JFK 암살 파일을 읽어보고 싶으니 가져오라. 비밀 문서를 다 가져와라”라고 말한 적 있나? 그건 좀 실망스럽군. 내게 로스웰이니 외계인이니 UFO니 하는 것들을 물어보는데, 1급 비밀 중 당신이 기대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건 없다. 요즘 시대에는 그렇게 재미있는 1급 비밀이 없다.

대법관이 되고 싶은 적이 있었나? [말을 멈춤]

말을 멈추다니! 음…. 잠시 말을 멈춘 이유는 사람들에게 좋은 판사, 대법원은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나는 성격상 비교적 고독한 곳에 앉아서 의견을 밝히며 판사석에서 글만 쓸 수는 없다. 나는 조금 더 현장에 가까운 걸 좋아한다.

백악관에 가상 골프 연습장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다.

백악관 깊은 곳에 있나? 그렇다. 멋진 첨단 시설 같은 건 아니다. 그래도 위플볼을 칠 수는 있다.

그럼 지하에 내려가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공을 치나? 그렇다. 그냥 후려 갈긴다. 잠깐 때리다 온다.

백악관에 왔다가 당신의 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사람이 있나? 없지만, 어떤 이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으로 딸을 쳐다보는 건 본 적 있다.

첩보부에 “저기 저 사람 치워”라고 말했나? “저 사람 잘 지켜봐.”

당신의 아내가 엄청나게 인기 있는 낮 시간대 토크쇼를 진행해 당신이 ‘스테드맨 2.0’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주: 오프라 윈프리의 파트너 스테드맨 그래엄을 일컬음.] (웃음) 음….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원한다면 할 수 있다. 그녀가 하고 싶은 게 그거라면 상관없다. 그녀가 돈을 많이 버는 건 괜찮다. 나쁠 것 없다.

NBA 구단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당연히.

불스여야 하나, 아니면 다른 팀이어야 하나? 음, 나는 제리 레인스도프를 제법 잘 안다. 그는 불스를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팀을 새로 하나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공상해본 적은 있다. 정말 신날 것 같다.

딸들에게 “구글에서 나 검색하지 마”라고 몇 번이나 말했나? 말할 필요 없다. 걔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 아, 아버지인 나에겐 관심이 있겠지. 그렇길 바란다. 공인인 나에겐 관심이 없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보는 TV 쇼가 무엇인가? <왕좌의 게임>이라고는 말하지 마라. 그건 좋은 쇼니까. 좀 재미없는 대답인데, 아마 <빅 브레이크>일 것이다. 골프 채널에서 하는 쇼다. 알고 있나? 좀 바보 같은 쇼다. 하지만 그걸 보고 있으면 내가 굉장히 느긋해진다.

트레드밀 위에서 보나? 그렇다. 가끔 밤늦게 운동하거나 할 때 본다. 전체 에피소드를 다 보지는 않지만, 공치기 시합을 한다거나 하면…. (웃음) 참 별로다. <왕좌의 게임>은 좋아한다.

거기서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캐릭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마… 난쟁이, 이름이 뭐더라?

아, 피터 딘클리지가 연기하는 캐릭터? 하지만 <왕좌의 게임>의 문제는 내가 캐릭터 이름을 하나도 기억 못한다는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는 안다. 보면 어떤 상황인지 잘 안다. 하지만 나중에 리뷰를 읽을 때 누구누구 이름이 나오는데, 그때 내가 기억하는 캐릭터는 존 스노우뿐이다. 존 스노우는 발음할 수 있으니까.

<왕좌의 게임> 캐릭터 중 도널드 트럼프는 누구인가? 내 생각엔…, 그 어떤 캐릭터도 그 정도 수준까지는 못 미치는 것 같다.

당신이 도널드 트럼프와 맞서 선거를 치른다면, 트럼프를 상대는 할 것인가? 라브래드포드 스미스가 조던에게 트래시 토크를 하는 격이었을까? 나는 트럼프를 상대로 캠페인하는 걸 즐겼을 것이다. 재미있었을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미국이 가야 할 방향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은 어느 쪽인가? 바이든인가 힐러리인가? 하하. 그만합시다, 빌.

당신이 대답할 수 없는 것을 하나는 물어봐야 했다! 그럼 이건 꼭 대답해달라. 데릭 로즈와 제이 커틀러 중 트레이드하면 안 되는 사람은? 음, 나는 로즈가 아직 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가 아직 굉장히 젊다는 걸 기억해야지.

그럼 아직 로즈를 포기하지 않은 건가? 포기하지 않았다. 슬프지만, 부상을 많이 입었으니 그가 MVP를 받았던 시즌의 퍼포먼스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은 힘들다. 하지만 아직 톱 텐 포인트 가드는 될 수 있다.

야구, 미식 축구, 농구 모두 내년에 협회 회장직이 빈다. 어느 협회로 가고 싶나? 내게 제일 잘 맞는 것은 농구다. 하지만 내가 믿을 수 없는 건 미식 축구 협회장이 1년에 4천4백만 달러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내가 믿을 수 없는 건’ 이라고 했을 때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미식 축구 협회장 로저 구델에게 전화해서 “내가 도와줄까? 식사 같이 할까?”라고 말해볼 생각이 있나? 하하. 그들은 지금 이익을 내고 있고, 구단주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그것 같다.

그래서 구단주들이 그가 협회장인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당신의 싸움에 끌려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하자. 나의 싸움도 충분히 많은데. (웃음) 이건 당신과 로저 사이의 일이다.

취임 이래 백악관에서 피운 담배는 몇 개비나 되나? 최근 5년간 한 대도 없었다. 나는 건강보험이 통과되면 담배를 절대 다시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켰다.

당신이 나중에 가장 그리워할 대통령의 장점은? 그건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 바로 에어포스원이다. 놀라운 승무원이 있는 놀라운 비행기고, 다른 비행기가 비켜가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아무 때나 이착륙할 수 있다. 어쩌면 전용 헬리콥터 마린원일 수도 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가끔 전용기를 탈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나를 기다리는 헬리콥터가 없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다.(웃음)

지난번에 당신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를 혹시 기억하나? 그때 당신에겐 십 대인 딸이 한 명 있었다. 이젠 둘이다.

나도 이제 2년 남았다. 사람들이 다들 “애들이 십 대가 한번 돼봐. 그때가 되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는 어떤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가, 더 나쁜가, 똑같은가? 내 딸들은 대단한 아이들이다. 똑똑하고 재미있다. 엄마를 닮았는데, 미셸이 아주 잘 키웠다. 물론 십 대다운 순간도 있다. 아이들은 나를 사랑하지만, 내 생각에, 아이들은 내게 내줄 시간이 없다.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저 일정이 가득 차기 시작하고, 나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친구들이 생기는 것이다.

당신이 더 이상 그들 인생에서 가장 쿨한 사람이 아니게 된 것인가? 그냥 놓아줄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아이들에게 “이 영화 보러 갈래?”라든가 “수영장 가서 수영할래?”라고 했을 때 “아뇨, 미안해요, 아빠. 그래도 사랑해요. 내일 봐요. 오늘 밤엔 누구누구네 집에서 자고 올 거예요”라고 대답하면 그냥 인정해야 한다. 제일 좋은 나이는 6, 7세에서 12세 사이다. 그때 아이들은 당신의 진정한 친구고, 그저 당신과 놀고 싶어 한다. 그 이후 아이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에게 내줄 시간이 많지 않다. 나이가 더 많은 아이들을 둔 내 친구를 보고 생각한 건데, 운이 따라주고 틴에이저 때 당신이 그들에게 엄청나게 짜증나도록 굴지 않는다면 23, 24세쯤 되었을 때 아이들이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당신과 함께 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사이 기간은 고통스럽다. 아이들에게 당신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사실의 보상은, 아이가 당신보다 더 똑똑해지고 쿨해지는 걸 지켜보게 되는 때 비로소 온다. 아이들은 갑자기 무슨 말을 하거나 농담을 하면서 통찰력을 보이고 당신은, “와, 난 그 생각은 못했는데” 하게 된다.

아이들은 당신이 전직 대통령이 되는 것에 준비되어 있는가? 물론 준비되어 있다. 아직 미셸만큼은 아니지만.

미셸이 파워 순위 1인자인가? 물론이다. 말리아와 사샤는 2위 자리를 놓고 계속 엎치락뒤치락한다. 나는 그저 우리 집 개들보다는 위다.


 

빌 시몬스는 <그랜트랜드Grantland>의 창립자이자 ESPN 다큐멘터리 <30 for 30> 시리즈의 공동 기획자다. 베스트셀러 <The Book of Basketball>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금은 HBO에서 또 다른 쇼를 기획하고 있다. 빌 시몬스의 새로운 쇼는 내년 봄 방영될 예정이다.

    에디터
    글 / 빌 시몬스(Bill Simmons)
    포토그래퍼
    Inez & Vindoo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