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아직 눈 소식이 없다. 겨울처럼 매섭기로도, 눈처럼 덧없기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은 김현식이다. ‘눈 내리던 겨울밤’은 1986년 발표한 그의 3집 앨범을 통해 잘 알려졌지만, 실은 이화가 먼저 불렀다. 80년대 코카콜라, 해태팝, 선듀 등의 광고에서 흐르던 경쾌한 목소리, 누구나 한번만 들어도 기억할법한 노래 ‘그게 나예요’의 다정한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이화는 전에 없이 쓸쓸하게 “그대는 없지만 항상 내 마음 속에 그대는 남아있네 그대는 남아있네” 하고 노래하지만, 내리는 눈에 의해 지워지는 발자국처럼 깨끗하다. 하지만 김현식은 돌아갔다가 주저했다가 뛰어나간 흔적으로 선명한 발자국이다. 올해 안에 첫 눈을 볼 수 있을까? 첫 눈이 쌓일 때 우리는 어떻게 걷고 있을까? 모두에게 같지 않을 눈 내리는 겨울밤을 기다린다.
- 에디터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