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주방을 지키는 남자의 도구.
착즙기 1990년대 초, 녹즙기 열풍이 불었다. 그러다 일명 ‘쇳가루 파동’이 일어나면서 스크류를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는 회사들도 생겼지만 녹즙기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사실 플라스틱 스크류는 좋은 대안이 아니었다. 플라스틱의 특성상 마모가 잘되기 때문이다. 믹서나 주서의 경우 칼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열이 생겨 과일의 영양소를 파괴한다. 녹즙기 중에선 스테인리스 스크류가 양쪽으로 맞물려 있는 ‘쌍기어’ 제품이 가장 뛰어나다. 특히 병을 치료하기 위해 채소의 줄기와 뿌리까지 즙을 짠 골수 녹즙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원액기는 과일즙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물론 잎 위주의 채소도 영양소 손상 없이 즙으로 만든다. 말하자면 제대로 된 녹즙을 먹어야 한다면 쌍기어 녹즙기, 과일즙이나 일반적인 녹즙엔 원액기가 유리하다. 이 두 제품의 문제는 모두 세척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부품 구석구석 씻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 번 세척을 하고 나면 다시 씻을 걱정에 마시는 게 꺼려질 정도다. 만약 간단하게 오렌지, 라임, 레몬 정도만 마시고 싶다면 시트러스 반자동 착즙기도 괜찮다. 과일을 반만 잘라 꽂고 레버를 누르면 간편하게 주스를 만들 수 있다. 세척 또한 쉽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돌리며 즙을 짜는 수동 착즙기보다 과일의 탱글탱글한 육즙이 덜하다.
토스터 토스터는 주방에 있는 모든 가전제품 중에서 제일 간단하게 배를 채워 주는 도구다. 크게 식빵을 꽂아 사용하는 일반적인 토스터와 오븐처럼 빵을 수평으로 굽는 오븐 토스터로 나뉜다. 일반적인 토스터의 경우 빵 양쪽을 한 번에 구워 빵을 뒤집을 필요가 없고, 열선과 빵이 가까워 빠른 시간에 식빵을 구울 수 있다. 하지만 바게트나 크루아상은 토스터 위쪽에 거치대를 꽂아 따뜻하게 데울 수는 있어도 바삭하게 구울 수는 없다. 반면 오븐 토스터는 웬만한 빵은 제대로 구울 수 있고, 다른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식빵을 재빨리 구워 먹기엔 불편하다. 그럼에도 오직 ‘맛’만 놓고 평가한다면 아무래도 오븐 토스터가 일반 토스터보다 훨씬 앞선다. 발뮤다에서 출시한 더 토스터는 오븐 토스다. 스팀을 활용해서 빵을 빠르고 맛있게 구워낸다. 바게트와 같이 두꺼운 빵도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굽는다. 반면 5cc의 물을 매번 넣어줘야 해서 귀찮고, 일반 토스터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비싸다.
반죽기 뭘 시작하든 장비부터 탐내는 남자에게 반죽기는 낯설지만 꽤 매력적인 도구다. 전동 드릴이나 원형 톱을 제대로 다룰 때의 쾌감과 비슷할까? 반죽기로 뭔가를 만들면 왠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기분이 들고, 반죽이든 거품이든 처음 성공했을 땐 엄청난 희열마저 생긴다. 반죽기는 보통 디저트 종류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지만 켄우드 제품의 경우 액세서리를 구입하면 믹서, 고기 그라인더, 파스타 커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와트수가 작을수록 힘도 약하지만, 마찬가지로 소음도 적다. 키친에이드의 반죽기가 대체로 이에 속한다. 만약 ‘된 반죽’을 자주 해야 한다면 힘이 센, 800와트 이상의 반죽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켄우드의 제품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집에서 사용하기엔 꽤 시끄러운 편이다. 그 탓에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사용이 꺼려진다. 반죽기의 볼 용량을 이야기할 때 ‘쿼터’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1리터보다 작은 부피를 뜻한다. 5~6쿼터가 주를 이룬다.
전자동 커피 머신 보통 커피 머신을 고를 때 세 가지 중에서 수백 번 고민하게 된다. 저렴하고 간편하지만 커피 액상이 비싼 캡슐 커피 머신, 제대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지만 손이 많이 가는 반자동 커피 머신, 엄청 비싸지만 제일 편리한 전자동 커피 머신 사이에서다. 자주 마시지는 않고 편리한 걸 찾으면 캡슐 커피 머신, 커피에 대한 애정이 많고 바지런하다면 반자동 커피 머신, 집에서 커피를 아주 빈번히 마신다면 전자동 커피 머신을 구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전자동 커피 머신을 구입할 때 염두에 둬야 하는 건 유지 비용. 모든 과정이 기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세척이 중요한데, 전용 세정제가 비싼 편이다. 또한 펌프와 추출기는 소모품이어서 사용하다 보면 교체해야 한다. 유라나 WMF와 같이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가 부품의 가격도 마찬가지로 비싼 편이고, 세코와 같이 저렴한 브랜드가 소모품도 싸다. 추출기가 분리되는 게 세척할 때 편하고, 전용 세정제를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 에디터
- 양승철
- 포토그래퍼
- 이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