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대동여주도(酒)’ 콘텐츠 제작자 약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술이다. 약주의 맛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이 술을 중간에 두고 표준으로 삼기 좋다. 온갖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이승훈 ‘우리술 유통연구소’ 대표 함양 사대부 집안에서 간결하게 빚은 술이다. 누룩의 향은 중간 정도다. 끝 맛에 솔 향이 나는 듯 마는 듯 은은하다.
이지민 양파 때문인지 살짝 쏘듯이 혀로 밀려 들어오는 매운맛과 옅은 신맛이 매력이다. 이렇게 특징적인 맛이 두드러지는 술은 간장 양념이 강한 한식과 함께 먹으면 더 짜게 느껴질 수 있으니 유의한다. 이승훈 양파가 들어갔지만 양파 담금주처럼 강한 맛이 아니라 좋다. 화이트 와인처럼 감칠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지민 오미자, 구기자, 갈근, 진피, 육계, 댓잎, 솔잎 등 재료가 많이 들어가 복합적인 맛이 난다. 입 안과 혀 위에 남는 여운이 길다. 패키지 덕에 대나무 향이 강렬하게 배어있다. 이승훈 쌀 누룩이 아닌 밀 누룩을 쓰는 드문 술답게 풍미가 묵직하다. 신맛이 덜하고 아스파탐과 고과당에서 오는 특유의 ‘짝 붙는 맛’이 있다.
이지민 좁쌀을 빻아 오메기떡을 만들어 담그는 제주도 술. 밭작물 특유의 거친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주 약간 ‘스모키’한 향도 돈다. 신기하게 귤과 잘 어울린다. 이승훈 전통주를 모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도 이 술은 헷갈리는 비슷한 술이 없다.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차조와 조릿대에서 오는 독특한 향이 있다. 그만큼 호불호도 갈린다.
이지민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은 양조장에서 빚은 술이지만 한산소곡주와 함께 약주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술이다. 어느 하나 맥 빠지는 부분 없이 두루 선명하다. 이승훈 부재료가 국화(감국) 하나인데 맛이 풍성하다. 맛의 균형이 잘 맞고 고급스럽다. 전통 누룩을 제대로 사용해 누룩 향이 분명하고 그윽하다. 누룩 취가 아니라 누룩 향이라 할 만하다.
이지민 들국화, 메주콩, 홍고추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양조해 바디감이 묵직하다. 한산소곡주의 청초한 버전이 자희향이랄까? 피자, 어란과도 잘 어울린다. 이승훈 우희열 명인의 한산소곡주. 이 술 자체가 밥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한식과 잘 어울린다. 누룩 향과 들쩍지근한 맛 때문에 고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가 매력이다.
WHERE TO BUY 명절 때 반짝, 백화점 1층 선물 코너에 등장하던 전통주가 그래도 요즘은 꽤 다양한 곳에서 보인다. 술을 빚는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전통주를 쉽게 살 수 있어야 발전의 시동이 걸릴 터, 전통주 사기 좋은 가게를 몇 군데 소개한다. 인사동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는 매달 추천하는 전통주를 선정해 시음과 판매를 하고 있다. 어떤 전통주를 사야 할지 모를 때, 슬쩍 들러 훌쩍 마셔보고 고르기 좋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와인 코너에서도 다양한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판매 중이다. 구색이 다양해 가격대에 맞는 전통주를 고르기 좋다. 선물용을 찾는다면 신세계백화점 우리술방과 현대백화점 명인명촌관이 적절하다. 성동구에 있는 진승통상은 전통주 전문 유통업체다. 주로 도매 유통을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소매 판매도 하고 있다. 근사한 판매대는 아니지만 가격만큼은 빛난다. 파주와 여주에 있는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도 전통주를 판매한다.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못 샀다면 술이라도 입맛에 꼭 맞는 걸로 골라본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
- 어시스턴트
- 조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