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우디 A7을 타고 경부고속도로에서 10시간을 보냈다.
아우디 A7은 출시 이후부터 그 찬란한 세련의 정점이었다. 이 차를 타고 달리는 일은 과연 넉넉하다. 멋은 보이는 그대로, 안에서는 기함의 기품이 그대로니까. 경우에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설날에도, 아버지와 함께라도 다를 건 없다. 게다가 아우디 A7은 누군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깨우기도 한다. 말하자면 합리와 체면, 혹은 좀 멋쩍기도 해서 드러내지 못했던 아버지의 취향 같은 것. “아빠, 이 차 어때요?” 늘 들르는 하행선 휴게소에서 넌지시 물었더니 아버지가 묵직하게 대답했다. “이 차는 멋이 있구나.” 잘 만든 차를 탄다는 것, 어떤 첨단을 소유한다는 것, 그것이 엔지니어링과 패션의 양극단을 동시에 충적시킨다는 것이 아우디 A7을 독보적으로 만든다. 게다가 운전해보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 수 있다. 아우디의 가솔린 엔진은 비현실적으로 부드러우니까…. 연비? 서울과 충북을 왕복하고 시내를 종횡으로 휘저은 후에도 60킬로미터를 더 달릴 수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나는 아버지와 아우디 A7의 풍성한 감각과 민첩함에 대해 얘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듣다가 잠시 침묵하는 사이, 갑자기 조수석에서 들려오는 나긋한 숨소리를 들었다. 아주 작은 쇠구슬이 유리 위를 구를 때 나는 그 소리만큼 부드럽게 달리는 A7의 조수석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의지한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때 부터는 조금 더 부드럽고자 했다. 이대로 아버지와 함께였으면, 명절이 아니라도 둘이서만 떠나는 여행을 혼자 계획하면서.
- 에디터
- 정우성